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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책 띠지를 책갈피로 사용하는 이유

by 오인환

예전에는 서점에서 책을 사면 주는 책갈피를 가져왔던 적이 있다. 광고가 잔뜩 적힌 책갈피를 가져다가 사용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지저분한 종이들이 너저분하게 집안 곳곳에 남아있게 됐다. 그러다 책에 대한 욕심이 많아지면서 돈을 주고 꽤 예쁜 책갈피를 사서 사용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이것의 문제는 한 번에 여러 권의 책을 읽을 때, 사용하기 어렵다는 점과 자꾸 어디에 두었는지 찾기 힘들어지는 점이다. 그러다 나중에는 포스트잇을 가지고 책갈피를 쓰기도 하고 모서리를 접어보기도 했다. 하지만 이 또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고 사라졌다. 얼마 뒤 나에게 남은 책갈피는 책을 사고 남은 '영수증'과 쓰레기 혹은 지폐나 옆에 보이는 마스크, 명함 등 손에 집히는 것들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지금도 거의 그런 방식으로 책갈피를 사용하긴 하지만, 내가 가장 많이 사용하는 방식은 바로 책 띠지다.

책가방을 여유롭게 사용할 때, 명함이나 영수증 혹은 작은 종이들은 금방 빠져버리기 일수다. 그러다 보면 어디까지 읽었는지 다시 찾아 헤매야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보통 띠지의 경우는 책을 둘러 감고 있었기 때문에 역시나 읽은 부분을 포함하여 한 바퀴 둘러 둘 수 있다. 또한 해당 책을 사자마자 바로 책갈피로 사용도 가능하다. 띠지에는 책에 대한 약간의 광고와 추가 설명들이 붙어 있어, 바로 버리기는 애매하고 보관하기는 더 애매한 경우가 많다. 그런 의미에서 임시 소장을 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 되기도 한다. 띠지를 책갈피로 상용하는 것을 얼핏 더럽게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이 습관이 당분간 지속될 듯하다. 책은 언제나 쉽게 읽고 언제 덮어도 다시 쉽게 읽을 수 있어야 한다. 멋진 책갈피를 구매한다는 것은 좋은 일이기는 하지만 책을 읽을 때 신경이 쓰이기도 하고 다 읽은 뒤에 보관하는 것도 애매하다. 완독을 하는 순간이 꼭 책상이라는 법이 없기 때문에 차에서나 카페에서나 사무실에서나 어디서든 완독을 한 뒤 책 띠지를 훑어보고 쓰레기통으로 바로 버려도 그만이다.


사실 책 띠지를 사용하여 읽은 부분을 표기하는 방식을 사용하는 사람은 본 적 아직은 없다. 내 주변에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 않기도 하지만, 대부분 띠지는 소장하거나 바로 버리거나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보기 썩 좋아 보이지도 않는다. 하지만 완독 한 책의 마지막에 띠지를 버리는 행위를 함으로써 무언가 성취감이 생기기도 한다. 나는 현재 '이기적인 유전자'라는 책을 읽고 있다. 사실 이런 책은 하루 이틀 만에 완독 하기 쉽지 않은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이런 코스모스나 사피엔스, 총 균 쇠, 이기적인 유전자 같은 두꺼운 책의 경우 오랫동안 책갈피가 꽂혀 있어야 한다. 그러기에 책갈피에 돈을 사용하거나 예쁜 책갈피를 사용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히 사라지는 습관이 되기도 했다. 지금도 나는 몇 장을 넘긴 채, 띠지로 읽은 부분을 둘둘 말아 놓은 책들이 몇 권있다. 이런 상태로 보관을 하다가 다시 책을 꺼내 읽을 때 띠지를 풀고 읽으면 또한 감회가 새롭다. 혹시 나 말고도 이런 비슷한 습관이나 독서 문화가 있는 사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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