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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9. 2021

[생각] 실패의 목적은 너희를 성공에 이르게 하는 것

'실패의 목적은 너희를 성공에 이르게 하는 것이다.'


어쩌다 이 글이 나에게 커다란 영향을 주었는지 잊을 날이 있을 것이다. 그만큼 '실패'가 기억에서 흐릿해질 쯤이면 더 이상 이루고 싶은 것이 없는 노파가 되어 있을게다. 성공과 실패라는 파고를 넘나들며 향해야 하는 목적지는 '실패'와 '성공'으로 딱히 정의할 수 없다. 이는 더 고차원적이고 고귀한 것인지 모른다. 어쩌면 '불쑥' 찾아온 감정이라는 녀석만 배제하고 본다면 실패와 성공 따위는 목적지로 가는 길 중 배경에 불과하다.


20살을 막 들어서면서 '성공'이라는 단어에 기민하게 반응했다. 성공하는 법을 수첩에 적어 모으고 언제든 꺼내 읽었다. 다른 이들의 성공 철학이나 스토리를 귀담아 들었다. 성공의 타이틀을 돈과 명예에 맞춰 살았다. 다만 여러 가지를 겪고 넘어서다 보니 새삼 느낀다. 실패의 목적이 성공에 이르는 것이라 할지라도 인생의 목적은 성공에 이르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인생이라는 것에 큰 의미를 부여한다. 마치 태어난 이유와 존재의 이유가 가득하다는 부담감을 스스로의 어깨 위에 지어 놓는다. 하지만 그런 부담을 지어준 것은 그 누구도 아니다. 꽂이 존재하는 이유는 산과 들을 아름답게 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그저 존재로 그 역할을 다 했을 뿐이다. 한 여름 나무가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준다고 하더라도 그 나무는 그늘을 제공하기 위해 혹은 남을 돕기 위해 존재하는 것들이 아니다. 그 나무는 그저 그 존재로써 역할을 다 한 것이다. 우리도 마찬가지다. 스스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찾기 위해 방황하고 힘들어하겠지만 우리는 그 어떤 이유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존재하는 것뿐이고 그런 이유로 목적을 이미 달성했다.


인생의 목적은 실패와 성공을 겪으며 그저 담담하게 앞으로 걸어가는 것이다. 거기에 도달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어제보다 나이를 조금 더 먹는 일이 목적이라면 목적이다. 전역하는 것을 기다리는 병장처럼 시간을 보내는 일이 가장 큰 목적일지도 모른다. 삶이란 고귀하게 말한다고 하더라도 결국 '태어나버림'과 '죽어버림'사이에 공백을 채워 넣는 일일 뿐이다. 부여받은 생명을 제외하고 어떠한 존재의 이유도 강요받지 않았다. 인생이란 도화지에는 실패던 성공이던 나름의 기록들을 채워 넣어야 한다. 다만 그것은 목적이 아니다. 깨끗한 그림을 그리기 위해 아무것도 남기지 않는 것은 작품이 아니다. 빨간색과 파란색, 심지어 검은색을 2중, 3중으로 덧칠해야 아름답고 깨끗한 그림이 완성된다. 우리가 하는 성공뿐만 아니라 실패 또한 요리의 좋은 맛을 결정짓는 조미료이고 우리는 오르고 내리며 인생의 고락에서 파고를 즐기기만 하면 그만인 축복받은 존재들이다. 시작과 동시에 좋은 일만 일어나는 드라마나 영화는 성공하지 못하고 이미 최고의 레벨로 시작하는 게임은 재미가 없다. 결국 신나는 눈썰매를 타기 위해 가파른 산을 올라야 하는 것처럼, 오르고 내리는 일은 오르면서도 내리면서도 그만한 대가를 지불한다. 빈 도화지를 채우는 일이 인생의 목적이라면 오늘도 성공이든 실패든 뭐든 채울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감사함이 절실하다.


세상에는 어떤 목적을 얻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해도 얻지 못할 때가 있고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던 일에서 커다란 수확을 얻기도 한다. 되고 안되고는 신의 영역이지만 하고 안 하고는 나의 영역이다. 무릎을 굽히지 않고서는 위로 튀어 오를 수가 없다. 튀어 오르기 위해서는 지금 있는 위치보다 더 낮은 자세로 낮춰야만 한다. 언젠가 의미 없는 젊은 시절을 후회했던 적이 있다. 해외에서 유학까지 갔다 오고 농촌에서 밭 일을 하는 일을 비웃는 사람들도 있었다. 내가 가진 무기를 사용하지 않고 세월을 낭비하는 어리석음이라고들 했다. 나 또한 그들의 비웃음에 흔들려 자책하던 시기를 보낸 적이 있다. 아마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자신의 장점을 잘 모르고 현재의 누추함을 스스로에게 부각하는 일을 매일 같이 하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명마를 갖고 있다고 매 순간을 달려야 하는 것은 아니다. 명마는 아주 중요한 순간에만 빠르게 달려 나가면 된다. 결과에 연연하지 말자. 연연해한다 하더라도 연연해하는 것조차 즐겨보자. 자신의 장점을 잊고 지냈다 하더라도 늦었다거나 못났다고 생각하지 말자. 언젠가 다가 올 기회를 기다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인생의 목적을 딱히 성공에 잡아두지 않는다면 삶이란 복잡해지고 다양해질수록 재미난 게임 같은 것이다. 아무 의미 없는 인생의 목적에 대해 고민할 시간이면 지금 당장 즐겨야 할 행복과 감사함부터 챙겨 가져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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