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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09. 2021

[육아] 시대에 맞는 육아정보_ 방구석 랜선 육아

 5살 하율이가 왼쪽 눈이 빨개져서 돌아왔다. 안 그래도 어린이집에서 선생님이 'A와 놀다가 실수로 건드려서 빨개진 상태로 갈 거예요'라고 전화를 받은 터다. 선생님의 말씀은 불필요한 감정 다툼이 잘 되지 않도록 하는 말 같았다. 안 그래도 아이들은 어린이 집에서 A의 이야기를 자주 한다. A는 장난을 많이 치고 이유 없이 주변 친구를 때린다고 했다. 이런 돌발상황에 대해 어떤 대처를 아이에게 조언해 주느냐는 오래 고민해야 할 시간을 주지 않는다. 거의 웬만하면 즉각적으로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나는 어떤 가치관을 가진 부모가 되고 우리 아이는 어떤 아이로 성장해 나갈지 대략 정해지지 않을까 싶다. 이런 상황에 나는 어딘가 물어볼 곳이 없다. 우리 아이가 때린 게 아니라 맞았다고 한다. 하지만 알 수는 없다. 이제 겨우 말을 배우는 아이들이다. 지난밤, 서재를 엉망 진장으로 만들어 놓은 모습을 보며 '누가 이랬지?'라고 물으면 '도둑이 가요'라고 말한다. 뻔하디 뻔하게 '니게 그랬지, 이놈아. 도둑이는 무슨..'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마음속에 넣어둔다. 속아준다.

 어린이 집에서 아이가 맞아 온 일은 큰일이 아니다. 흉터가 질 수도 있지만, 흉터가 지지 않는다면, 그깟 한 두 대 친구와 투닥투닥한 일로 일을 크게 만들어 선생님이나 아이들로부터 '유난스러운' 이미지를 심고 싶진 않다. 아이가 현명하게 해결하고 그곳에서 생활하는데 커다란 변화가 없이 무난하게 이 일을 마무리 짓고 싶다. 나는 처음에 아이에게 알려줬다. 5살 난 여자아이에게 격투기의 기본이라며 '정권 지르기'에 대해 알려줬다. '아빠처럼, 주먹을 딱 쥐고 또 A가 때리면 가차 없이 응징하거라!!' 이렇게 알려준다. 얼마 지나지 않아, 다율이다 A와 싸웠다고 말했다. 본인이 이겼단다. 곰곰이 생각해 봤는데 이런 사소한 교육이 나중에는 큰 문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아이에게 다시 말했다. '때리지는 말고 소리를 꽥! 지르고 선생님께 일러!', 교육 방침이 바뀌었다. 아이는 스스로 칭찬을 받을 거라 생각했던 모양이다. 하지만 갈피를 잃은 부모의 교육관에 혼돈 온 듯하다. 이런 명확한 정답이 없고 부모의 가치관의 차이에 의해 다양한 모습이 있을 수 있는 육아에는 다른 사람들의 의견도 몹시 궁금하다.

 책은 '방구석 랜선 육아'다. 제목이면 유추가 가능한 내용이다. '#육아 스타 그램', '#육아소 통', '#육아', '#육아맘' 등의 헤시 태그를 달아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비슷한 연계 감을 갖고 소통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이런 불특정 다수에 의한 모임이 아닌 소수 10명 이내의 작은 모임에서 소통을 하고자 하는 사람들을 위해 몇 가지 팁을 소개한다. 따지고 보자면 각자의 부모는 각자의 가치관대로 스스로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교육전문가들이다. 제 아무리 전문가라는 사람도 1살 아이를 키우는 데는 1년이라는 경험이 고작이다. 2살 아이를 키우는데도 2년의 경험이 고작이다. 지금 우리 아이를 키우는 데는 비슷한 나이의 엄마들이 전문가들이다. 정답은 없다. 시간을 돌리고 돌리고 돌리면 전쟁통에서도 아이가 자라났고 돌뭉더기를 집어다가 작은 초식동물을 때려죽이던 구석 시기 시대에서 아이는 자라났다. 아이가 땅바닥에서 음식을 주워 먹던지, 신발을 오른쪽, 왼쪽을 바꿔 신는다던지를 올바른 방법으로 인도하는 것이 꼭 육아라고 볼 순 없다. 나는 외출 시 아이가 직접 준비하도록 하고 도움이 필요하다면 도와주지만, 거꾸로 신은 신발을 다시 벗겨 신겨주지 않는다. '너 신발 거꾸로 신었는데 괜찮겠어?'라고 묻고, 아이가 괜찮다고 하면 그냥 나선다. 

