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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0. 2021

[환경] 사피엔스와 바이러스의 공생

 결국 우리도 '자연'의 일부일 뿐이다. 인간이 신의 선택을 받은 유일한 '생물종'이라는 특권으로 우리는 아무런 거리낌 없이 자연을 파괴했다. 아무렇지 않게 땅속 광물을 캐내어 태우고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을 공기 중으로 마구 뿜어내고 있으며, 다른 '사피엔스 종' 보다 우월해 보이기 위해 더 많은 '자연의 악'을 행하는 일을 당연하게 여긴다. 다 먹지 못할 음식을 생산하기 위해 수많은 동물과 식물을 생산해 내고 죽여내고 더 많은 생물들의 생존할 터를 마치 자신들의 것인 양 앗아간다. 그렇게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도 결국은 자연에 속해 있는 한 '종'에 불과하다. 이 책은 사피엔스 종의 역사에서 바이러스가 함께 했던 시간을 이야기한다.

 '돈'과 '정치'로 역사를 설명하고 있지만, 실제 바이러스는 인간의 역사 깊은 곳까지 침투하고 있었으며, 결국은 봄이 되면 새싹이 돋아나고 여름이 되면 푸러 지다가 가을이 되면 시들해지고 겨울이 되면 지고 마는 자연의 섭리에 크게 벗어나지 못한 미물임을 알게 해 준다. 인간의 바이러스의 역사는 '농업혁명'을 시작으로 함께 한다. 동물과는 다른 '고귀한' 인간은 결국 동물과 함께 병에 걸리고 죽어간다. 농업을 시작하면서 잉여 생산물을 동물의 먹이로 주게 되고 정착하게 되면서 인간은 동물과 함께 배설하고 섭취한다. 그 과정에서 인간은 동물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방식으로 전염병을 확산시키고 죽어간다.

 우리가 알고 있는 다양한 인간의 역사들도 결국은 바이러스의 흔적을 지울 수 없으며, 그 바이러스는 기후와 떼려야 뗄 수 없다. 책은 매우 흥미로운 주제에 대해 아주 재밌게 설명해 준다. 문명이라는 '이름'은 인간의 요람이기도 했지만 바이러스의 요람이기도 했고 재앙과 같은 전염병들은 인간의 역사를 크게 위협하기도 했지만 이 것이 곧 문명을 발달시키는 커다란 원인이 되기도 했다. 

 중국에서 시작한 흑사병은 14세기 실크로드를 따라 유럽으로 전염된다. 그리고 유럽 인구의 1/3을 죽이고 그 끝을 보았다. 이 과정에서 유럽은 봉건제도가 무너진다. 대략 2000만 명에서 3500만 명이 이 병으로 희생되었는데, 이 병은 영주를 포함하여 기사 계층과 성직자 계급이 지배하던 중세 유럽의 사회구조를 변화시켰다. 사람이 모여있는 곳에서 가장 많은 희생자가 나올 수밖에 없는 전염병의 특징상 성직자가 병으로 희생하는 일들이 빈번했고, 병의 확신이 본격화되자, 추기경이나 주교와 같은 고위 성직자들이 앞 다투어 도망가는 모습을 사람들은 목격하게 된다. 그 결과 교회에 대한 불신이 뿌리 깊어지고 이는 이슬람 문화의 확장으로도 이루어진다.

 그간 유럽 경제의 기반이었던 농노제 또한 커다란 타격을 받았다. 패스트가 도시의 인구를 절반으로 줄이자, 노동력의 품귀 현생이 일어난다. 임금이 두 배 이상으로 폭등하고 임금이 폭등하자 많은 농민들이 도시로 이주를 시작했다. 농촌에는 농노가 사라지고 소작농이나 자작농이 늘어나면서 노동자의 권리가 향상되었다. 일 손이 크게 줄어들면서, 노동력이 비교적 덜 들어가는 농업을 위주로 발전하였는데 포도주나 감자와 같이 노동력이 많이 필요하지 않은 농업으로 농업구조가 바뀌고 적게 투입한 노동력에 비해 고소득을 올릴 수 있는 목축업이 발전했다. 

 너무 많은 노동력이 사회에서 갑자기 사라지자, 사회는 노동력을 필요로 하게 되었고 남자만 담당하던 사회의 노동시장에 본격적으로 여성이 들어서며 여성의 노동력이 중요해지기 시작한 시기도 이 시기이다. 패스트는 자본의 입장에서 적은 노동력으로 큰 생산물을 획득해야 하는 고민을 안겨주었고 이후 유럽에서는 산업혁명이 일어나고 적은 노동자 수로 더 많은 생산력을 이용할 수 있는 산업구조가 탄생된다. 

