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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8. 2021

[역사] 종의 기원 이전의 진화의 역사_진화의 오리진

 찰스 다윈이 '종이 기원'을 발표하기 이전 우리들은 조상에 대한 인식은 어땠으며 진화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을까? '찰스 디킨스'의 소설 '마틴 처즐 위트'에는 "인류가 한때 원숭이였을 확률을 다루는 몬 보도의 학설"이라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1843년 인쇄된 것으로 종이 기원이 출간되기도 16년 전이다. 또한 보몬도가 죽은 지 44년 뒤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것처럼 '진화'라는 개념은 '찰스 다윈'의 머릿속에서 어느 날 갑자기 탄생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꾸준하게 제시되어 왔던 내용이다. 물고기가 사람으로 바뀌어가는 데에는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 것처럼 진화론은 어느 순간 한 천재에 의하 일순간 제시된 이론은 아니다. 학계에서는 이미 충분한 언급이 이루어졌던 이 진화론이 어떻게 점차 완전의 모습을 향해 바뀌어 가고 있는지 물고기가 사람이 되어 가듯 아주 천천히 구체적으로 그리고 전반적으로 '진화론의 진화'를 서술해 나간다.

 다윈의 '종의 기원'이 출간된 1859년, 진화는 이미 널리 사실로 받아들여져 있었고 이미 수십 년 전부터 과학자들이 본격적으로 논의해 왔다. 여기에 다윈은 그 메커니즘의 원리를 '자연선택'이라는 방식으로 설명했다는 것이 공로다. 책은 단순히 진화에 대한 서술을 늘어놓는 것으로 끝내지 않는다. 그 과정에 대한 서술을 하나하나 써 내려가면서 마치 '진화론'이라는 것이 나무 위에서 떨어지는 사과를 보고 만유인력을 떠올렸던 뉴턴처럼 번뜻이는 영감에 의한 것이 아니란 것쯤을 설명한다. 책의 겉표지는 마치 판타지 소설처럼 신비롭다. 책을 처음 가볍게 꺼내 읽었을 때보다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느껴지는 책의 묵직한 무게감이 반전이다. 이 책은 앞서 말한대로 판타지 같은 표지를 가지고 있지만 흥미로운 이름을 갖고 있는 책이다. 역사의 역사처럼 종의 기원의 기원의 느낌을 말하는 듯하다. 진화의 오리진이 이라는 한자와 영문의 조합으로 명확하게 '다윈의 진화'가 아닌 '진화'에 대한 전반과 그 뿌리를 이야기하고자 넓은 의미에서 훑어준다.

 요즘 읽는 책들마다 두께와 무게가 묵직하다. 이 책도 묵직하다. 코스모스를 완독 한 뒤에 읽어서 그런지 흥미를 잃지 않고 바로 이어 읽을 수 있었다.'조르주 루이 드 뷔퐁'이라는 이름은 이렇게 300페이지가 넘어가는 진화의 역사를 다룬 책이 아니라면 들어 볼 수 없다. '진화' 하면 반사적으로 떠오르는 '찰스 다윈'의 이름에 숨겨져 있는 숨은 배경과 사람들이 많다. 마치 특허 사무국에 2시간 늦었다는 이유로 최초의 전화 발명 타이틀을 그레이엄 벨에게 넘겨주어야 했던 엘리샤 그레이의 이야기나 20분 정도 늦게 우주선에서 내려 인류 최초의 달 착륙이라는 타이틀을 닐 암스트롱에게 빼앗겼던 버즈 올드린처럼 우리에게 2등을 기억하게 할 기억의 장소는 존재하지 않는 듯하다. 어쩌면 이도 진화의 최적화 중 하나였을까?

