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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을 책] 황준연 작가 님과의 만남&

by 오인환

제주에 계신 '책 쓰기 전문가 황준연 작가 님'을 만났다. 작가님이 준비해 주신 2권의 책을 받았다. 나의 빈손이 민망한 인사 뒤에 작가 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책과 글, 출판에 대한 여러 생각에 배울 점이 많았다. '평범한 직장인이 어떻게 1년 만에 2권의 책을 썼을까'라는 3번째 책이 출간 예정이라고 하신다. 글과 책이 누군가가 삶을 대하는 태도에 극적으로 변화를 줄 수 있다는 느낌 뒤에는 누군가가 언제 보더라도 기분 좋을 것 같은 에너지를 내뿜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이 느껴지는 만남이었다. 그는 제주에서 작가를 양성하신다. 제주는 전국에서 '책'을 가장 많이 읽는 지역이며 가장 정적인 도시 중 하나다. 타 지역에 비해 다른 매체보다 글이 잘 맞는 지역이고 이 곳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신다. 그가 선물해 주신 책, 두 권에는 이번 출간하실 출판사 '와일드 북'의 대표 님의 책도 있었다. 그는 짧은 만남 동안 '와일드 북' 대표 님의 이야기에 큰 할당을 했다.

사람과 사람이 하는 일 중, 출판만큼 의미 있는 일도 많지 않다. 여러 사람에게 동시다발적으로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서는 작가와 출판사는 같은 생각을 해야 한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믿음이 전적으로 중요한 출판사업에 그를 보고 이번 출간하실 세 번째 책과 그의 다음 횡보도 기대하게 되었다. 보내주신 책을 앞으로 읽어야 할 책 리스트에 살포시 올려놓는다. 책이라는 공동의 끈이 없더라면 평생 만나보지도 못할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요즘과 같이 SNS를 통해 쉽게 누군가의 삶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시대에도 한 사람의 철학이나 생각까지 들여다보기는 힘들다. 기껏 해봐야, 그날 저녁 누구를 만났는지, 무엇을 먹었는지 정도를 사진 몇 장으로 확인하고 겨우 그 사람과 가깝다고 생각하게 된다. 다만 책을 통해 누군가를 만난다면 그의 내면 깊은 곳까지 알게 된다. 책을 쓰다 보면 자신의 내적 영역에서 밖에 표현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가령, 말하고자 하는 주제에 알맞은 예시를 들고 싶더라도, 혹은 누군가의 인용을 하고 싶더라도 대략적인 연결성을 찾지 못한다면 자료 찾는 일부터 어렵다.

한 권의 책을 완성하기 위해서, 일관된 주장에 대해 다수를 설득하기 위해선 다양한 독서 스펙트럼이 필요하고 이를 아웃풋 하여 설득력 있는 전개를 해 나가야 한다. 이는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가볍게 콧노래를 부를 수 있지만 전문적인 작가가 되는 것은 어려운 것처럼 글을 쓰는 사람의 기본은 많이 읽는 것이다. 내가 아무런 거리낌 없이 황준연 작가 님을 만난 것은 책을 읽는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신뢰 때문이다. 고려시대 출판은 대게 불교의 사찰에서 간행하는 경우가 많았다. 우리가 이미 알고 있는 '팔만대장경'이나 '보협인다라니경'처럼 종교에 관한 서적들이 고려시대에 간행되었다. 이는 고려를 침입한 몽골을 물리치기 위해 작성된 것으로 16년의 작업 기간을 갖고 있다. 또한 조선시대가 되면서 출판을 담당하는 기관이 종교기관에서 중앙정부나 지방행정기관으로 바뀌면서 글과 책은 '신뢰'와 '전문성'의 상징이 된다. 이처럼 출판물에 대한 기본적인 사회의 믿음이 현대 사회에서도 작동한다. 그런 책을 만들어 발행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행위는 이 시대에 '신뢰'와 '전문성'을 크게 향상하는 일이라고 믿는다.

