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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5. 2021

[생각]우리 아이에게명문대 졸업장이필요 없는이유


 우리 아이는 명문대를 가야 하는가?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흔히 우리가 명문대학교라고 부르는 학교를 보내기 위해 막대한 사교육비를 지출한다. 연간 출산율 감소로 학생이 적어지지만 연간 사교육비는 꾸준하게 올라 연간 21조 원가량이 됐다. 21조 원이면 KT의 시가총액 3배에 이르는 수치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사교육에 자녀를 맡기는 행위는 단순히 '명문대'가 목표였다. 명문대 졸업장은 대한민국에서 빠르고 안전하게 성공하는 하이패스 같은 느낌이었다. 10대 후반기에 결정된 대학은 사회 계층의 첫걸음이라는 인식이 생겼다. 실제로 명문대는 출세의 첫 시작 이기도 했고 지금 또한 그러하다. 하지만 이제 미취학 아동들이 성인이 될 나이에도 명문대 졸업장은 지금과 같은 지위를 유지하고 있을까?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고등학교 학생들은 과도기에 있다. 달라져가는 시대의 끼인 세대다. 대학에 들어가는 것은 따지고 보자면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었다. 성공을 하기 위해선 좋은 인맥과 정보가 필요했다. 좋은 인맥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동문을 가져야 했고 좋은 정보를 얻기 위해서는 좋은 인맥을 가져야 했다. 



 즉, 우리 시대에는 영어를 공부하기 위해서 '영어능통자'를 만나야 했다. 요식업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백종원 대표'와 같은 황금 인맥이 필요했고 노래를 잘 부르기 위해서는 훌륭한 보컬 트레이너가 있는 학원이나 학교를 들어가야 했다. 하지만 멀리 볼 것도 없이 지금도 그것들은 필요하지 않다. 우리가 원하는 대부분의 정보는 유튜브 동영상이나 블로그에 공짜로 넘쳐 난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1만 원 내지, 2만 원 정도의 책값이라도 지불해야 하는 정보들은 모두 공짜 세상으로 튀어나왔다. 식당을 성공하는 엄청나게 많은 요령과 레시피는 인터넷에 간단한 검색 만으로 누구나 볼 수가 있고 유명 대학교의 강의 또한 언제든지 들어 볼 수 있다. 해외를 나가야지만 접할 수 있는 '영어' 환경 또한 언제든지 접할 수 있고 좋은 인맥을 만들거나 좋은 정보를 만드는 모든 행위가 우리가 살고 있는 실제 물리적 환경을 벗어나 온라인에서 가능하게 되었다.



 우리가 원하던 정보를 얻기 위해 불필요한 출혈을 감행할 이유가 사라진 시대다. 이제 남은 건, 목적이 되어버린 수단에 대한 미련을 놓는 것이다. 이제는 졸업장은 단순히 멋진 옷이나 유명 브랜드 자동차와 같이 스스로를 나타내고 남에게 과시할 수 있는 좋은 홍보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성공으로 가는 독점적인 길목이 되진 않는다. 기타를 배우기 위해서 주변에 기타를 잘 치는 사람을 찾는 일 보다 유튜브에서 영상 하나를 수 십 번 반복해 보는 것이 더 확실하다. 그런 이유로 명문대를 가야 할 이유는 사라졌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문대를 가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게 있다. 그것은 바로 명문대 졸업장이라는 것이 과정에 대한 보상이기 때문이다. 가령,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친구와 놀러 다닌다거나 조금만 하고 많이 얻어가려는 게으름의 집합체로서 명문대는 가질 수 없는 꿈이다. 명문대를 들어가기 위해서는 자신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고 꾸준한 글 읽기와 상대의 이야기를 캐치해 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것은 곧 성적으로 연결되고 성적은 명문대를 들어갈 수 있는 기본 요건이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졸업장'이다. 일단 과정에 대한 보상으로 입학을 할 수 있었다면, 굳이 졸업장은 더 이상 필요하지 않다. 빌 게이츠도 마크 주커버그도 스티브 잡스도 모두 대학을 졸업한 이유는 졸업장이 주는 특별한 혜택에 기대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가 얻어가야 할 것은 졸업장이 아니다. 공부는 사실 따지고 보자면, 알려주는 사람에 대해 존경을 필요로 하는 일이다. 수업시간에 잠을 자거나 정보를 알려주는 사람의 이야기에 필기하지 않는 사람은 명문대 졸업장을 쥐어 주어도 성공하기 힘들다. 특별한 정보를 가지고 있는 사람에 대한 동경과 그것을 자기 것으로 채득 하려는 자세와 습관은 공부로 연결된다. 그런 이유로 많은 성공한 사람들은 전공과 다른 생업을 하면서도 줄곧 성공하기도 한다. 우리가 아는 국내외 재벌과 부자들의 전공은 자신들을 부로 만들어 준 생업과 전혀 다르다. 



 스티브 잡스는 대학에서 영문학, 철학 , 물리학을 공부했고 빌 게이츠는 법학과 심리학을 공부했다. 마크 주커버그는 심리학을 공부했다. 그밖에도 우리나라 재벌들 또한 대학 전공은 실제 생업과 별개인 경우가 많다. 그들은 실제로 대학에서 얻을 수 있는 성공 비법에 관심이 없었다.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분야를 선택했으며 명문대학을 입학할 만큼 뛰어난 자기 관리와 성적을 유지했다. 그리고 그런 습관은 결국 자신의 전공과 전혀 다른 방향에서도 뛰어난 능력을 발휘했다. 흔히 '될놈될'이라는 말이 있다. 속된 말로 '될 놈은 뭘 해도 된다'를 뜻한다. 이렇게 불공평한 말이 유행어가 된다는 것은 이런 형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공감을 일으킬 만큼 일반적인 현상이라는 것이다. 사실 어떤 것에 대해 일반적인 성과를 이뤄낸 경험이 있는 사람은 다른 일에 대해서도 비슷한 성과를 이뤄낼 가능성이 높다. 



 즉, 부정입학이나 학력위조, 기부입학과 같은 방식으로 대학교 졸업장만을 받기 위해 입학하는 행위는 더 이상 미래가 없다. 사람을 대할 때, 업무적으로나 사무적으로 사람을 만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럴 때마다 그 사람의 대략을 파악할 수 있는 것은 '기록' 여부다. 많은 사람들이 중요한 정보를 주고받을 때조차 '스스로의 머리'에 의존하여 어떤 기록도 하지 않는다. 이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기록하지 않는다는 것은 사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다름없다. 누군가가 다음 주 로또번호를 알려준다면 과연 펜과 종이 없이 머리로만 기억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세상에는 우리를 다음 단계로 인도해 줄 상당히 많은 기회가 산재하여 있다. 이런 정보를 스스로의 그릇으로 옮겨내기 위해 간단한 기록의 노동은 어떻게 보면 필수적이다. 또한 내가 기록했거나 남이 기록한 내용을 훔쳐보는 일을 숙달하는 것은 기록만큼이나 더 필수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무엇이 중요할까? 아마 이쯤 되면 대략 글의 요지를 파악할 수 있겠지만, 바로 '문해력'. 독서를 말한다. 글을 읽고 쓰는 능력. 이 능력은 우리 아이들의 서울대학교 졸업장보다 100만 배는 더 값진 자산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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