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살 때 의도치 않게 '패드 학습'을 시작했다.
의도하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나 스스로도 전자책보다는 종이책을 선호하고 '전자기기'로 공부하는 것에 대한 굉장한 불신을 가지고 있어서다.
그러다 어쨌건 의도를 가졌건 갖지 않았건 계약된 조건 2년 간, 울며 겨자먹기로 '패드 학습'을 시작했다.
당시 학습지 선생님은 매주 한 번씩 전화를 오곤 했는데 사실상 학습지사의 '마케팅 전략'에 몹시 화가 나 있는 터라 괜히 '선생님께'도 심통이 나 있었다.
어느 날인가, 상담하시는 학습지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꾸준히 챙겨 주셔서 아이들이 한번도 빠지지 않고 학습을 하고 있어요~, 쉬운 게 아닌데.."
응?
하는 소리가 저절로 나왔다.
"얘들이, 뭘 하고 있어요?"
이야기인 즉, 아이들이 '오늘의 학습'이라는 과제를 매일매일 하고 있다고 한다.
고거참 희안했다. 뭐하라, 마라 한 적이 없는 고작 6살, 7살 된 아이들끼리 '매일' 학습을 하고 있었단다.
아마 TV도 없고 스마트폰도 사용하지 않는 분위기라 '패드'에서 오는 알람을 '놀이'처럼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때부터 '아, 이걸 해야 하는구나'하는 생각에 아이의 '학습'을 신경써서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흘렀고 오늘의 학습은 하루도 빠지지 않고 계약 종료까지 완료했다.
학습지 회사에 굉장한 화가 나 있던 터라, 서비스가 나쁘지 않았음에도 계약을 종료하기로 했다. 마지막에 프로모션과 할인 등 괜찮은 조건을 말하셨지만 단칼에 거절했다.
아이와 서점에 가서, 한자, 수학 학습지를 샀고 그렇게 매일 두장씩 풀었다. 새벽 5시 전에 아이들이 일어나면 '책'을 읽어줬고 매이 해야 할 학습지를 한장씩 뜯어서 낱개로 만들어 봉투에 담아 주었다.
아이들은 하나하나 할 때마다 슥슥하고 찢어 버렸다.
약간의 강박이 있는 터라, 작년 3월 아이와 중국 여행을 갈 때는 2박, 3일에 맞춰, 속옷 갯수만큼의 학습지 페이지를 '북북' 뜯어 가지고 갔다.
아이들은 습관처럼 눈을 뜨면 새벽 5시에 일어나 호텔방에서 준비한 학습지 두장씩을 풀고 하루를 보냈다.
그것을 하고나면 그밖에 뭘, 하라 마라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그렇게 하다보니, 이제는 '습관'이 되어 버렸는지, 매일 아침 늦잠을 자고 있는 아빠 옆에서 구몬을 풀고 있다.
이렇게 열심히 하고 있으니 성적이 좋아야 하겠지만 학교에서 받아오는 시험지를 보면 꼭 한두개씩 틀리는 게 있다. 지난 주에는 구몬 선생님께서 너무 많이 틀린다고 혼을 냈다고 한다.
"선생님이 너네 되게 좋아 하시던데?"라고 하자.
"선생님이 숙제한 거 보면 한숨 쉬시던데?" 한다.
"아, 그래?"
하고 그래... 뭐든 하고 있으면 된다, 하고 두기로 했다.
사실 태어나서 글자를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갖게 된 습관이니 분명 아이들이 나보다 나은 것은 분명하다.
나는 이 나이에 그런 습관은 없었는데... 한편으로 대견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본받을만한 면이 있구나...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