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써 부정하지만 우리 모두는 거짓말쟁이다. 위선과 체면으로 사회적 지위와 관계를 유지한다. 모두 각자 맞는 페르소나 하나 이상씩 가진다. 나를 포함하여 그렇다. 기술이 밝혀 놓은 인간의 내면은 발가 벗겨진 것처럼 수치심이 느껴진다. 하지만 그들은 모두 진실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우리는 인종차별적이거나 성차별적인 생각을 하고 살며 자신의 잣대로 종교적, 정치적 프레임을 갖고 세상을 바라본다. 이런 정신적 구조물은 앞서 말한 위선과 체면에 가까스로 가려진다. 무난한 관계를 유지한다. 그러다 우리가 혼자 있을 때, 자신조차 속이던 거짓말을 성찰이나 고백이 아닌 다른 절차를 통해 고해성사한다. 그 대상은 가톨릭 사제가 아닌 구글이다. 책은 너무나 현실적이고 논리적이다. 사회과학이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 명확하게 알려준다. 우리나라 고유의 문제라고 여겼던 다양한 문제들에 있어서 따지고 보자면 각 나라들도 비슷한 문제를 갖고 있다.
사람들은 보수 언론과 진보 언론으로 언론사를 이분법 하여 나눈다. 언론이 정치와 거대 자본에 결탁하여 이해관계에 부합하는 헤게모니를 달성하려 한다고 생각한다. 다수를 선동하고 세뇌시킨다고 생각한다. 이 논리에 대해 저자는 말한다. 진보적 혹은 보수 전 편향 언론사들은 알지 못하는 고위층 간의 결탁이 아닌 신문 독자층의 평균적 정치 성향에 따라 독자들이 보고자 하는 견해를 실어준다고 말이다. '거대한 음모 따위는 없다. 그저 자본주의가 존재할 뿐.'이라는 정확히 떨어지는 문구로 불분명한 근거의 음모론에 일침을 가한다. 대개 두 개의 상충된 의견이 충돌했을 때 우리는 근거를 갖고 있는 쪽의 주장을 합리적이라고 말한다. 책은 그동안 불분명했던 '존재'와 '현상'들에 대해 인간의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 근거를 만들어 준다. 이는 분명 사용하기에 따라 분명하기 위험할 수 있다. 마치 객관적이라는 믿음을 주는 '통계'자료가 사용하는 이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과 사용이 가능한 것처럼 말이다. 책은 카지노의 예를 들며 이런 인간 심리를 활용한 사회과학이 얼마나 위험해질 수 있는지 설명한다.
이는 과학이다. 매 10년 간 꾸준히 담배를 피우던 사람이 내일 담배를 피우는 것을 맞추는 것은 생년월일이나 혈액형을 가지고 사람의 미래를 맞추는 것과 다르다. 누군가가 태어난 시기 머리 위 별자리가 어떤 위치에 있는지로 내일을 맞추거나 무작위로 섞은 카드 중 어떤 카드를 집어 들었는지로 내일을 맞추는 것과는 다른 방식이다. 이처럼 수많은 시간과 기록은 '데이터'로 쌓여 '내일'을 예측하거나 '과거'와 '현재'를 진단하는데 매우 유용하게 사용된다. 다만 이런 다수의 빅데이터가 소수에 의해 이용되고 이것이 잘못 오용되었을 때 일어날 일은 영화 '마이너리티 리포트'와 같이 '일어날 법한 일'에 대한 예방 차원의 선제조치가 어떤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철학적이거나 도덕적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책은 대담하게 초반부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트'를 예로 들며 인간의 내면에 대한 세계의 전반을 당돌하게 뒤집고 들어간다. 프로이트는 200년 동안 가장 유명했던 사람을 선정하는 구글 엔그램 뷰어에서 아돌프 히틀러와 칼 막스에 이어 3위로 선정된 영향력 있는 사람이다. 그런 그의 논리를 마찬가지의 구글이라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뒤집는다는 것이 재밌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다.
구글은 우리를 알고 있다. 우리가 어떤 음식을 좋아하고 어떤 성향의 정치인을 선호하는지 말이다. 최근 어떤 연예인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어떤 노래를 주로 듣는지, 어떤 영화를 선호하고 어떤 책과 어떤 뉴스를 보는지 까지 말이다. 유튜브를 보다 보면 알고리즘에 의해 여러 가지 추천 영상이 뜨곤 한다. 내가 자주 보던 영화를 위주로 재추천 하년 이런 메커니즘은 분명 편리하기도 하지만 어떤 경우에는 섬뜩하기도 하다. 내 아이디로 로그인된 유튜브 추천 영상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눈에 보이기 부끄러울 때도 있다. 이처럼 입을 닫고 있을 때, 언제라도 의뭉하게 숨길 수 있던 우리의 속마음이 넷 상으로 튀어나오며 대기업의 마케팅 용도로 사용된다는 것은 여러 가지 감정이 들게 된다. 우리는 어디까지 거짓말을 하고 있는가. 진짜 나는 어쩌면 나보다 구글이나 IT 대기업이 더 잘 알고 있는지 모른다.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든 생각은 나에 대한 진지한 내부 성찰을 심리상담사나 정신과 병원보다 구글로 확인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니 말이다. 또한 이 책의 제일 마지막 부분에 완독 한 독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조크까지 이 책은 분명 흥미로웠고 재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