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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28. 2021

[제주여행] 뽀로로테마파크

사실 여행이라고 말하긴 좀 그렇지만 아이들과 뽀로로 테마파크를 다녀왔다. 한 번 갈 때마다 지출해야 하는 비용이 꽤 큰데, 10회 이용권을 구매하면 꽤 많이 저렴해진다. 그런 이유로 10회 이용권을 구매했다. 제주에 살면서 좋은 기회는 많지만 이 또한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집에서 50분가량을 이동하고 나면 뽀로로 테마파크를 방문할 수 있다. 벌써 세 번째 방문이다. 하율이와 다율이는 출발 전부터 기대를 많이 하고 있는 눈치였다. 아이에게 운동화를 신어야 한다고 일러 주었다. 부쩍 패션에 관심이 많아진 아이들은 운동화보다는 구두를 선호한다. 그리고 어디서 봤는지는 모르겠지만 장화를 신고 외출하겠다고 조르는 날도 많다. 신발을 신는 일에서는 조금 수월하게 하루를 시작했다.

 사람들은 많이 없다. 오전 일찍 출발한 탓에 그런 것도 있고 아마도 코로나 19가 다시 확산되는 분위기 탓도 분명하게 있다. 코로나 19로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자제하곤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이렇게 포스팅되는 사진들을 보면 자주 외출하는 듯 하지만, 나는 남는 시간 대부분을 집에서 보내기 때문에 사실상 사진에 올라오는 아이들과의 외출이 나에게도 거의 유일한 외출이기도 하다.


 세 번째 방문이지만 아이들은 마치 새로운 곳을 오기라도 한 듯 기뻐했다. 너무 어릴 때 왔었나 싶다. 나에게 이곳은 좋은 기억도 있고 씁쓸한 기억도 모두 있는 곳이다. 이곳에 오면 일단 나의 핸드폰과 시계는 마구 울리기 시작한다. 대략 1만 보 정도를 걸으면 알람이 울리게 설정해 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1만 보는 금방 채운다. 나만큼이나 아이들도 많이 지칠 것이다. 나는 읽고 있는 소설을 하나 들고 갔다. 이곳에는 '방방이'가 있는데 아이들이 그곳에서 노는 것만으로도 나도 아이들도 모두 완벽하게 만족한다. 우리는 오전 10시 50분 정도 도착했다. 



 제일 먼저 보이는 기구를 탔다. 별거 없이 위로 올라왔다가 내려가는 기구다. 아이들의 흥분은 이때도 가라앉지 않았다. 바람이 조금 불어 흔들거리긴 했지만, 노트북이며 두꺼운 소설책을 잔뜩 담아둔 가방과 그보다 훨씬 위험한 내 몸무게를 합하니 혹시나 내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기기가 떨어지지는 않을까 걱정이 됐다.


 어쩌면 서로 짠 듯이 매번 같은 동선으로 이동하는지 모르겠다. 아이들은 조금의 오차도 없이 지난 두 번과 똑같이 움직였다. 사진을 찍는 것도 찍는 거지만, 아이가 자라난 것 외에 거의 똑같은 사진이 되어버린다.

가자마자 11시 30분부터 공연을 시작한단다. 일찌감치 앞자리에 앉고 아이들과 수다를 떨었다. 오는 길에 놓여있는 풍선을 보고 하율이가 말한다. 

"아빠, 풍선 사 주세요."

나는 집에 갈 때 사준다고 말했다. 그 뒤로부터 하율이는 입구를 들어서자마자 집에 가자고 졸랐다. 사실 공연도 보고 싶지 않고 풍선을 사달라는 하율이를 달래느라 이 공연에서 내가 제일 좋은 리액션을 취하고 있었다. 큰소리로 노래도 따라 부르고 동작도 같이하다가 문뜩 주변을 돌아봤는데, 나 같은 유난스러운 어른은 없었다. 하율이는 공연 중반부가 되니 어느덧 공연에 흠뻑 빠져들었다.

 하율이는 한번 꽂히고 나면 굉장히 난감할 만큼 뒤가 없다. 들어온 지 10분 만에 집에 가자는 하율이를 달래느라 초반에 진을 빼고 나니, 점차 기력이 급격하게 빠짐을 느꼈다. 

