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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5. 2021

[철학] 아들러 심리학을말하다_미움받을 용기


 오디오북으로 책을 읽는다는 것은 일회적이거나 증발하기 쉽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다. 문자를 눈으로 읽어내는 독서야 말로 진짜 독서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미움받을 용기'를 오디오 북으로 들었던 것은 신의 한 수였다. 미움받을 용기란 책은 아주 오래전부터 항상 베스트셀러의 자리에 올라왔던 책이다. 어떤 책이기에 저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을 받나 호기심이 가긴 했지만, 왠지 제목이 책의 모든 것을 대변하고 있을 것 같다는 막연한 추측으로 읽어보지 못했던 책이다. 미움받을 용기를 가져야 마음이 편해진다는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했으리라는 생각을 했었다. 하지만 분명하게 말하자면 이 책은 그런 단순한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니다. 이 책의 구성은 가상의 철학자와 젊은 이 간의 대화 내용을 담은 책이다. 쉽게 말하자면 자기 계발서이거나 에세이 같은 느낌의 제목이지만 철학서적이라고 볼 수 있다. 아들러의 심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풀 어담은 명확한 철학서적이었다. 



 이 책을 오디오북으로 들었던 것이 너무 좋다. 우리가 독서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는 것은 우리의 견문을 넓히는데 상당한 장애가 된다. 눈으로만 책을 읽어야 한다는 강박은 내가 다른 정보를 받아들이지 못하게 한다. 사실 소리를 내지 않고 읽는 묵독은 9세기경 유럽의 수도원 필사실에서 시작했다. 이는 누군가가 불러주는 것을 받아 적는 노동과도 같았는데, 사실 인간이 독서 방법은 상당히 오랜 시간 동안 입을 통해 말하고 귀를 통해 듣는 방법을 취했을 뿐 묵독과 같이 혼자 조용히 사색하고 읽어 내려가는 방식을 취한 것은 비교적 최근이다. 이 책은 대화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자, 맹자 이야기나 성경의 이야기들도 따지고 보자면 제자와 스승의 대화 내용을 묶어 글로 남겨 놓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책의 형태는 분명 그 나이가 짧다. 



 책은 아주 확실한 노선을 취한다. 한 철학자가 젊은 이와 대화하는 방식을 취하는데, 철학자는 아들러의 심리학을 근간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또한 젊은이는 철학자가 하는 모든 이야기에 딴지를 건다. 사실 젊은이의 시선은 대부분의 독자와 비슷할 것이다. 얼핏 잘못 이해한다면 모순 덩어리뿐인 철학들에 대해 궁금증을 가져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만, 일방적으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책에서 그 호기심을 충족하기에는 적지 않은 인내심이 분명하게 필요하다. 이 책은 젊은이가 철학자가 하는 철학의 빈틈을 여지없이 파고들며 논파하려고 노력한다. 다만 철학자는 차분하게 그 이야기에 대한 풀이를 한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목적론과 원인론이다. 이는 당연히 아들러 심리학에 근간한 이야기인데, 아들러 심리에 앞서 불교에서 석가모니 가르침과도 일맥 한다. 사실 세상의 대부분의 것은 실제적 인과라기보다 인간의 해석이다. 누군가가 자신의 옷으로 커피를 쏟았을 때,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면, 분노의 감정이 일어나서 소리를 지른 것일까? 소리를 지르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불러일으킨 것일까? 얼핏 모두가 젊은이의 입장처럼 분노가 일어나서 소리를 질렀다고 말하겠지만, 아들러 심리학에 따르면 소리를 지르기 위해 분노라는 감정을 일으켰다는 것이 된다. 



