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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의미있는 패잔병의 일기_조국의 시간

by 오인환

책의 마지막 구절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의 주인공 산티아고의 말이 되뇌여진다.

'사람은 패배를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 사람은 파괴 될 수 있지만 패배할 수는 없다.'

너무나 많은 뉴스가 나오고 사라지고를 반복 했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거짓인지 구분을 하기도 전에 '의혹'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쏟아지는 기사의 표적이 한 곳에 모여져 있다. 나는 여기서 이 기사의 진위여부를 말하고자 하지 않는다. 어쨌건 지난 시간 동안 우리 사회에서 가장 큰 이슈던 사실을 가지고 이야기한다. 지금도 지지자와 비판자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현상에 결코 정치적인 이야기를 하고 싶진 않다. 한다고 한들 의미도 없다. 어쨌거나 이 글에도 수 많은 생각들이 달릴 것이다. 어쨌거나 현상은 일어나고 있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마주하고 있다. 그의 책이 수 십만 부가 팔리고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과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 모두가 관심을 갖고 그의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했다.


그의 이야기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를 살피기 전, 우리가 들여다 볼 것은 '이 현상이 발생했다.'는 현실이다. 간은 침묵의 장기라고 불린다. 상당히 손상이 되어도 특별한 이상 증상이 나타나지 않기로 유명해서, 초기에는 아무런 증상이 없다가 증상이 뚜렷해 졌을 때는 이미 암이 전반적으로 진행된 경우일 때가 많다. 하지만 이런 치명적인 '간암'에도 증상은 존재한다. 식욕부진과, 소화부량, 심한 피로감이 그렇다. 이런 증상이 일어났을 때, 증상을 증상으로만 보고 피로회복제나 소화제를 삼킨다면 후에 있을 커다란 병에 준비없이 당하게 된다. 우리사회에 '조국사태'로 불리는 사건이 크게 일어났다. 이는 '병'이라기 보다 '증상'에 가깝다. 본질을 살펴보는 일은 그 만큼이나 중요하다. 문민정부 시기부터 검찰개혁은 꾸준하게 추진하고자 했다. 공수처 설립에 대한 논의가 이때 처음 공론화 되었으며 김대중 정부때는 검찰을 견제하기 위한 '특별검사제도'를 도입했다. 또한 참여정부에 와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이나 고위 공직자비리수사처 논의가 이루어지기도 했고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검사와의 대화'를 통해 그 의지를 나타내기도 했다. 이명박 정권에서또한 검찰의 기소독점을 제안하는 것을 논의하기도하고 상설특검제를 도입하기도 했다. 이후 박근혜 정권의 공약사항도 검찰개혁이었다.


어제 오늘 일이 아닌 '검찰개혁'은 어느 정권에서도 성공적이다 싶은 결과를 만들지 못했다. 그의 책은 자신을 향한 언론과 검찰의 행태를 이야기하고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자신의 입장에서 이야기한다. 증상이 나오지 않으면 병을 알 수 없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이슈는 '검찰개혁'이지 '조국'이 아니다. '조국 전 장관'은 호기롭게 '검찰개혁단행'에 검을 뽑아 들었다.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수 개월 동안 언론과 검찰로부터 끊임없이 적대 대상이 되었다. 우리가 '조국 사태'를 바라보면서 갖는 몇가지 시선이 있다. '그렇게 털면 털리지 않을 사람이 어딨겠느냐?'와 '자격이 되질 않는 사람이 검찰개혁을 논할 수 있는가'다. 어쨌건 검찰과 조국의 승부에서 책의 저자 '조국'은 패배했다. 이유야 어쨌건, 검찰개혁을 단행하겠다는 선전포고에 검찰 쪽에서 조직의 명운을 건, 이 정도 저항은 필연적이다. 결국 취임 35일만에 사퇴하면서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검찰개혁은 '조국' 자신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는 국민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국책 중 하나다. 이에 대표로 출진하여 패전한 그의 일기장에는 짧은 자기 변론과 검찰과 언론의 문제를 꼬집는다. 그의 말은 상당수 일리가 있다. 물론, 의혹이 있는 부분에 있어서 시원하게 해소되지 않은 부분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상당히 의미가 있다.


그가 말하는 것 처럼, 그는 '검찰개혁'의 불쏘시개가 되어, 패전하는 상황에서도 '조국의 시간'을 통해 최후의 일격을 보냈다. 그리고 도서 판매의 선방을 봤을 때, 이는 분명 어느정도 효과가 있다고 보여진다. 어쨌거나, 검찰과 조국 중 어느 한 쪽이 분명히 맞다는 노선을 취하긴 어렵다. 분명 양쪽에 유불리가 존재하며 이는 시간이 지나고 역사가 심판하지 않을까 싶다. 책을 읽는 동안 조국은 자신이 언론과 검찰의 무자비함의 피해자라는 노선을 취한다. 그리고 공감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큰 그림을 그리는 설계자가 있을 거야'라는 논지가 글에 묻어 있다. 우리 국민의 무의식에 '박정희'라는 인물하면 '경제'를 떠올린다. 박정희는 분명 우리 경제를 도약시키는데 큰 역할을 한 인물임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18세기 사회구조의 변혁에 따라 영국에서 일어난 산업혁명과 이후 미국, 독일 등에서 일어난 아래서의 상향식 혁명과 비교하자면 어딘가 모순이 느껴진다. 유기체가 움직이는데는 '상향식'과 '하향식'이 있다.


