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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0. 2021

[계발] 외형은 내형을닮는가?_관상 경영학


'내가 왕이 될 상인가?' 영화 관상의 대사다. 영화 관상은 내가 인상 깊게 봤던 영화 중 하나다. '역적의 상'과 '왕이 될 상'은 시대에 따라 같은 상이기도 하다. 나는 혈액형별 성격유형이나 별자리 성격 유형을 믿지 않는다. 사주팔자나 전생도 믿지 않는다. 내가 그래도 신뢰한다는 것은 '관상'이다. '왕이 될 상'은 너무 비약이 심한 표현이다. '왕'이라는 것은 인간의 문화적 소산물이다. 지금의 용어로 말하자면 일종의 직업이자 직책이다. 이런 것이 자연 속에 존재할 리가 없다. 다만, 아프리카의 기온이 덥고 건조해지면서 강한 햇빛을 피하고 체온을 조절하기 위해 혹은 다른 발굽동물들과의 먹이 경쟁에서 이겨 4.5m 이상의 높이에 달린 나뭇잎을 먹기 위해 기린ㅇㄷㄴ 자신에게 적합한 외형을 유전적으로 변형 시켰을 것이라고는 믿는다.


 우리 조상들이 메소포타미아에 최초의 문명을 건설하기 이전부터 우리는 소규모 공동체를 이루고 서식했던 수백만 년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공동체의 번영을 위해 밤에는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지키기 위한 기민한 청력이나 시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있었을 것이고, 또 누군가는 강인한 체력을, 또 누군가는 민첩함을, 그리고 누군가는 소심함이나 대범함 따위의 각자 특색을 지니고 있었을 것이다. 이는 기린의 자식이 기린을 낳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슷한 특징을 가지고 있는 개체는 생존과 공동체를 위해 특화적으로 유전적인 특성을 지닐 것이다. 유명 가수의 아들이 가수가 되거나 유명 축구선수의 아들이 축구선수가 되는 등의 현상을 자주 접하곤 한다. 이는 가정환경일 수도 있지만 꼭 그렇게만 말하는 것은 '진화론'의 내용을 큰 틀에서만 인정하고 미시적으로는 부정하는 것과도 같다. 우리가 현대 사회라고 부는 시대는 기껏 해봐야 100년이다. 인류는 수 천년이나 수 만년 동안 이런 유전적인 기질을 인정해 왔다.


 아주 오랜 기간 동안, 인류사회의 대부분은 신분사회를 유지했다. 혈통과 가문에 따라 직업과 지위, 교양, 재산, 권리를 나눠 분배하고 각자 신분에 맞는 역할을 주었다. 이 사이에는 귀천과 상하의 구별이 분명하게 있어 현대 사회의 우리가 지칫 거부감이 들 수 있는 구시대적인 문화 소산이 되었다. 왕의 아들이 왕이 되고 문지기의 아들이 문지기가 되었으며 대장장이의 아들은 대장장이가 되는 일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우리가 현대 사회라고 이르는 시기보다 수 백배, 수 천배는 더 긴 시간 동안 사회를 굴렸다. 영어의 성이 Gates(문지기), Smith(대장장이), potter(도자 기공)인 것처럼 그 직업은 그 집안을 가르쳤다. 우리는 공동체라는 유기적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각자의 특색에 맞는 진화를 해왔는지도 모른다. '관상'은 그저 얼굴을 운명을 때려 맞추는 미신 그 이상의 것을 담고 있다. 


 흔히 주식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차트쟁이'라고 불림을 당하는 이들이 있다. 과거의 차트를 보아하니, 오늘은 오를지 내릴지를 선택하는 것이다. 주식 차트는 그 회사의 주가가 걸어왔던 과거의 흔적을 말한다. 이것은 미래의 어느 부분을 예측하는 참고는 할 수 있지만 절대적인 자료가 될 수는 없다. 가령 대표이사의 배임과 횡령이 많은 회사라고 하자면 우리는 그 회사의 미래에 대해 좋게 보기 힘들다. 관상은 선천적으로 태어나는 것이 30%이고 후천적인 것이 70%라고 한다. 나이 40이 되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할 만큼 사람의 과거를 담는 차트의 흔적과도 같은 것이다. 어떤 사람의 관상을 보자니 "'무조건' 미래는 이렇다."라고 말하는 것은 어제까지의 차트를 보고 내일을 맞추는 것과 같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대한 투자자들이 차트를 보고 투자를 하지 않고 기업의 가치를 보고 투자한 것처럼 관상은 과거를 담은 그릇이고 미래를 예측하는 참고 자료로만 사용 가능하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그림에 나오는 에수와 유다의 모델에 대한 일화가 있다. 어느 날 다빈치는 예수의 얼굴을 그리기 위해 밝고 순수한 미소년을 모델로 고용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유다의 얼굴을 그려야 할 시기에 마땅치 않은 모델 때문에 고민을 하다가 거리에서 추악한 차림의 술주정뱅이를 보고 모델로 기용했다. 나중에 알고 봤더니 그는 어린 시절 모델로 기용했던 예수의 모델이었다. 운명이 마치 정해져 있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은 내 기존 철학에 크게 다르다. 나는 운명이란 스스로 개척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관상을 바라보는 것이 나의 마음이다. 


