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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시간에 대한 마취제를 받았는지 무감각해지는가.

by 오인환

블로그에 임시 저장해 둔 사진 중 작년 여름 정도 찍은 사진이 보인다. 불러온다. 어린 시절에는 1년이라는 시간이 꽤 긴 시간이었다. 1년 뒤를 생각해 본다는 것은 영원을 내다보는 것처럼 막막했다. 이제는 어른들이 말씀하시던 '눈 깜짝할 새'에 1년이 지나간다. 산부인과에서 손과 발을 꼼질 거리던 아이가 벌써 5살이라니.., 나의 시간은 멈춰 있는데 세상만 혼자 달려가가는 듯하다. 문뜩 거울을 보면 세상뿐만 아니라 나 또한 그 세월을 고스란하게 스치고 지나갔음이 느껴진다. 시간의 마취제라도 맞은 것처럼 시간에 무덤덤한 기간이 길어지면서 문뜩문뜩 정신 차리면 자각이 되는 순간이 온다.

아이들과 이마트를 가고 수박 한 덩이에 우유 한 박스 정도..., 그리고 불필요하다고 확신하는 몇 가지를 쇼핑카트에 넣고 돌아다니다 집으로 돌아왔을 뿐인데, 완전 방전 상태다. 완전 방전이 되면 충전기를 꽂아도 충전이 안된단다. 나의 상태가 충분히 그렇다고 생각이 든다. 아이의 칭얼거림이 바로 옆 50cm에서 들려와도 고개 돌릴 에너지마저 소비된 듯하다. 요즘 꾸준히 운동을 하고자 한다. 물론 유산소 위주로 하고자 한다. 약해진 체력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예전에 없던 지구력의 문제가 생긴다. 확실히 체력이 약해지자 정신력도 쉽지 않다. 자기 관리라는 것은 분명 질적 지식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것 말고 더 근본적인 일이 있는 듯하다.

살면서 후회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하지만 가끔 돌이키다 보면 그런 일이 몇 가지 떠오를 때가 있다. 예전 무르팍 도사에 '안철수'라는 인물이 나와서 했던 기억이 난다. 지금은 명확하게 정치적 인물이 되었지만, 당시만 하더라도 많은 젊은이들이 그의 생각과 인생에서 자극을 받곤 했다. 당시 안철수는 자신이 후회를 하는 성격은 아니라는 말을 했다. 얼마나 자신에 대한 자신이 있으면 후회가 없는 삶을 살 수 있을까. 그 말이 진실이던 거짓이던, 그가 그런 말을 하던 그 순간의 그의 모습이 살면서 가끔 떠오를 때가 있다. 나는 미련이 많고 후회가 많은 타입이지만 과연 그것을 극복할 수 있을까. 내가 초, 중학교 시절 좋아하던 노래는 '유승준'의 '버전'이다. 그 또한 지금 역시 언급하기 모호한 사람이 됐지만 당시 나는 그가 불렀던 노래에 큰 자극을 받곤 했다. 당시 나를 자극하던 노래 가사는 바로 이렇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초등학교, 중학교 시절, 한참 혼자만의 망상에 빠져 청춘을 소모시키고 있을 때, 나는 그런 생각을 혼자 많이 했었던 듯하다. '누구누구로 태어났다면...'과 같은 생각 말이다. 어쩌면 이는 열등감일 수도 있겠다. 그러다 그의 노래 비전이 나오고 너무나 큰 충격을 받았다. '다시 태어난다고 해도 자신이고 싶은 삶' 그런 삶을 자신 있게 선택할 사람은 얼마나 될까. 그 가사에 크게 매료되어 나는 삶이 매너리즘에 빠질 때, 그 노래를 몰래 들어보곤 했다. 그 노래를 부른 가수가 큰 이슈가 생기거나 앞서 말한 정치인이 어떤 이슈가 생겼을 때도, 나는 말하는 이를 증발시키고 말을 혼자 남겨두었다. 그리고 항상 자극을 받는다. 지금도 그것은 유효하다. 누가 말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내가 그를 지지할 수 도 있고, 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건 그 말들은 나를 움직이기 충분한 자극제였다.

오늘의 하루도 내년의 내가 보기에는 참 아쉬운 나날일 것이다. 이렇게 낭비할 수 있겠는가. 어제보다 오늘 더 성장하고 오늘보다 내일 더 성장해야겠다. 어제보다 1cm, 어제보다 1분, 어제보다 하나 정도만 더 나아진다면, 내가 맞이할 '최근'이라고 부르는 순간이 내 인생의 최고 전성기가 될 거라고 믿는다. 방전되고 지치지만, 조용히 반성하고 내일 다시 활기차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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