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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0. 2021

[문화] 사무환경이문화를 만든다 by 퍼시스


영국의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은 세계사에서 의미 있는 사건 중 하나다. '울타리를 둘러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 이 운동은 16세기 영국에서 모직물 공업이 발달하면서 양모 가격이 상승하자 지주들이 자신들의 수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농토를 합병하면서 경작지나 공유지에 울타리를 치는 운동을 말한다. 이 결과 농업 생산이 크게 증가하여 중산적 토지 소유자 층인 젠트리(Gentry) 계층이 커다란 부를 획득했다. 반면에 농토를 잃은 농민들은 도시로 쫓겨나 임금노동자가 되었다. 이렇게 커다란 사회 구조를 변화시키는 데는 '흑사병'이라는 '팬데믹’이 존재했다.



중세 유럽의 농촌에는 개인 토지 사유라는 개념이 약했다. 농지의 대부분이 마을의 공유지이기도 했고 장원이기도 했다. 그런 이유로 사람들은 그런 공동 소유의 땅에 가축을 풀어 목축을 하기도 하고 경작을 하기도 했다. 이전에는 없던 문화인 '울타리 치기'라는 운동으로 영주는 땅을 개인 소유지로 만들어 가기 시작했다.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에 힘을 실어준 것은 유럽을 강타했던 앞서 말한 전염병, 흑사병 때문이다. 흑사병으로 유럽의 인구가 1/3이 감소하자 일손 부족과 임금 상승으로 곡식 가격이 하락하게 되었다. 이에 영주들은 수익 극대화를 위해 황무지와 농지를 합병하였다. 팬데믹은 이처럼 사회의 구조 급변의 촉매제 역할을 한다.



인클로저(Enclosure) 운동을 보고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바로 '노동환경'과 그것이 만들어낸 '문화'의 변화이다. 현대 사회에서 우리를 지탱하는 기반은 더 이상 '농토'가 아니다. 농토보다 더 많은 생산력을 만들어내는 곳은 '사무실' 즉 '오피스'다. 우리는 ‘팬데믹’이라는 세계사적인 사건을 마주하면서 일상과 조직, 그리고 문화에 이르는 커다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전염병이 만들어낸 사회문화는 벌써 우리의 코 앞에서 일어나고 있다. 현대판 인클로저 운동은 이미 일어나고 있다. 방식은 현저히 다르지만, 생산물과 자산을 형성해가는 공간의 변화는 충분히 일어나고 있다. 세상은 사람들이 일하고 경제 활동을 하는 환경을 극단적으로 바꿔오고 있다. 그중 하나를 사람들은 재택근무로 본다. 하지만 재택근무는 현재의 현상을 모두 대체할 대안이 될 수 없다. 이는 집중업무에는 효과적일지 모르지만, 소통 업무에는 불리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내고 성과물을 만들어야 하는 현대사회의 경제 활동 방식에서 언어적 표현을 포함한 눈빛이나 박수, 환호, 등과 같은 비 언어적인 소통은 반드시 필요하다. 재택근무라는 것은 문제 해결을 위한 일 차원적인 해결 방식에 지나지 않는다. 단순히 병원균을 옮기지 않기 위해 집에 거주하는 문화를 창조하기에, 우리가 해야 할 창의적인 사고방식은 더 많은 니즈를 요구한다. 오피스를 없애는 것이 마치 세계적인 추세인 듯 매스컴에서 다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에게는 오피스를 없애는 일이 아닌, 새로운 방식의 오피스 창조가 필요하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부동산'을 포함하여 여러 가지 경제적 자산 가치가 상충되어 있는 복잡한 구조이다. 이러한 거대 시장이 결코 일순간에 사라지지는 않는다. 도심이라는 거대 유기체 또한 비대면이라는 일시적인 유행에 생명을 다 할리가 없다. 그것은 마치 이전에 갖지 못한 형태로의 진화를 의미할 뿐이다.