 이런 아빠도 있다. 그렇다면 다른 방식의 엄마도 있고 다른 방식의 아빠도 있다. '아~ 저런 사람도 있구나.' 하는 것들을 보면 위안이 되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조급함에 있어서 육아 모임을 가지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요즘과 같이 코로나 시대에 누구를 만나는 것도 부담되는 일이지만, 코로나가 아니더라도 누구를 만나는 일은 아이가 있을 때 쉬운 일이 아니다. 준비해하는 것도 많다. 자칫 아이와 식사를 하게 되면, '대. 단. 히.' 비장한 각오 정도는 해야 한다. 물티슈는 충분히 있어야 하고 옷 버릴 마음가짐은 당연하다. 머리에 국물이나 소스가 잔뜩 묻힐 가능성은 너무나 많고 '이만큼' 시켜놓고 내가 혼자 다 먹을 가능성도 많다. 진땀 나는 상황이 수 십 번이 반복되면 아이를 위한 외출이 분명 서로에게 좋지 못한 외출이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 가장 맞는 것이 방구석 랜선 육아이다. 간단히 아이에 대한 내용을 글과 사진으로 표현하고 여러 사람들과 소통하며 이야기를 주고받는 일 말이다. 직접 사람을 만나지 않기 때문에 되려 더 많은 종류의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낯가림이 많아 사교 모임에 참석하지 않는 사람들의 육아 방식도 알 수 있고 여러 사정으로 모임을 가지 못하는 사람. 엄마들 사이에 들어가 잘 어울리지 못하는 아빠들의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책은 중반부까지 이러저러 에피소드와 재미난 이야기들을 넣어두고 나머지 절반에 랜선 육아 꿀팁들을 모아둔다. 초반부에 실소가 나오는 재미난 글들을 보고 '글 재밌게 잘 쓴다.' 생각했다. 살면서 우리 아이만큼도 소통이 힘들지만 '도통 무슨 생각으 하고 사는지 이해가 안 되는 사람들'을 만나곤 한다. 그런 이해불가의 사람들은 회사에도 있고 가족 중에도 있으며 친구들 중에도 있다. 그런 사람들을 피할 수 있으면 피하지만 피하지 못하면 잘 어울려야 한다. 그런 그들과 잘 어울리는 것 또한 운동장 하 바퀴 더 뛰어 어제보다 오늘의 체력을 늘리는 것처럼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그것들이 훈련이 된다면 밖에서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 능수능란하게 스트레스에 자유로운 정신력을 갖게 될지도 모른다. 그런 훈련을 시켜주는 것이 '육아'이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면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봐야 풀리는 문제들이 있다. 그런 입장으로 몇 번을 들락날락하다 보면, 대부분의 원수 덩이들은 그나마 말이 어느 정도 통하는 '성인들'이라는 생각이 든다. 

 육아는 아이를 기른다는 의미도 있지만 책에서 말한 대로 자아를 기른다는 의미로도 사용된다. 요즘 출산율이 낮다는 이야기가 많다. 둘이서 한 아이도 낳지 않는다. 그만큼 아이를 기르는 일이 어렵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예전처럼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다. '얘는 뭐 너 혼자 기르는 거니?'라는 훈수는 이제 옛말이다. 아무리 그 시절이 아이 키우기가 더 힘든 시기라고 하더라도, 숫자가 말한다. '지금이 더 아이 키우기 힘든 시기'라고... 지금 이 순간 아이를 기르고 있는 모든 부모에게 존경받아 마땅하다. 그런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소통하며 서로에게 장점을 배우고 단점을 들어내는 소통이 필수적이라면 이 책의 이야기처럼 방구석 랜선 육아가 좋다고 생각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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