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Mar 26. 2021

[일상] 정원에서 독서_우리가 원했던 것들

 아이의 유치원 차를 기다리면서 마당 정원에 앉아 책을 읽는다. 현재 읽고 있는 책은 '우리가 원했던 것들'이라는 소설이다. 대략 1/3 가량을 읽었는데, 어찌 보면 사소할 수도 있는 일, 어찌 보면 굉장히 무거울 수 있는 일로 인해 아이와 부모가 겪는 일이다. 아직 내용이 어떻게 전개가 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는 소설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가 정말 재밌다. 지난주에도 아이의 유치원 차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고 있었다. 아이는 차에서 내리면서 '아빠, 공부하고 있네? 다율이 도 공부할래요~'하며 유치원 차에서 내렸다. 굳이 연출하려고 하는 건 아니지만, 아이의 눈에 아빠가 책 읽고 있는 모습이 간간히 보이는 것을 숨길 이유도 없다.

 어린 시절에는 집 근처에 이웃사촌이 없다는 것이 '불행' 중 하나로 생각했던 기억이 있다. 다른 친구들은 모두 동네 친구가 있고 이웃사촌이 있었지만, 왜 우리 집에는 주위에 아무도 없는가. 지금은 반대이다. 우리 주변엔 두채 정도의 건물이 들어섰다. 모두 개인 마당과 차고를 가지고 있고 바다가 보이는 테라스와 2~3층 정도의 내부 공간을 갖고 있는 집이다. 아파트가 북적 북적이며 집에 오고 가며 만나게 되는 아파트 생활에 대한 동경은 이제 없다. 조용히 햇살을 받으며 마당에 앉아 책을 읽을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있다는 사실은 어쩌면 참 행운이라고 생각이 든다. 내가 밖에서 책을 읽는 모습이 어떻게 비칠까를 고민할 필요도 없고 커피 한 잔 마시면서 얼마나 오랫동안 있어야 하는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떤 옷차람을 하건 상관이 없다. 노트북 하나 들고나가서 세월아 네월아, 글도 써도 좋다.

제주 한 달 살이가 유행이라는데 이처럼 터가 제주에 있는 것은 더없는 행운이다. 삶에 불안과 걱정의 요소가 하나도 없냐면 그렇지는 않다. 다만 내가 초점을 비춰야 하는 부분이 더 명확해 보인다는 '미움받을 용기'의 한 구절처럼 밝은 부분을 더 명확하게 보려고 노력할 뿐이다. 햇볕을 받고 산지 생각해보니 꽤 오래된 것 같다. 차와 건물, 집. 다시 차와 건물, 집을 오랜 기간 반복하다 보니 형광등이 아니라면 빛 다운 빛을 받아 본 것이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든다. 금일 미세먼지 수치는 오후가 되며 제주는 나쁨이다. 얼마 전까지,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중국 내, 생산력 감소가 이어지면서 미세먼지 수치가 많이 줄었다고 하는데 이제 다시 미세 먼지가 제주로 넘어온다. 제주는 맑은 공기와 물로 유명할 것 같지만, 공기의 질은 아주 좋다고 하기는 힘들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고 공기의 흐름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섬의 특징 때문에 편서풍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사실 제주 공기 질을 이야기하려면 중국발 미세먼지가 문제가 아니다. 그런 인공적인 대기의 질이라면 어쩌면 제주는 축복받은 편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국민건강보험공단과 대한 아토피 피부염 학회가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에 따르면 아파토 피 피부염 환자가 19세 이하인 소아에서 제주가 가장 많다.  이는 경상도와 전라도에 비해 50%나 높다. 유병률이 7.27%니, 결코 적은 수치라고 말하기 힘들다. 청정도시라고 우리가 부르고 있는 제주에 유독 소아 아토피 환자가 많은 이유는 제주에서 농사를 위해 심어둔 '방풍낭(바람막이 나무)' 때문이다. 박정희 대통령 시절에 바람이 많이 부는 제주에 일본 삼나무를 심는 것으로부터 제주는 철마다 '삼나무 꽃가루가 날린다.' 자동차를 차고에 집어넣지 않는다면 얼마 간의 주차만으로 제주의 차들은 누런 가루로 뒤덮이고 만다. 이 철이 되면 비염처럼 콧물과 두통을 달고 살던 나도 이런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사실 모든 곳에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다고 착각하고 살았기 때문이다. 다만 성인으로 올라간다면 아토피 유병률은 상당하게 떨어지는데, 아마도 도시화 혹은 공업화가 적고 대기 오염이 적은 제주의 특성 때문인 듯하다. 아토피 피부염 환자의 10%는 불안과 우울증을 앓기도 하고 수면장애와 정신 질환에 시달리기도 한다고 한다. 또한 어린아이에게는 ADHD 유병률 또한 0.6%로 아주 미세하지만 존재하기도 한다. 그래도 분명한 것은 폐타이어나 합성 섬 유물 생활 폐기물을 태워 발생한 대기의 오염보단 삼나무에서 발생하는 꽃가루를 들이마셔 병에 걸리는 편이 더 낫지 않나 싶다. 원래 인생은 최선과 최고만 취하진 못하고, 최악을 피하기 위해선 차악을 선택해야 하는 법이니...


작가의 이전글 [철학] 아들러 심리학을말하다_미움받을 용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