 책은 고대, 중세, 현대의 세 파트로 나눠져 있다. 명확하게 파트마다 구분되어 있다고 보긴 힘들다. 시간의 순서대로 이야기해간다. 인류의 일 단계 도약에 커다란 공을 세웠던 철학과 종교의 틀을 넘어서고 과학이라는 독립적인 장르로 진화가 세워지기까지 진화론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단 한 사람의 공로라고 말하기 어려운 이 인류의 미세한 진화와 함께 진화해 온 논리에는 특이하게도 찰스, 혹은 다윈이라는 동명이인들이 불쑥하고 나오기도 한다. 생물진화론의 한 획을 세운 영국의 생물학자라는 일반적인 우리의 상식과는 반대로 그는 지질학자였다. 또한 창조론을 정확하게 부정하는 진화론을 지지한 사람으로 그는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하였고 

라이엘의 열역학 제2법칙과 진화론과의 오묘한 연계도 살짝 언급한다. 자연의 법칙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질서가 흩트려지는 것이 열역학 제2법칙이고 진화론은 그 반대로 자발적으로 질서를 갖고 정돈되는 오묘한 모순이 있다. 이 책에서는 '진화론', '창조론'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이야기에 대해 아주 잠시라도 언급을 하려고 하는 듯하다. 이야기의 주인공에 해당되는 사람과 사람의 배경을 이야기하고 사회와 분위기가 해당 사람에게 어떻게 영향을 주었을 법한지를 간접적으로 말한다. 책은 생물학도이거나 진화에 관심이 있고 혹은 역사와 인문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읽어두는 게 좋다. 하지만 결코 쉽다고 하기는 어렵다. 예전에 헬스를 다니다 보면 지난주까지 바들바들 팔을 떨면서 들어 올렸던 무게가 어느덧 아무 감흥 없이 들어지는 날이 생기곤 한다. 그렇게 무게에 대한 고통이 줄어들 때쯤 무게를 조금 올려 근육에 자극을 주고 운동의 강도를 높이는 것이 근육과 체력의 강화 방법이라고 했다.

 독서의 방식도 마찬가지다. 아직 진화와 생물학에 대한 책을 접할 기회는 많지 않아 이 책을 소화하는데 꽤 시간이 걸리긴 했다. 대략 3일 정도 꽤 많은 시간을 내어 읽어냈다. 이런 경험은 다른 분야의 책에서도 있었다. 첫 경제학 관련 서적을 읽었을 때, 첫 중세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첫 AI에 관한 책을 읽었을 때, 소화가 어려운 묵직한 음식물을 삼킨 기분은 몇 권의 독서라는 단순 훈련의 반복으로 더 쉽게 읽혔다. 이 책은 한 장과 한 장을 넘기며 읽어왔던 책의 3분의 1 쯤인 고대에서 '이제 본격적인 주제로 돌아가 보자'라고 말했다. 고대의 내용을 모두 읽고서 본격적인 다윈과 연결 점이 시작되는 중세의 이야기로 넘어갈 때, 다시 집중을 하고 읽었다.

 다윈은 앞서 말한 대로 지질학을 연구하던 사람이다. 오늘날 오스트리아와 아시아의 독특한 종의 관계는 두 대륙의 판 구조와 이동의 역사에 의해 생겨났다. 아무 관련 없을 것 같던 지질학과 생물학이 만나면서 시대의 논리가 된다. 책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애덤 세지윅에 관련된 내용이다. 애덤 세지윅은 다윈과 마찬가지로 영국의 지질학자로서 현대 지질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불리는 사람이다. 그는 지질학적도 천재지변설의 입장을 취하면서 하느님의 창조활동을 믿는 입장을 세웠던 사람이다. 찰스 다윈은 그에게 배웠던 학생 중 한 명이었고 다윈과도 학문적 의견 차이가 있었지만 꾸준하게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다고 한다. 로버트 챔버가 1844년에 출판한 '창조자연사의 흔적'에 대해 책의 내용을 격렬하게 공격하기도 했다는데, 다윈의 종의 기원보다 '창조자연사의 흔적'이라는 책이 더 많이 팔렸다는 것 또한 흥미로운 점이었다.

 이런 류의 책을 한 권 읽고 나면 정말 엄청나게 많은 정보가 머리를 훑고 지나갔음을 느낀다. 물론 책 한 권에 대한 모든 기억이 생생하게 살아 있지는 못하다. 앞서 말한 것처럼 관련된 서적을 수 권을 더 읽으며 이해해 나가기에 그 바탕에 남아 있을 기억의 흔적이 될 이 책을 읽기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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