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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7. 2021

[경제] 이론이 아니라 본능처럼부자 돼라_부의본능

 모서리를 접으면서 읽다가 깨달았다. 이러면 너무 많이 접어야겠구나. 집에는 이런 류의 책이 많다. '부'와 '돈'에 관한 책. 이런 류의 책이 서재에 많은 편이 어쩌면 나의 무의식을 대변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서재를 보면 그 사람에 대해 알 수 있다고 했다. 어쩌면 이런 류의 책들의 나를 대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돈이 억수로 많이 생기면 무엇을 하고 싶길래 나는 이런 류의 책을 모았는가. 따지고 보자면 그다지 가지고 싶은 게 많지는 않다. 다만 부를 소유한 사람들에 대한 모종의 동경 같은 것이 있는 듯하다. 풍요가 스치며 만든 흔적이 잔뜩 묻어 있는 사람들에게는 여유와 기품이 있다. '악착같이 돈을 모으는 부자'의 모습이 아니라, 자신의 철학이 뚜렷하여 주변에 영향력이 있는 부자를 말하는 것이다. 

 '작가'의 책을 별로 신뢰하지 않는다. 특히, '부'에 관해서는 더 그렇다. 가끔 '부'에 관해 쓴 책을 읽다가 무심코 글쓴이를 찾아보면 '작가'인 경우가 많다. 혹은 경제 관련 애널리스트나 기자, 관련 분야 석박사의 글을 만나게 되는데, 나는 그런 글을 읽기는 해도 그다지 신뢰하지는 않는다. 부에 관한 글은 실제 부자의 글을 읽어야 하고, 글 쓰는 일에 관한 글은 작가의 글을 읽어야 하며,  법에 관한 글은 법조계 종사자의 글을 읽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글로써만 옳은 소리를 해대는 것은 그간 관련 책만 수십 권의 책을 읽은 나도 흉내 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실천의 문제다. 살 빼는 방법은 '덜 먹고 많이 움직이면' 그만이다. 이것을 모르기 때문에 다이어트에 실패하는 것이 아니다. 다만 성공한 누군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며 자극을 받고 싶은 것이다. 이 책은 어쨌거나 본인을 '부자'라고 소개하는 이의 글이다. 그 이상으로 작가에 대해 찾아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읽어 내려갔다.

 책에는 부자들이 갖고 있는 무의식적인 본능과 습관, 사고방식에 대해 적혀 있다. 책의 초반에 그는 '철학'에 관한 책을 읽는 것을 좋아한다는 내용이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많은 부자들은 철학을 좋아했다. 그 이유는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부자들이 대학 전공이나 부전공으로 철학을 공부했다는 데에 있다. 경제학이나 경영학 등의 책을 많이 읽고 공부했을 법한 그들의 좋아하는 분야가 철학이라는 점은 많이 흥미롭다. 실제 부자들 중에는 '부'에 관한 책 보다 그 외의 범위에 흥미를 갖는 경우가 많은데, 특히 보통 부자가 되려는 사람들이 항상 사서 읽는다는 책은 '워런 버핏' 혹은 '피터 린치'의 책이 아닌,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라는 점에서 무언가 흉내가 아니라 뿌리에서부터 다른 사고의 작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생각이 항상 들었다. 그는 '밖에서 구하려 하지 마라! 답은 안에 내 안에 있다.'라는 불경의 이야기를 소개하며 성공과 실패의 모든 원인이 스스로에게 있다고 말한다.

 글의 대부분은 '투자'에 관한 내용이다. 현재 쌍둥이 녀석들에게 '강원랜드 주식을 꾸준하게 매수해주는 것과 남은 잔돈을 모아 미국의 농기계회사 '디어'에 일부 들어가 있는 것을 제외하고는 주식을 하고 있지 않다. 예전부터 '삼양통상'의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녔는데, 지금은 내가 말하고 다닌 시점으로부터 벌써 2배가 돼 있어서 매수는 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 책은 실전 투자에 관한 내용이 많았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투자경험이 있는 사람의 글이라는 건 뿜여져 나오는 에너지에서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 3차례 이상 언급된 내용은 당연히 '본능'과도 연결되어 있는데, 인류의 800만 년 중 799만 년이 수렵과 채집을 하던 구석기시대라는 것을 이야기하며 우리의 본능이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이야기한다. 이런 류의 설득은 피보나치 수열이나 골든크로스 같은 주식 용어보다 훨씬 나를 설득하기 알맞았다.

