쉬지도 않고 지치지도 않는다. 얼마 전까지 속사포처럼 말을 쏟아붓고 열정을 태우다가 갑자기 어느 순간 조용히 잠에 든다. 내가 원하는 것도 사실 이런 것이다. 일하는 것도 아니고 쉬는 것도 아닌 상태를 유지하고자 하는 것. 혹은 라이프 스타일을 즐기려는 것도 커리어를 챙기려는 것도 아닌 모호한 상태에서 지속적인 에너지를 분산시키는 기간을 가지려는 것이 아니다. 쉬는 날이면 아이와 재밌게 노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명확하게 어떤 것을 하고 있지도 않는 불분명한 태도를 가지는 것이 일상이다. 책을 읽겠다고 한 쪽 손에 책을 한 권 들고서 아이와 건성으로 대답하고 핸드폰으로 간단한 서핑을 하고 있는 애매모호한 시간을 보내는 것에 반성을 하고 있을 때쯤, 아이들의 영상을 보고 배운다. 어젯밤은 다율이 에게 한참을 혼을 냈다. 여차하면 물건을 집어던지는 습관을 고치기 위해서였다. '집어던지면 안 돼!'라고 말을 해도 자신의 감정에 둘러 쌓인 다율이 에게 들릴 리가 없다. 다율이 의 손에 들려 있던 색연필이 땅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주위를 둘러보다가 입으로 부는 리코더를 들어 다율이 의 발바닥을 몇 대 때렸다. 세지는 않지만 충분히 자극을 받을 수 있도록 발바닥을 때리면서 '집어던지면 안 돼!'를 말했다. 몇 번의 훈육을 한다고 발바닥을 '때지'하고 나서 다시 가지고 오라고 말했다. 다율이는 슬슬 웃으며 말을 듣지 않았다. 이번에도 다시 발바닥을 쥐고 두 어대를 다시 회초리 했다. 아이는 그제야 터벅터벅 걸어가서 색연필을 정리했다. 어제 하루 종일 그런 일이 몇 번 지속됐다. 그러다 아이와 함께 잠들면서 아이에게 말을 걸었다. 나는 아침에 있었던 잠깐의 일을 아이가 잊고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물었다. "다율아! 오늘 왜 아빠한테 때지 맞았어?" 그러자 다율이 말한다. "색연필을 던져서 때지 했어. 그래도 때찌하면 안되지!" 다율이 가 말했다. 나는 되물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는데?" 다율이는 '음...'하고 생각하는 시늉을 하더니 이어 말했다. "집어던지면 안 되지~라고 말을 해야지" 아이는 아침의 일을 떠올리는 듯 눈을 위로 향하고 말했다. "아~ 그래. 아빠가 다음번에는 그렇게 할게"
물론 나는 아이가 말한 대로 '집어던지면 안 돼!'라고 충분히 말을 했다. 그래도 이어 흉폭한 습관을 보이자 발바닥을 때렸다. 어쨌든, 아이의 입장에서 아빠의 훈육 방식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아이의 변을 하자면 호르몬의 영향 때문인지 미성숙의 영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아이가 어떤 감정에 휘감겨 있을 때는 차분할 때 듣던 말이 들리지 않는 듯했다. 대학교 MT에서 술이 너 댓 잔 들어가 알딸딸한 상태일 때, 옆에 있던 물체를 밟고 발에 피가 나는 줄도 모르고 깔깔 대고 웃던 감정이 떠오른다. 어쩌면 아이의 시야는 그때의 나처럼 좁아졌을 것이다. 나는 알코올이 들어가야 느껴지는 감정의 기복 차를 아이는 시시때때로 느끼는 듯했다. 술 취한 사람은 상대하지 않아야 한다는 말처럼 술 취한 사람과 입씨름을 할 것이라면 상대가 술이 깨고 난 뒤에 상대를 하는 편이 현명한 일일 것이다. 그럴 때면 아이의 감정 상태가 되돌아오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았다.
오늘은 벌써 D-93이다. 사실 순조롭지는 않다. 아이를 봐야 하는 입장이라는 핑계로 벌써 일주일을 보내 버렸다. 오늘 또한 1시간 남짓이지만 아침부터 꾸준하게 바빠왔던 탓에 운동을 하지 못했다. 다만 조금 활동적인 일을 했다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뿐이다. 내일부터 근 3일간 또 주말이 시작된다. 이번에는 좀 더 활동적인 일을 하면서 보낼 법한다. 어쨌든 운동량을 꾸준히 늘리면서 식사량을 줄이는 방법에 대해 생각 중이다. 아이들을 보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렇게 열정이 불타오르면 살이 찔 염려가 없겠다. 아이들은 게으른 법도 없다. 저게 바로 내가 원하는 열정인데... 어렵게 자기 계발서 따위에서 배움을 찾으려고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에게 훈육을 하면서 나도 다시 나를 돌아보고 배운다. 서로 배운다. 그래도 가끔 내가 너네보다 더 우월하다는 착각에 빠진다. 사실 말 그대로 착각일 뿐이다. 매일 맞이하는 하루는 나나 아이들에게나 모두 '새것'일뿐이고 비슷한 일을 내가 몇 번 겪었을 뿐이다.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받고 좋은 영향을 주는 것은 비슷한 경험을 했던 나의 일부를 공유하는 것이고 새롭게 맞이하는 그들의 자세를 받아들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