학창시절 그런 적이 있다. 아버지께서 반듯한 새 공책을 사 주셨는데, 보라색 포도가 그려진 공책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때인가, 2학년, 얼마나 그 공책을 아꼈나면 반듯한 노트를 '접는 것' 조차 아까워 하여, 노트를 펴지도 못하는 '목적전도'가 일어났다.
첫장은 '예쁜 글씨'로 '알록달록'하게 꾸몄다. 그리고 페이지를 넘기면 울퉁불퉁 첫 면의 반댓면에 글을 써야 하는 상황이 생겼다. 거기에 글을 쓰고나면 항상 어딘가 마음에 안들어 '부욱'하고 찢어버렸다. 그리고 다시 새것처럼.
학기가 끝나고 선생님은 '책은 전부 앞으로 내거라'하셨다.
다 쓴 교과서를 '폐기'하기 위해 하신 말씀이셨을 것이다.
"선생님, 공책도 내야 하나요?"
선생님은 '그것도 내거라', 하셨다. 아마 '다 쓴 공책'도 함께 폐기 해주겠노라 하셨을 것이다.
나는 아버지께서 사주신 세 권의 공책을 다 쓴 교과서와 함께 냈다. 학교를 마치면 다시 돌려 주실 줄 알았던 공책은 다시 돌아오지 않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무리 초등학교 1년이지만 꽤 저능아 같은 행위다.
아마 울면서 '선생님께 새 공책인데 안 주신다고 말씀 드렸던 것 같다. 선생님께서는 조금 더 나이 많은 누나였는지, 형을 붙여 주셨다. 학교에는 '전등'도 들어오지 않는 작은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에 자물쇠를 열고 들어가 먼지 통을 헤매는 장면이 기억에 남는다.
거기엔는 수백권의 공책이 쌓여 있었는데 먼지를 뒤집어 쓰며 불도 들어오지 않는 창고에서 한참을 찾다가 결국 찾지 못하고 울면서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있다.
그때의 교훈이라면, 지금도 어머니께서 항상 하시는 말씀.
'아끼면 똥된다'이다.
지금은 꽤 흔해 빠진 공책이었지만 어린 시절 우리집은 꽤 가난했던 기억이 있다.
종이접기 숙제를 할 때면, 친구들이 다 가지고 있던 딱풀이 없어, 아버지께서는 '진밥풀'을 떼어다와 짓이겨 종이를 붙여 주셨다. '신문지'나 '달력'으로 종이 접기를 하고 가면 놀랍게도 친구들은 문방구에서 파는 '색종이'로 종이접기를 하고 왔다.
오로지 한번 접기 위해 '빳빳한 새종이'를 산다는 개념이 당시 어린 나이에 꽤 괴상해 보였던 기억이 있다.
그런 걸 생각해보면 사실 이 정도면 꽤 나름 출세한 것 아닌가.
한 달 전쯤, 자전거를 타다가 핸드폰을 떨궜다. 멀쩡한 줄 알았는데 나중에 살펴보니 케이스가 박살이 나 있다. 케이스를 벗겨보니 '구매한지 며칠 지나지도 않은 아이폰 모서리가 찌그러져 있다. 액정도 살짝 깨졌다.
아이가 아이패드를 '설거지'하고, 애플팬슬을 분실한지 며칠 뒤었다.
아이고,. '애플' 제품을 구매할 것 아니라 애플 주식을 구매했어야 했다. 그 뒤로 200만원도 넘는 아이폰을 떨궜다.
그리고 꽤 단단한 액정 보호 필름에 케이스를 씌우고 다녔다. '센터'에 물어봤더니 '애플케어'가 안되어 있어 수리비가 70만원 정도 나온단다.
무슨 일체형이라 전면 교체를 해야 한다는데...
'음.. 그냥 주세요'
그러고 나왔다. 막쓰다가 한번에 바꾸는게 낫겠다.
아이와 외출을 했다. 외출 한지 10분 뒤, 아이가 카페 테이블에 있는 스마트폰을 떨어뜨렸다. 그리고 '와장창'하고 액정보호 필름이 박살이 났다.
'에라이...'
집에 돌와서 보호필름이고 케이스고 다 벗겨버렸다. 기왕 이렇게 된거 그냥 막쓰자. 아끼면 똥된다. 한달 밖에 안 된 핸드폰 아쉽긴 하지만 내 예상수명 80세에서 40살 언저리에 사용한 '핸드폰' 하나가 애지중지 보관하나 막 사용하나 인생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다.
내친김에 얼마 전에 산 '아이패드'의 것도 다 때 버렸다.
뭔 부귀영화를 누리겠다. '중고로 팔아서' 수십만원 더 아끼겠다는 생각을 할꺼면 그냥 편하게 쓰는 댓가로 100만원 지불했다 치겠다.
물건에게 '주종관계'를 명확히 해주고, 내가 모시지 않고, 네가 나를 잘 모시도록 '물건'이 하염없이 달토록 굴려야 겠다.
뭐,.. 사유가 어찌 됐건 쌩폰으로 쓰니 가볍고 좋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