대학교에서 법학을 공부했던 이지성 작가가 기술한 '에이트'라는 책은 여러 사람이 구매하고 즐기고 있다. 작가는 그 분야에 전문가가 될 수는 없지만, 준전문가 수준에 근접하여 비전문가들의 지성 향상에 힘을 쓴다. 이런 면에서 작가가 많아지는 것은 환영해야 할 일이다. 사실 우리나라는 '독자'보다 '작가'가 많은 나라다. '작가'가 많다는 이야기에 의아해 할 수도 있지만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의 신간 발행 권 수는 총만 4만 5천 여종으로 우리보다 인구가 3배가 많은 일본(76,445종)과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며 우리보다 인구가 30배는 많은 중국이 47만 권이라는 것에 비하면 정말 어마 어머 하게 많은 숫자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는 실질적 문해력이 낮은 편이며 평균적으로 독자가 읽는 책의 권 수와 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어쩌면 이런 산업의 구조 때문에 우리나라 출판 시장은 다른 산업에 비해 꽤 어려운 편에 속한다.

내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동안 나는 그곳에서도 서점을 항상 다녔다. 또한 도서관도 매주 다녔다. 거기서 깨달은 점이 있다. 우리나라의 책의 퀄리티는 매우 우수한 편이다. 글을 인쇄하는 종이의 재질부터가 다른데, 우리나라에서는 출판되는 종이에 기본적으로 인쇄 품질 향상을 위해 돌가루를 섞는 편이다. 덕분에 우리의 책은 반들반들하고 빳빳한 편이다. 또한 표백도 잘되어 있어 매우 하얗다. 출판사가 조금 신경 쓴 책들의 경우는 하드커버에 띠지는 기본이고 커버도 되어 있다. 반면에 외국의 책들의 종이 재질은 그다지 좋지 못하다. 쉽게 말해 쉽게 변질되고 가벼우며 색도 누릿 누릿하다. 원서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모두 알겠지만 같은 책이라면 원서는 훨씬 가벼운 느낌이 강하며, 우리가 해외에서 구매하는 원서의 대부분은 하드커버와 페이퍼백(소프트커버)으로 소비자가 선택 구매할 수 있다. 여기서 독특한 것은 대게 페이퍼백을 구매한다는 사실이다. 아마 기왕이면 다홍치마라고 보기 좋은 것이 좋다는 우리나라의 남을 의식하는 유교적인 문화가 출판시장에도 있지 않나 싶다.

책의 가격은 그런 좋은 재질을 사용하는 우리나라라고 더 비싸거나 하진 않는다는 사실이다. 심지어 해외에서는 전자책 사용빈도가 꽤 높은 편인데 우리나라에서는 소장해야 하는 혹은 외부적인 미를 중시하기 때문에 내용보다는 제목이나 커버가 판매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경우도 많다. 심지어 출판사의 마케팅 전략이 책의 내용만큼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의 책에 대한 신념을 들으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좋은 책이 양산된다면 독자층 또한 넓어질 것이란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가장 처음 했던 말처럼 글쓰기의 기본은 '읽기'기 때문이다. 가수의 기본은 많이 듣는 것이고 작가의 기본은 많이 읽는 것이다. 자신이 쓰고 싶은 이야기에 대해 전문성을 갖고 싶은 것은 작가의 기본 본능이다. 그런 본능을 충족시키는 일은 작가의 읽기 능력을 향상한다. 작가와 독자의 구분이 확실한 시장이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작가가 많아지면 어쨌거나 그만큼 독자 또한 늘어날 것이라고 믿는다.

2019년 70개 주요 출판사의 매출액이 5조라고 한다. 또한 영업이익이 4천600억이란다. 우리나라 대형 출판사의 상징 중 하나인 김영사의 영업이익은 13억 수준이다. 반면 영상매체 격인 아프리카 tv의 올 1분기 영업이익은 196억 원에 이른다. 영상매체와 게임업체가 출판업체에 비해 큰 성장을 하는 것은 어쩌면 시대의 흐름이다. 하지만 여기서 좋은 영상 와 게임산업의 발전의 기반에는 언제나 출판 시장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 나는 본업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빌 게이츠 또한 본업 작가는 아니지만 출간된 책이 많고 권오현 회장 또한 본업 작가는 아니지만 베스트셀러 작가에 속한다. 우리는 누구나 글을 써 작가가 될 수 있다. 그의 말처럼 평생직장은 없지만 평생직업은 있을 수 있다. 누구나 작가가 되기를 바라고, 또한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책을 읽어 우리나라의 출판 시장이 다시 부흥하기를 빈다. 오늘 이야기는 다른 쪽으로 새긴 했지만, 부디 오늘 만난 황준연 작가의 좋은 활동을 통해 더 많은 작가가 더 좋은 출판물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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