 여러 가지 바이러스나 전염병들은 인간의 힘으로 극복한 예는 극히 드물고 왜 갑자기 그 병이 사라졌는지 지금의 과학자들도 의문을 갖는 일들이 많다. 그 사라진 배경으로 '환경의 변화'를 들고 있다. 칭기즈칸이 초원지대를 달려 나가 제국을 팽창하던 시기, 지구는 소빙기의 시간으로 접어든다. 소빙기의 시기에 지구 전반적으로 기온이 낮아지고 초원지대가 확산이 되며, '말'이라는 운송수단을 무기로 제국을 확장하던 '몽골'이 전 지구를 지배하기 직전까지 이어진다. 이 시기의 기온 변화는 몽골의 팽창과 더불어 바이러스의 축소와도 이어진다.

 숨도 쉬기 어려운 고산 지대를 터를 잡고 있는 여타 문명들은 어째서 그런 고원지대를 택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이 책은 해결해준다. 고산지대는 늦은 기온으로 바이러스 창궐이 어렵고 다른 이민자들과의 접촉에 있어서도 보호가 된다. 문명의 발달을 볼 때, 바이러스는 우리가 지금 흔히 말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거리두기를 이미 실천하고 있었다. 인도의 카스트 제도는 바이러스로부터 시작했을지도 모른다는 재미난 추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처한 세상과 이미 역사가 겪었던 세상이 얼마나 비슷한지에 대해서 소름 끼치게 알 수도 있다.

 '기업'이라는 형태로 묶여 있는 거대 생산 공동체들이 전염병 확산으로 인한 임금 상승을 이기지 못하고 무너지거나, 그로부터 떨어져 나온 개인의 시대가 도래한다는 내용은 흔히 우리가 접하는 유튜브나 인플루어서 혹은 개인 프리랜서로 고액을 번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 수 있게 된다. 바이러스의 피해가 비교적 적었던 국가를 중심으로 문화와 학문이 번창한다는 이야기 또한 현대 우리가 바이러스를 극복해야 할 좋은 이유이기도 하다. 사람들로부터 스스로 격리되어 자신을 보호해야 하고 하지만 스스로 경제적 활동을 해야 하는 우리의 시대는 4차 산업혁명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팬데믹 시대에 우리의 역할 이야기해준다. 

 바이러스는 조용히 흘러가는 세상을 단 한숨으로 뒤집어 바꾸는데 이에 대응하지 못했던 지주들이나 기득권들은 세상의 변화를 따라잡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한 세대도 걸리지 않았던 이런 변화에 우리와 우리 자녀 세대를 노출시키고 있는 오늘, 기분 좋게 화이자의 '백신' 소식을 듣게 되었다. 화이자 코로나 백신이 예방 효과가 90%가 넘어 드디어 빛이 보인다는 기사가 쏟아지는 오늘에서 이 책을 덮고 독후감을 작성한다는 것도 참 의미 있는 일인 것 같다. 화이자가 11월 셋째 주 경 미 식품의약품 (FDA)에 자사 백신 긴급 사용 승인을 신청하게 되면 올해 안헤 총 5천만 투여분의 코로나 19 백신을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내년 상반기가 되면 화이자를 포함하여 코로나 백신이 상용화될 것으로 기대한다는데, 어쩌면 날이 추워져 가는 이번 겨울이 가장 큰 고비가 되지 않을까 싶다. 우연하게도 코로나 바이러스와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던 시기 트럼프라는 미국 대통령이 짧게 미국의 정권을 잡고 있으면서, 대단하도록 우리는 과거의 역사의 한 터널을 통과했다. 앞으로 바이든의 시대에는 이 터널의 마지막을 나오길 기대하며, 진행 중인 코로나 19가 마무리되어, 본격적인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맞이 하지 않을까 기대한다.

이 책은 '바이러스 정복'이 아니라 '공생'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바이러스는 우리가 다른 환경을 파괴하듯 파괴해야 할 대상으로 잡을 것이 아니라 어쩌면 인류가 앞으로 꾸준하게 공생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한다. 일본인 의사가 작성한 책이지만 번역이나 내용이 일본 책의 느낌은 많이 나지 않고 빠르게 읽힐 수 있는 좋은 책이었다. 이 책 또한 빠르게 이틀 정도 시간을 내면 완독이 가능한 책이니 읽어보면 좋은 것 같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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