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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20. 2021

[일기] 인연... 끝... 시원 섭섭한 기분

 쌘 불에 덴 것처럼 강하게 몰아치던 통증이 무덤덤해진다. 그래도 '진심'은 통할 거라고 믿었다. 강하게 휘몰아치던 상황이 조용히 정리되자 시원 섭섭한 기분이 든다. 세상 살면서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 비밀을 하나씩 간직한다고 한다. 나에게도 그런 비밀이 있고 싶었다. 사람의 눈동자를 바라보면 그 만이 알고 있는 신비로운 세계가 나에게는 없다고 생각했다. 속에 있는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가장 근처의 누군가에게 쏟아 내야만 마음이 편했다. 이제 나도 그 무언가를 갖게 되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비밀을 가지고 있는다는 것은 어른이 되는 일이다. 여태 아이로 지내다 오늘에서야 어른이 된 듯하다. 하늘 끝가지 치고 올라가다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져진 기분이라면 이럴까. 바닥이라면 원래 있던 자리일 뿐이다. 크게 섭섭할 이유가 없는 자리로 돌아왔는데 어쩐지 서운하다.

 '생물학적'이라는 말. 큰 상처로 남는다. 이유를 모르고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 조심히 살 자신이 없어 조용히 산 세월이다. 남들에게 미움의 대상이 되어 본 적은 없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어린 시절부터 참 바보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하교하는 길에 만난 사기꾼 아저씨들에게 속아, 함께 하고 있던 친구들 중 유일하게 피해 대상이 되기도 했다. 바보 같고 무딘 성격이라 나만 모르고 있었던 듯했다. 그럼에도 성인이 되고 나면 혼자 강하게 우뚝 서 있는 듯 흉내 내곤 했다. 많지 않은 나이지만 큰 산을 넘었다. 그리워할 건, 그리워하고 앞으로 남은 책임에만 집중해야 할 시기가 왔다.

 많은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군입대 후에는 훈련소 동기들과 많은 정이 들었다. 지금은 이름도 잘 기억에 나질 않지만, 그들과 다른 자대를 배치받고 헤어질 때, 나는 소리 내어 '꺼이, 꺼이'하고 울었다. 그런 감정은 마음속에 남아 있을 새도 없이, 자대 생활은 몰아쳐왔다. 지금에 와서야 떠올려보자면 그때의 감정은 잘 기억에 나질 않는다. 유학할 때 만나던 사람들, 해외에서 취업 후 알던 사람들, 학생을 가르치며 만난 사람들. 다양한 종류의 사람을 만나고 헤어졌다. 나는 헤어짐에 약한 사람이다. 그런 이유로 긴 해외 생활에서 사람을 만나는 일을 극히 피했고 만나게 된다면 항상 '비자 만료일'을 믈 어보 곤 했다. 헤어짐이 정혀져 있는 인연을 만나지 않으려 노력했다. 스스로를 상쳐로부터 보호해야 했다. 나는 지금은 제법 텅치도 크고 턱이며 코밑이 거뭇거뭇한 남자 어른이다. 보이는 것처럼 내부도 단단해야 한다 믿었다. 그래서 최소한의 사람과 인연을 맺었는지도 모른다.

 모든 상황에 정답이 있다는 착각이 있었다. 해결책은 고민한 만큼 주어지는 대가 같은 것이었다. 그런 착각이 이젠 없다. 해답 없는 상황도 존재한다. 명쾌한 정답을 찾아 헤매어도 하루 만에 세계일주를 하거나 단 한 걸음으로 다른 대륙을 밟는 일 따위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런 일이 나에게 올 수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포기할 줄도 알아야 한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눈 앞에 반짝이고 있어도 불구덩이 속이라면 쓰라린 가슴을 앉고 눈을 감아야 한다. 나의 상황은 몹시 특별했다. 시간이 한참이 흐르고 난 뒤에도 안줏거리도 되질 못할 것이다. 상황에 의한 헤어짐은 절대적인 힘에 의해 이루어졌다. 주변 상황이 마치 그러해야 하는 것처럼 몰아졌다. 아주 강하게 잡고 있던 끈을 놓친다. 안간힘을 써보다가 손 끝으로 놓친 인연을 상대는 배신이라고 말했다. 아니라고 말해도 그렇다고 대답한다. 두 번.. 세 번... 네 번.... 그리고 상처를 감추기 위해. 그저 그렇다고 말한다. 인연은 정리된다. 

인연... 끝... 시원 섭섭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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