 또한 똑같은 온도를 유지하고 있는 우물 안의 물의 온도를 가지고 여름에 느끼느냐? 겨울에 느끼느냐에 따라 객관적인 사실에 대한 이해가 달라질 수가 있다는 이야기도 공감이 된다. 우리는 객관적이다라는 말을 좋아한다. 하지만 세상에 객관적이다는 것은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에 따라서 언제든지 객관적인 상황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세상에 불행이 존재하는지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의심을 갖고 있다. 가령 다른 누군가에 비해 '기구한 운명'을 가진 사람들도 분명 있고, '팔자 좋다'는 사람들도 존재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것은 과연 객관적인 사실들일까 싶다. 아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제주에서 서울로 가는 비행기를 타기로 했다고 가정해보자. 운이 나쁘게 지각을 하는 바람에 그 비행기를 놓치고 그 약속에 참석하지 못하는 바람에 운명이 크게 달라졌다고 해보자. 그 날은 분명 운이 없는 날이라고 수년 동안 '그 날'을 원망했다 치자. 그러다 문뜩 시간이 흐르고, 내가 놓쳤던 비행기가 추락하여 그날 탑승객 전원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들었다면 과연 나의 그날은 어떤 식으로 달라지는가. 운이 나쁜 날에서 운이 좋은 날로 바뀌는 것이다.



 모든 것은 상대적이다. 어느 곳과 비교하느냐에 따라 결괏값은 조금의 오차범위를 지니는 것이 아니라 완전히 반대로 뒤집어지기도 한다. 앞서 말한 내용과 일맥 하게 이 책에서는 인간이 하는 모든 고민이 인간관계로 부터 나온다고 말한다. 처음에는 나 또한 젊은이처럼 그 이론이 비약이 심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책을 읽지 않고 있을 때, 곰곰이 나만의 사색의 시간을 가져 그 이야기를 곱씹어 봤다. 그랬다. 사실 모든 것은 인간관계로부터 나오는 고민이었다. 키가 작다. 크다. 뚱뚱하다. 성공하다. 실패하다를 비롯해 우리가 하는 대부분의 고민은 상대를 의식하면서부터 시작한다. 이에 비교대상은 상대가 되기도 하고 과거의 내가 되기도 하며, 미래의 내가 되기도 한다. 꿈이나 목적을 설정하고 발전해 나가는 것은 분명 계발적으로 도움이 된다. 하지만 여기서 또한 스스로의 열등감을 만들어내는 행위일 뿐이다. 이루지 못한 현재의 나는 모든 것을 이뤄낸 미래의 나에게 항상 비교당하는 열등의 대상일 뿐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지금에 스포트라이트를 과하게 비추면 과거도 미래도 보이지 않는 오롯이 지금만 존재한다'라고 하는 구절이다. 사실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에서 '과거'와 '미래'는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오늘'도 아닌 바로 '지금'이라는 순간들일뿐이다. 과거의 고통이나 트라우마가 현재의 나를 괴롭히고 있다는 착각은 스스로가 스스로를 좀 먹는 일과도 같다. 과거는 지나간 시공간에 머물러 지금의 나에게 어떤 영향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나간 일에 대해 꾸준하게 끄집어내어 현재를 괴롭히는 것은 과거의 잘못이라기보다 현재의 잘못인 샘이다. 미래에 대한 과한 꿈과 목적을 갖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이는 망상으로 빠져 들어가고 결국 현재의 내 몫을 갉아먹는다. 그렇게 과거와 미래를 지우기 위해서는, 실제 과거와 미래를 지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 아니다. 무대 위에 조명을 앞으로 비추면 현재의 내가 보이지 않고 앞만 보인다. 뒤로 비춰도 지금의 나는 사라지고 뒤의 나만 보인다. 하지만 그 조명 핀을 현재의 나로 집중하 강하게 비추면 그 스포트라이트는 현재의 나만 명확해지고 과거와 미래는 보이지 않게 된다.



 명상이란 그렇다. 숨을 쉬는 나의 호흡에 집중하여 내가 들이마시는 호흡과 내뱉는 숨에 집중한다. 지금을 깨어 살고 지금의 나는 온전히 존재한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깨닫게 된다면 나를 괴롭히는 과거와 미래에서부터 벗어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제목'만 보고 책을 고르는 것은 상당히 위험하다. 제목은 모든 글이 완성된 뒤에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팔리기 위해' 출판사로부터 지어지는 마케팅적 표어일 뿐이다. 사실 책을 쓰다 보면, 내가 담고자 하는 의미를 제목으로 함축하기 힘든 경우가 많다. 그런 경우는 대게 그냥 많이 주목받을 수 있는 제목을 선정한다. 그런 대중적인 제목 때문에 이런 원석을 발견하지 못했던 지난날이 매우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이 책을 발견하여 읽었으니 앞으로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방향이 조금 더 현명해지고 넓어지지 않았을까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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