 얼굴이란 얼(영혼)이 들어오고 나가는 굴(통로)이라는 듯이고, 말씀이란 '마알 쓰임'의 줄인 말로 마알은 마음의 알맹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말씀은 마음의 알맹이를 쓰는 일이다. 말을 어떻게 사용하느냐, 목소리는 어떻고 표정을 어떻게 지고 있느냐는 그 사람의 과거가 되고 흔적이 남아 그의 다음 미래를 예측할 때 참고가 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철학은 '음양오행'이다. 양극은 존재하며 양극을 잇고 있는 선에 따라 그 강도가 정해질 뿐이다. 두꺼움이 있으면 얇음이 있고, 겉이 있으면 속이 있고, 하늘이 있으면 땅이 있다. 인간을 소우주로 표현하는데, 따지고 보자면 인간뿐만 아니라 세상만사가 모두 소우주이다. 관상을 대표로 이마는 하늘, 눈썹은 별, 눈은 달과 해, 코는 산, 입은 바다, 턱은 땅이다. 모든 것이 그렇게 이루어져 상호 연결을 한다. 이는 내가 최근에 읽은 '코스모스'나 '진화의 오리진'을 읽은 뒤에 읽었기 때문에 더욱 정리가 되었다. 카오스의 반대말인 코스모스는 잘 정돈된 것을 말한다. 우주는 양이 하나요. 음이 하나로 균형을 잘 이루며 정돈된 상태를 이룬다. 우리가 말하는 열역학 제2법칙은 그 반대를 말하고 있는 것 같지만 우주 전체로 보자면 균형을 이루기 위한 무질서라고 생각한다. 


 책을 들여다보다가 한참을 거울을 들여다 보길 반복한다. 나의 얼굴을 문자로 표시하자면 M자 헤어라인을 가지고 있고 얼굴은 동그란 수형이며 대문니는 크고 앞으로 나와있는 편이다. 양쪽 눈의 크기가 약간 다르고 눈썹은 아치형으로 가지런하고 이마는 반듯한 편이고 턱은 무턱이다. M자 헤어라인은 철학적이고 섬세하며 직관적이고 책임 있다. 아치형 눈썹은 여성적이거나 감성이 풍부하고 부드러운 성격이며 눈 크기가 다른 것은 논리적이고 객관적이며 재치 있지만, 이중적인 성향이 있을 수 있다. 수형의 얼굴은 원만하고 낙천적이며 감성적이지만 변덕스럽고 싫증을 잘 내는 얼굴이다. 대문니는 말을 하기 좋아하고 무턱은 행동이 빠르고 냉정하지만, 지구력이 부족하고 생각이 짧다고 한다. 전반적으로 내가 본 나의 관상으로는 마음에 든다. 물론 전문가가 어떻게 볼 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이기는 하다.


 철저하게 합리적인 결정만 내릴 것 같은 대기업의 사옥들을 보면 분명하게 풍수지리적이고 그 인테리어에서도 미적 디자인만 고민하지 않았던 흔적을 볼 수가 있다. 어떤 대기업들은 임원 채용 시, 관상을 참고하기도 한다는데 이미 서양 의학의 선구자인 히포크라테스가 관상과 비슷하게 외향을 통해 사람을 봤다는 기록을 보자면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이 관상에 대한 내용은 절대적이지도 않고 무조건적인 맹신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살아가면서 이 정도의 간단한 책 한 권으로 대략적인 사람 보는 법을 배우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본다. 책은 생각보다 두껍지 않다. 나는 2일에 걸쳐 완독 했으나 대략 3시간이면 읽을 수 있는 분량이니 필시 읽어보는 것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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