모두가 집 밖으로 꼼짝 하지 않는다면, 사무실 근처의 식당과 오프라인 상가들을 비롯해 모든 상업 활동에 영향을 받는다. 국가는 이처럼 경제에 커다란 손실이 될 사회 구조 변화를 방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마치 그럴 것 같다는 두려움에 세상은 움츠러든다. 어떤 이들은 이를 기회로 삼아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할 것이다. ‘코로나 19’라는 두려움이 걷히고 나면 현명한 승리자들이 세상에 남을 것이다. 가장 현실적으로 세상을 보는 방법은 아무도 만나지 말자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변화하는 세상에 맞는 방식을 찾느냐’다. 더욱 창의적인 것들을 얻어 가기 위해서 더 많은 것들을 보고 경험해 봐야 한다.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야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가 수 백 년을 지속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바이러스가 지나가고 난 뒤의 세상을 직시해야 한다.



사무환경 전문 브랜드 퍼시스가 '사무환경이 문화를 만든다:vol2 오피스 일상을 바꾸다'라는 도서를 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퍼시스는 지난 5년간 공간 프로젝트를 복기하고 코로나 19가 가져올 미래의 오피스 모습을 이 책 속에 그려 담았다. 책은 생각의 정원이라는 로비를 먼저 소개한다. 로비는 누가 뭐라고 해도 회사를 대표하는 곳이다. 열린 곳이다. 아무도 들어오지 말라는 인클루저 운동과는 다르게 더 많은 창조적인 생각을 할 수 이도록 이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해야 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소나기를 피하기 위해, 커다란 우산을 만드는 것만큼 바보 같은 우를 범해서는 안된다. 1년 뒤가 아닌 10년, 그리고 100년을 바라 볼 안목이 우리 사무공간에는 필요하다.



환경은 인간의 행동을 형성하는 보이지 않는 손이고 공간은 사람의 감각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종합 자극제라는 말이 뼈를 건드린다. 새로운 환경으로 이동하고 새로운 자극에 노출되면 또 다른 집중력이 생겨나는 것처럼 오피스의 직원들이 새로운 감각을 느끼고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도록 꽤나 현대적인 방식의 공간 이동이 필요하다. 이렇게 직원들에게 열정을 잃지 않게 하면서 집중할 수 있게 하는 방식은 스스로 상황을 옮길 수 있는 '주체적인 선택권'을 부여하는 것이다. 끊임없는 자극을 주기 위해서 로비의 공간에 정기적으로 다른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 또한 중요하다.



창밖의 정원을 내다볼 수 있는 자리에서 개인 업무를 처리하는 핫 데스크도 창의적인 업무활동을 가능하게 해 준다. 이 책을 통해 유연함과 소통, 자율적인 분위기를 알 수 있었다. 사무실 이곳저곳에서 그들이 했던 고민의 흔적들이 느껴진다. 사무환경을 보지 않더라도 공간은 충분히 회사의 분위기와 열정이 드러낸다. 어쩌면 당연하겠지만 사무환경 전문 브랜드 회사답게 사옥은 아주 스마트하다. 개인 업무와 협업을 적절하게 이용 가능하도록 공간이 서포트하고 있다. 직원들에게 다양한 공간의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창의성을 이끌어낸다. 이 회사의 가치는 간단히 재무제표만 보고도 알 수 있다. 겉모습만 그럴 싸 한 회사가 아닌 내실이 단단한 회사라는 것은 아는 사람들 사이에서 아는 이야기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학업 성취력을 확인하는 실험이 있었다. 학업 효율을 올려주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벽을 바라보는 폐쇄적인 공간과 소음보다는 '물소리'나 '새소리'와 같은 자연의 소리가 중요하다는 결론이 났다. 가만 생각해보면 칸트와 괴테, 헤겔, 야스퍼스, 베버, 키에르케고르 등의 수많은 사상가들과 철학자들은 모두 걷는 것을 사랑했다. 걷는 것은 하나의 명상이다. 명상은 가득 찬 오물을 비워내는 효과를 가져준다. 더 새롭고 창의적인 업무를 가능하게 한다. 회사는 '개인의 행복을 채워주는 단체'는 아니다. 회사가 개인의 복지만을 위해 신경 써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창의적인 생각이 회사의 수익과 직결되는 현대의 사무실 분위기는 개개인의 행복이 분명 회사 자산 중 하나라는 연결 고리를 갖게 한다. 자연과 연결된 사무 분위기는 창의적인 인재의 장기적인 생산성 극대화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와 4차 산업혁명이 불러일으킬 가장 큰 사회변화는 바로 스마트 워크이다. 스마트워크가 가능하면서 우리는 랜선이 연결된 커다란 데스크톱에 앉아 일을 해야 할 필요가 없어졌다. 불필요하게 한 공간에 갇혀 일하는 것은 산업혁명도 훨씬 이전 가내 수공업이 취하던 방식이 아닌가.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업무에 필요한 사람과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필요시 오피스 밖으로 나가기도 하며 상황에 맞는 능동적 업무 능력이 미래발전 의의 핵심 역량이다. 굳이 일을 위해 오피스를 방문해야 할 이유도 없어진다. 최고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불필요한 과정을 생략하고 목적을 분명히 하는 것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깊은 ‘꼰대 문화’에서의 탈피를 의미한다. 비효율적인 상하 복종 관계는 회사 이익과 별개로 연차에 의한 거들먹거림이나 만들어낼 뿐이다.



