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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화 같은 실화_공작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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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 중 넷플릭스를 통해 본 영화다. 개인적으로 윤종빈 감독의 영화를 보고 항상 만족했던 편이다. 이번 작품에도 그런 기대감을 갖고 영화를 봤다. 공작은 한국형 첩보 영화로 인물에 대한 깊이 보다는 사건을 중심으로 돌아간다. 2시간이라는 러닝타임에 많은 내용을 담으려다 보니 인물의 깊이가 조금 약해지고 내용이 다소 산만한 부분이 없지 않아 있지만 그래도 꽤 재밌게 볼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이틀에 나눠 봤다. 영화 상에 나오는 평양 시내의 장면과 김정일의 변장은 정말 기가 막히다고 생각했다. 몇 번이나 비슷한 장면을 돌려봤는지 모른다. 아쉬움이라면 잘은 모르겠으나 '사투리' 부분이다. 이성민 배우 님의 북한 식 사투리가 매우 정교하다고 어느 탈북자 유튜버 님이 말씀하신 걸 본 뒤라 그 부분을 신경 쓰면서 봐서 그런지 황정민 배우 님의 부산 사투리는 조금 어색하기만 했다. 사실 황정민 배우 님이 경상남도 마산이라는 것을 보자면 그의 사투리가 어색할 이유는 분명 없다. 다만, 다른 작품에서 만나보지 못했던 그의 사투리 역할이라 그런가 싶다.

흑금성이라는 영화를 보면서 강박적으로 드는 계산은 남북이 주고받은 돈(미화)의 숫자다. 영화를 보면서 '어? 생각보다 작은데?'라는 생각을 하면서 봤다. 명색의 국가인데 그 규모가 너무 적다는 생각을 꾸준히 했다. 현재 북한의 GDP가 500억 불도 되지 않는다는 것으로 봐서 북한이라는 나라의 경제 규모가 '카카오'나 '네이버' 보다 작다는 사실은 새삼 느껴진다. 또한 예전부터 항상 의구심이 들던 남과 북의 공작 시나리오에 관해서도 영상으로 볼 수 있어서 새로웠다. 요즘은 '비트코인'과 같은 '암호화폐'에 북한의 해커가 개입하면서 시세를 조정하거나 차익을 얻는다는 일종의 루머를 자주 접하지만, 그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가 합리적인 의심을 해 볼 수 있는 것은 북한 도발 뒤에 이뤄지는 코스피, 코스닥의 폭락장이다. 우리가 화전양면이라고 군에서 배우는 이 작전을 보자면 앞으로 화해의 제스처를 취하면서 뒤로 전쟁을 준비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대한민국 주가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북한 리스크다. 그것을 먼저 알 수 있고 이에 투자할 투자자본이 분명하게 있다면 시세차익을 얻거나 일정 기업에 지분율을 높여 공작활동에 개입이나 활동을 할 수 있는 밑바탕을 만들어 낼 수 있진 않을까? 하는 의심을 해 보곤 했다. 이 영화는 그 부분에 대해 명확하게 영상화했다는 점에서 호기심이 가기도 했다.

음모론적인 이야기를 믿는 것은 흥미로운 일이다. 다만 그것에 함몰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영화는 영화 로보고 일부 사실과 다른 부분은 무엇이고 같은 부분은 무엇인지 관련 책이나 영상을 뒤져 보는 것은 이런 류의 영화를 본 뒤에 내가 항상 하는 일이다. 인류가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 다른 차원으로 가는 영화나 지구에 커다란 소행성이 떨어지는 더 말도 안 되는 영화에는 그다지 민감해하지 않으면서 나는 이런 류의 영화에서는 꼭 확인해보려는 시도를 한다. 아마 오늘 자기 전에 비슷한 내용을 한참을 찾아보다 자지 않을까 싶다.

사실 영화에 대해 기본적인 배경지식이나 내용을 어느 정도 알고 보는 편이 좋은 것 같다. 영화에 왜 갑자기 이효리라는 가수가 등장하는지, 당시 정치적 시대적 배경은 어떤지, 이 사건은 어떤 사건인지를 대략적으로 알고 영화를 보는 편이 훨씬 더 영화에 몰입이 잘 될 것 같다. 나 또한 유튜브에서 일종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정리한 영상을 수차례 보고 영화를 봤는데 이것이 극 몰입에 꽤 도움이 됐다. 얼마 전에 읽었던 '제3도시'라는 정명섭 작가의 책이 생각은 영화인데, 나 개인적으로는 영화보다 이 책이 훨씬 재밌기는 했다. 어쩌면 이 소설이 영화나 동일 사건을 모티브로 하지 않았나 싶긴 하다. 어쨌건 영화는 '명작'류에 분류하기는 조금 부족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재밌게 감상할 수 있는 웰메이드 영화 중 하나다. 널브러진 사건과 인간 뒤에 마무리되지 못한 아쉬움이 조금 있긴 하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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