 조셉 그랜빌이라는 차티스트들이 사용하는 차트를 최초로 만든 사람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흔히 부자를 만들어 줄 것 같은 '전문가'들의 말이 얼마나 부질없는지를 이야기하며 그를 언급했다. 부자가 되는 방법은 사람을 현혹하기 쉽다. '부'란 욕망의 가시 물이기 때문에 적은 노력으로 많이 얻고 싶은 사람들을 조금만 자극해도 갈 길을 잃은 돈들이 쓰나미처럼 몰려든다. 특히 오랜 시간 직장을 다니다 퇴직금을 누군가를 믿고 맡겼다가 사기를 당했다는 식의 이야기를 자주 접하다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나 또한 터무니없는 돈으로 엄청난 수익을 만든 적이 있다. 쉽게 말하면 10배 이상으로 투자금이 늘었던 적이 있었는데 당시 내가 얼마나 운이 좋았는지를 생각해보면 기쁘다기보다 아찔하기만 하다. 보통 '초심자의 행운'으로 자신이 시장을 읽을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요즘처럼 코스피, 코스닥이 상승장 일 때는 당연히 자칭 전문가들이 늘어난다. 

 하지만 모든 것은 행운이다. 워런 버핏의 연간 수익률은 30%도 되질 않는다. 수년 전 운 좋게 몇몇의 제약회사의 주식을 구매하고 상승의 알맹이만 운이 좋게 갈아탔던 나의 수익률은 세기의 천재라는 워런 버핏의 수익률을 우습게 넘어섰다. 하지만 나는 지금은 알고 있다. 얼마나 무모했고 무지했는지를 말이다. 십 수배로 올랐던 당시의 수익률은 몇 차례의 판단 실수로 수 일만에 반토막이 됐다. 운 좋게도 꽤 좋은 수익실현을 했지만, 얼마나 위험한 일을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아찔하기만 하다. 부자를 싫어하는 사람들을 많이 봤다. 나는 그런 부류는 아니다. 물론 부자에도 종류는 많지만 내가 말하는 부자란 사회에 이로운 영향을 끼치고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받은 이들을 말한다. 운 좋게 모르고 산 부동산 가격이 올랐거나 주식이 올랐거나, 재산을 상속받았다는 무지의 운빨 좋은 부자가 아니라 스스로의 철학을 갖고 있는 부자들은 존경해 마땅하다. 이 책은 가난한 사람들일수록 부자를 미워한다고 말한다. 자신의 가난을 외부의 탓으로 돌리는 사람에 대한 이야기다. 

 사실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것은 상대가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하다. 요즘처럼 외력 없이 부자 되기 힘들다는 사회분위기가 그런 사람들을 많이 양상 했다. 하지만 따지고 보자면 또한 요즘처럼 부를 만들 방법이 큰 방향으로 열려 있는 시기도 없었다. 누구나 온라인으로 들어가면 큰 흐름으로 돌아다니는 부와 접촉이 가능한 시기. 사실 모든 것은 앞서 말한 대로 생각하기 나름이고, 내부의 문제일 수도 있다. 4차 산업혁명 시기 우리가 맞이 할 새로운 세상은 '극대화된 양극화'이다. 그런 세상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내가 양극 중 빈곤에 들어갈 이유는 없다. 세상의 부는 점차 극단으로 쏠릴 것이다. 이 책의 말대로 홍수가 나면 저지대부터 침수가 일어난다. 자신을 가꾸고 발전하고 성장해야 한다. 책의 접은 부분은 거의 언급도 못했다. 오랜만에 자극을 받을 수 있는 책을 읽었다. 같은 작가의 다른 책들이 서재에 몇 권 꽂혀 있다. 내가 어떤 경로로 이 책을 구매했는지는 모르겠으나, 이런 좋은 내용이 서재에서 내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사실 때문에 더 많은 책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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