우리가 마주할 사무공간의 변화는 이렇듯, 업무 능력을 극대화하기만 하면 된다. 굳이 갇혀 지내며 비능률적이고 비생산적인 일을 강요받을 필요는 없다. 스마트워크 센터는 앞으로 오피스가 지향해야 할 모습이다. 어디로 출근을 해야 하고 누군가에게 감시를 받아야 하는지 성과와 별개인 구시대적인 업무 분위기가 아니다. 스스로 창의적인 생각을 만들고 오피스는 그것에 보조를 할 수 있는 명확한 필요에 의한 공간이 되어야 한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것보다 카페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집중이 된다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타벅스를 가면 책을 펴고 수시간 앉아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갇혀 있다는 강박 때문에 사고가 자유롭지 못해 새로운 창작활동을 하지 못하는 뮤지션들은 홍대의 거리로 뛰쳐나와 마음껏 자신의 창의성을 뽐내며 대한민국을 한류가 이끄는 세계적인 콘텐츠 문화 강국으로 성장시켰다. 퍼시스의 오피스 활용법은 굉장히 깔끔하고 스마트하다. 기존 오피스처럼 한 공간을 사용하는 듯하지만 굳이 본사에 출근 도장을 찍을 이유가 없는 자유로운 업무가 가능한 광화문센터의 운영이 그랬다. 게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바로 광화문 센터의 '포커스 존'이다. 책에서 설명한 바에 따르면 캘리포니아 대학 그롤리아 마크 박사가 2008년 사무직 근로자 3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실험이 있다. 이를 보자면은 오피스에서 근로자가 연속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집중 시간은 11분에 불과하며 외부 자극에 의해 그 집중이 깨지면 다시 집중 상태로 돌아가는 데는 23분이 



나 또한 작은 핸드폰 알림 때문에 해야 할 방향을 자꾸 놓치는 경우가 있다. 외부 자극 때문에 여기서 말하는 '포커스 존'이라는 장소는 몹시 스마트한 방식의 오피스 운용법이다. 매시간을 혼자 집중할 필요는 없지만, 분명 업무를 하다 보면 누군가의 방해를 받고 싶지 않은 몰입의 시간이 필요하다. 퍼시스는 그것을 놓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을 저격 지원한다. 신뢰가 간다.



또한 퍼시스그룹의 통합연구소 ‘스튜디오원’에는 각종 자재와 마감재 샘플, 테스트용 목업 제품까지 손으로 조립하는 ‘디자인 싱킹’이 있다. 미국의 실리콘 밸리에서 IT혁신이 일어나는 이유로 '차고'를 든다. 차고는 온갖 잡동사니들이 있다. 이것저것 머릿속에 구상하던 것들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차고의 조건이 창의력을 만들기 때문이다. 요즘 오피스들은 이런 차고형 오피스를 제공하는 추이다.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라는 서비스에 초청받았다. 크리에이터들이 마음껏 자신의 창작물을 만들 수 있도록 네이버에서 제공하는 장소이다. 퍼시스와 네이버 파트너 스퀘어를 보면 어딘가 많이 닮아 있다. 이처럼 이미 미래의 오피스를 향해 한 걸음 나가는 회사들은 1년 뒤가 아니라 10년 뒤의 미래를 준비한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새로운 인클로저 운동 사무공간에 일어나고 있다. 노동의 모습이, 사회의 모습이 지금 이 순간에도 바뀌어 가고 있다. 변화하는 업무 환경, 사무환경, 오피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반드시 읽어 볼 만한 책이다.








“본 리뷰는 퍼시스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리뷰어의 솔직하고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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