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거스미스‘라는 영화가 있다. 하정우 배우의 주연, 영화 ’아가씨’의 원작이다. 유학시절 단촐한 원룸 플랫에서 영화를 즐겨 보던 시기였다. 영화에 진심인 편이라 다른 사람들의 감상평을 찾아보고 어떤 경우에는 ‘사시눈‘으로 감상평의 ’앞부분‘만 흘겨 본다.
’네이버‘ 감상평에 ’핑거스미스’라는 영화에 대한 누군가의 평이 있었다.
’잔잔하고 서정적인…‘으로 시작한 감상평이었다. 재빨리 시선을 피했다. 방을 최대한 어둡게 하고 가장 마음 상태가 잔잔하던 시간 쯔음, 영화를 재생했다. 마침 그런 잔잔한 영화가 보고 싶었던 터다. 영화는 꽤 길었고 실제로 영화에서 표현되는 그림이 너무 서정적이고 아름다웠다. 마치 중세를 묘사한 그림을 영상으로 보는 듯 했다.
영화가 어느정도 진행됐고 중반 이상을 넘어가던 쯤이다. 갑자기 영화의 장르가 바뀌었다. 잔잔하던 영화는 어느덧 헛웃음 나올 정도의 충격적인 반전을 가지고 있었다. 영화가 완전히 달라 보였다. 그때의 충격 때문이었을까, 나는 지금도 가장 충격적인 영화 꼽으라고 한다면 ’핑거스미스‘를 꼽는다. 이 영화의 관전거리는 ’서정적인 분위기’다. 고로 사실 ‘하정우 배우’가 출연했던 ‘아가씨’는 보지 않았다.
아마 ’플롯’이 비슷하겠지만 영상미와 반전을 ‘일제시대‘라는 배경으로는 재현하지 못할 것 같아서 였다. 실제로 나는 ‘핑거스미스‘라는 소설을 해외에서 직구했고 지금도 가지고 있다.
갑자기 ’핑거스미스’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그와 같은 충격이기 때문이다. ‘정해연 작가의 ’우리집에 왜 왔어?‘는 ’작가‘의 이름만 보고 샀다. 고로 아무런 사전 지식없이 읽었다. 첫 번째 소설은 ‘반려, 너‘라는 소설이다.
꽁냥꽁냥 인연이 시작되고 연애를 막 시작하는 분위기의 글이 시작된다. 한창 그 감성에 젖어 있는데 소설은 급 몰입감 있는 다른 방향으로 넘어간다.
’새벽 1시, 몇 장만 가볍게 넘겨보고 자야지’ 했으나 어쩔 수 없이 밤을 세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아쉬움이라면 조금만 더 길게 장편으로 나왔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요즘 처럼 바쁜 날에는 이런 단편이 너무 좋다. 최근 ‘정해연’ 작가 덕분에 다시 책 읽는 재미가 생기고 있다. 그러지 않아도 최근 꽤 ‘유튜브’나 ‘넷플릭스’와 같은 영상을 많이 보게 됐는데 이런 ‘알고리즘’ 지옥에서 구원 받을 수 있어서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