'리처드 도킨스'의 '신 만들어진 위험'에 따르면, 집을 건설하는 방식을 '하향식'이라고 부르는데, 건축가의 평면도가 맨 위에 있다는 뜻이다. 건축가는 자세한 평면도를 그리고, 각 방의 정확한 치수와 벽을 무엇으로 쌓는지, 벽 마감은 어떻게 하는지, 수도 배관과 전기선은 어디로 지나가는지, 문과 창문은 어디에 내야하는지 모든 사항을 상위층에서의 지시를 받아 꼼꼼하게 따른다. 하지만, 반대로 상향식이란 설계자에 의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겨울에 거대한 무리를 지어 나라가는 찌르레기떼를 보자면 이것들은 리더 누군가의 지시에 의해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 것은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는다. 이들은 모두 함께 빠르게 날아가면서 충돌하지 않도록 서로의 움직임을 정밀하게 조정하고 회전하고 날아가며 한마리 동물 혹은 유기체 처럼 움직인다. 이처럼 대규모로 무리 지은 새들이 한 마리 새처럼 솟구쳐 오르기도 하고 급하강하기도 하는 것은 사실 감독도, 지휘자도, 건축가도 없는 상향식 규칙을 따르고 있다. 이는 옆에 있는 새를 주시하며 각자의 객체가 주변 객체의 움직임에 따른 다음 움직임을 동작하면서 만들어진다. '세스 스티븐스 다비도위츠'의 책 '모두 거짓말을 한다'를 살펴보자면 우리는 어떤 언론이 '보수', '진보'의 딱지를 붙이지만 실제로 언론은 '하향식 집단'이 아니라 '상향식 집단'으로 자본주의의 원리 즉, '보이지 않는 손'의 원리에 따라 '이익을 위해서만 움직일 뿐'이라고 말한다.


언론이 특정 설계자의 지시를 받고 '조국을 공격'하는 행위를 했다고 생각하기에 그들의 수익은 불특정 다수의 '구독자' 혹은 그 구독자들이 선호할만한 '광고사'들로 부터 나오며 철저하게 경영체로서 영리를 추구하려는 기업의 목적에 따라 움직였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조국 이슈는 분명 많은 사람들에게 팔리는 정보상품이었고 인기 연예인들의 이슈들처럼 집중되는 사안에 따른 과한 언론에 불편함을 느꼈음이 분명하다. 실제로 클릭수와 구독자 수로 수익을 얻는 언론의 입장에서는 자극적인 기사를 작성해야하는 필연적 구조도 존재했을 것이다. 어쨌건, 사회가 변화해가는 과정에서 '검찰개혁'이라는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조국 전 장관'은 의지를 갖고 분명한 비전이나 철학도 갖고 있다. 부당하게 느껴지는 외부의 압력에 개인적 억울함도 분명하게 있다. 아마 이 책이 조국 장관의 억울함만 주야장천 써내려가는 책이었다면 나는 이 책을 읽고 철저한 악평을 적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자신을 대변해주지 않은 언론을 뒤로하고 이처럼 책을 통해 대략적인 자기 변호를 하고, 언론과 검찰에 대한 문제점에 큰 비중을 실어 글을 써 내려갔다.


그를 바라보는 시선은 첨예하게 다르다. 이처럼 '높은 인지도'와 극단화 된 '팬, 안티팬' 층은 인기 정치인에게 꼭 필요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언제가 됐건, 그가 어떤 이슈로 다시 부활할지는 모르지만, 지금의 시선에서 그는 호기롭게 검찰에게 '개혁'의 단칼을 뽑아들었다가, 흠씬 맞고 뒤돌아 퇴각하는 패전병의 모습이다. 그의 말처럼 그는 물러서지만 스스로 불쏘시개의 역할을 충분하게 함으로써 '검찰개혁이슈'에 대해 국민적 공감을 일으킬 수 있도록 했다. 검찰개혁은 어떤 누군가가 하더라도 꼭 해야 할 국가적 숙제라는 점에서 조국은 자신의 역할하고 어쩌면 이 책을 마지막으로 '와신상담'할지도 모른다. 정치란 꼭 누군가의 편이 되면 다른 누군가의 적이 되는 법이다. 이런 것을 다루는 것은 꼭 쉽지 많은 않다. 하지만 보수, 진보 할 것 없이 우리가 해야 할 일들에 대한 이슈를 확대해 준 것이 어쩌면 그의 업적 중 하나 일 수도 있지 않을까?


* 본 리뷰는 정치적색과 상관없습니다. 철저하게 도서에 관한 리뷰로 봐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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