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내가 가진 가을의 전부였다_관계에서 제일 중요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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뭘 하고 살았는지, 뭘 먹고 살았는지, 생존과 관련한 기억은 하등 없지만 어떤 기억은 그 계절 전부를 대표할 때가 있다.



"네 상처 주위를 맴돌다 스쳐 지나가는 그저 그런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던 너의 그 고백이 내가 가진 가을의 전부였다."



'손민지' 작가의 '나는 너를 영원히 오해하기로 했다' 중 일부다. 공감되는 글이 너무 많이 전자책에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 잔뜩 밑줄을 그어 놓았다.



기억은 이기적이라 대부분에서 내가 필요한 일부만 남기고 나머지를 지워 버린다. 마치 처음부터 없었던 것처럼 깔끔하게 지워 버리고 잔인하게 '장면' 하나 남겨 놓는다.



그게 대략 며칠이었는지, 무슨 요일이었는지, 당시 점심 식사로 무엇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외우려고 하지도 않았던, 당시에는 신경조차 쓰이지 않던 당시 상대를 배경으로 한 하늘색이라던지, 표정, 감정 정도만 남아 있다.



분명 수많은 대화와 사건이 있었을 텐데 대화 내용은 떠올리려고 해도 기억에 남지 않는다. 내가 멋대로 편집해낸 기억은 어찌보면 사실이 아니라 해석에 가깝고 어쩔 수 없이 남겨지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이 만들어낸 선택에 가깝다.



스스로도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는 스스로를 위해 망각은 선택적으로 작동한다.



예전 하상욱 시인의 글도 마찬가지다. 그냥 수년 전 내리는 스크롤에 살짝 걸렸다, 사라졌을 뿐인데 어렴풋 남은 구절 몇개가 불현듯 떠오른다.



"그리운건 그대일까 그때일까"



돌이켜 보면 모든 선택은 당시 최선이었다. 그러나 그때가 그리운 이유는 망각이 제대로 작동하되, 대상과 상대보다 '나'의 그때가 그리웠던 건 아닐까, 생각할 때가 있다.



어디서 본 글이라 출처는 분명하지 않지만 '결혼은 판단력이 부족하면 하고, 이혼은 인내력이 부족하면 하고, 재혼은 기억력이 부족하면 한다'라는 말이 떠오른다.



어쩐지 '누가' 누구였는가, 보다 '내'가 누구인가,가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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