 아이들의 키는 정확하게 1미터다. 어떤 날 키를 재면 2센티가 부족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1미터가 넘는 것 같기도 한데, 양심적으로 보자면 아직 1미터가 조금 부족한 상태일 거라고 추측한다. 1미터가 되느냐 안되느냐에 따라 탈 수 있는 기구가 한정되다 보니 사실 아이들은 오늘 이곳에 오기 위해 먹기 싫은 야채와 밥을 꿋꿋하게 먹었다. 1미터가 된 기념으로 방문한 파크이지만 실제로 기구 몇몇은 타지 못하고 돌아오게 되었다. 내가 어린 시절에 부모님과 에버랜드를 갔을 때 함께 키가 부족하면 직원 분들이 그냥 융통성(?) 있게 유머스럽게 하고 넘어가 주셨는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변해서 얄짤없다. 뭐 크게 보자면 맞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 거지 싶긴 하다. 

 다율이 가 가장 무서워했던 바이킹이다. 사실 이거와 비슷한 바이킹이 입구에도 있었는데 그것을 너무 타보고 싶어 하길래 이처럼 작은 바이킹을 탔다. 다율이는 내리면서 너무 무서웠다고 말한다. 사실 이것을 탈 때 직원분이 키를 재보더니, 너무 딱 1미터라 애매하긴 한데, 아마 다른 기구는 못 타실 수도 있을 거예요.라고 말했던 기억이 있다. 실제로 아이들 1미터 기념으로 간 뽀로로 테마파크인데 결국 기구는 2개밖에 못 탔다.

 아이들이 너무 맛있게 먹었던 솜사탕. 보기에는 너무 먹음직스럽고 이쁘다. 하지만 저것을 먹는 것은 분명 각오를 다지고 먹어야 한다. 아마 식용색소가 섞인 설탕을 재료로 만드는 듯한데, 옷에 묻으면 거의 지워지지 않았다. 또한 입이며 손이며 색소가 덕지덕지 묻어 있다. 식용색소는 실제로 보면 식용이라는 말이 없으면 먹기 조금 애매한 비주얼을 갖고 있다. 설탕이 녹으면 식용색소의 원래 색깔이 나온다. 나는 아이들이 먹다가 군데군데 굳어진 부분을 뜯어먹으며 다듬어 주었다. 뭐... 재미는 있다. 다만 화장실에서 한바탕 소동을 벌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이렇게 방방을 타고 노는 동안 나는 한참을 독서 삼매경에 빠졌다. 보통 제주에 있는 키즈 카페 어디를 가도 아이들이 어느 정도 놀다가 부모를 찾을 정도로 사람 많고 좁은데, 여기는 아이들이 지칠 만큼 놀 때까지 아빠를 찾지 않았다. 덕분에 며칠째, 1/3의 진도를 빼고 있던 최근 소설을 푹 빠져 볼 수 있었다. 거의 지금은 절반만큼 읽었는데, 아이도 만족하고 아빠도 만족하는 시간이었다. 

코로나 19가 무슨 장점이 있겠냐만, 굳이 찾아본다면 저 마스크일지도 모른다.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뒤부터 아이들의 잔병 치레가 없어졌다. 또한 나에게는 노화와 나잇살을 가려주는 좋은 도구가 되었다. 가끔 아이들이 아빠를 찾다가 눈이 마주칠 때가 있는데, 나는 분명 환하게 웃고 있는데 마스크에 가려 아이들에게 그 웃음이 전달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다. 


 사은품으로 받아온 이어폰을 들어보는 하율이와 다율이다. 아마 난생처음으로 귀로 직접 소리가 전달되는 것을 경험해 본 것인데, 아이에게 어떤진 모르겠지만 신기해하길래 경험시켜주었다. 사실은 아이들은 다른 걸 떠나서 루돌프 머리에 있는 뿔 때문에 이 헤드폰을 좋아하는 모양이다. 






 내친김에 골전도 이어폰도 씌어주었다. 아이들에게 골전도 이어폰을 씌워주고 뽀로로를 보여주는 내가 조용히 책을 읽을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될 것 같다는 생각은 들었다. 하지만 분명 아이들에게 좋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드는 탓에, 오늘 이외에 이런 경험은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몹시 피곤했는지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잠시 들린 이마트에서 카트에 올라타 있다가 카트에서 깜빡 잠에 들었다. 오늘은 일찍 잠에 들까 싶은데, 어쩐지 물놀이를 하고 식사를 마친 지금 8시 반에도 잠에 들지 않고 있다. 어쩌면 내가 먼저 잠에 드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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