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제] 소유종말의 시대_구독경제101

by 오인환

우리 사회를 오랫동안 지탱해오던 자본주의가 사회주의화되고 있다. 오랫동안 자본주의의 상징이던 '소유'의 개념이 모호해진다. 우리가 플랫폼 기업이라고 부르는 기업들의 대부분은 '소유'를 통한 수익 창출을 하지 않는다. 불특정 다수를 공동화 함으로써 누구의 소유가 아닌 일종의 제3지대를 공유하는 형식을 취하며 이를 이용한 광고 수익을 주로 하고 있다. 시가총액이 2200조가 넘는 애플은 자사의 하드웨어 상품을 판매하며 시장 점유율을 올렸지만 해가 거듭할 수록 OS와 컨텐츠 플랫폼 에 투자를 하고 수익 구조의 비중에서 소프트웨어의 수익 비중을 높혀가고 있다. 그 밖에 1750조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수익은 클라우드의 비중이 꽤 크다. 개인이 각자 소장해야 했던 저장공간을 공유하여 저렴하게 나눠주는 사업이 이처럼 커지고 있다. 실질적으로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대부분의 수익은 소프트웨어나 서버 솔루션 등에서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 또한 무료로 온라인 활동공간을 제공하고 이에 따른 광고 수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밖에 아마존, 구글, 알리바바, 테슬라 모두가 추구하는 산업의 구조는 '소유종말의 시대'이다. 이들 모두는 각자 시가총액 1000조가 훌쩍 넘는다.

코로나19가 팬데믹으로 시장에서 '공유경제'가 주춤하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차량을 소유하지 않은 차량해사 우버의 시총이 100조가 넘는다. 그 밖에 물건을 가지고 있지 않은 쿠팡의 시총은 상창초기 100조를 돌파(현재 78조)이고 숙소를 소유하지 않은 숙박사업의 에어비앤비의 주가 또한 100조다. 현재 우리나라 코스피, 코스닥 상장사 기준으로 시총이 100조가 넘는 회사는 삼성전자가 유일하다. 이처럼 실제 상품을 소유하지 않은 이들의 판매실적이 높은 이유는 사람들이 '소유'에 대한 의구심을 갖기 때문이다.

자본주의는 항상 인간의 '소유욕'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다른 누구보다 풍족하게 소유하고 싶은 인간의 욕구는 누구에게나 있다. 이런 본능을 자극하여 산업화는 공급의 혁신을 통해 일어났다. 가내수공업으로 시작하던 상공업이 '기계'의 계발과 함께 공급력의 폭발이 일어나고 이는 곧, 시장 진출이 성장으로 이어졌다. 서구 선진국이 자국에서 생산된 완제품을 가지고 대양을 넘어섰던 이유는 우리가 모두 알고 있듯, 값싼 원자재 공급과 판매처 확보 때문이었다. 제국주의가 막을 내리고 세계는 '식민지'가 아닌 판매처 확보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더 많은 생산품을 더 많은 소비자에게 공급하기 위한 그들의 경쟁은 꾸준히 가속되었고 과소비나 낭비, 사치, 허세라는 문화를 만들어 냈다. 갖고 있는 것에 만족하지 말고 더 가져야 한다는 인식을 통해 생산량에 맞는 수요를 꾸준하게 맞추었던 자본주의는 결국 '공급력 폭발'이라는 이슈와 함께, 세계 대공황을 맞이 했다.

물품의 수요는 한정적인데 생산력만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탓에, 불가피한 경쟁과 가격 폭락은 기업의 재정을 악화시키고 많은 실업률을 만들었다. 이런 현상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며 시장이 해결하지 못하는 수요를 국가에서 만들어내자는 '뉴딜정책'을 통해, 국가가 기업의 공급력을 일부 해결해주는 방향으로 시장주의의 변화도 일어나게 됐다. 국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주는 수요도 임계치에 오른 현대사회는 이런 공급력 폭발을 어떤 방식으로 해소할까? 그 탈출구는 당연히 '무소유'다. 유튜브는 아무런 생산활동을 하지 않는다. 때문에 대량 생산으로 인한 가격하락이 존재할리가 없다. 대부분의 플랫폼기업의 특성 또한 마찬가지다. 많이 생산해도 재고가 남지 않는 혁신적인 사업 구조에 기업은 물론 시장도 반응했다. 소유에 대한 피로도가 지극히 수 백 년이 쌓여있던 시장이 무소유 개념을 받아들이기 시작하면서 우리는 '소유'하지 않고 '대여'하는 방식의 산업의 변혁을 맞이하고 있다.

구독은 꽤 큰 장점이 있다. 커다란 목돈이 한번에 들어 오진 않지만 꾸준한 매출을 지속시킬 수 있다. 이는 기업 매출의 변동성을 줄이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만드는데 기여한다. 이는 회사의 신용에 절대적인 도움을 주기도한다. 이처럼 구독을 통해 우리가 얻게 되는 이점은 기업 측면 뿐만 아니라 소비자 측변에서도 크다. 꾸준함은 고객의 개인 니즈파악이 쉽다. 다양한 선택의 데이터를 꾸준하게 모을 수 있다는 것은 이를 활용한 알고리즘을 활성시킬 요건이 되고 이는 상대의 니즈에 적합한 상품을 기업이 파악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처럼 빅데이터가 하는 역활이 명확해지는 시대에 맞는 수익 구조이기도 하다.

책은 여러가지 구독 경제나 공유경제를 활용하고 있는 회사들을 소개해준다. 원론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이를 활용하여 수익을 창출하고 있는 크고 작은 회사에 대한 소개를 보며 생각보다 빠르게 사회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심지어 수요가 있을까하고 고민을 하게 되는 전기톱 구독이나 꽃구독, 샴푸구독부터 시작해서 테슬라나 넷플릭스처럼 거대기업까지 크고 작은 구독기반 수익 창출회사를 소개한다. 이런 회사의 특징들은 포디즘으로 시작한 대량생산 구조가 아니 소수 소비자를 위한 맞춤형 공급 기업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빅데이터를 안정적으로 쌓고 이를 토대로 고객의 니즈를 정확하게 파악해주는 '알고리즘'이라는 AI의 탄생으로 봤을 때, 소매업, 제조업회사가 아닌 '4차산업혁명의 핵심인' IT기업으로 보여진다.

사실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여러가지 사업 모델 중 나 또한 유심하게 고민했던 사업이 있었는데, 이는 다름아닌 '과일 구독 사업'이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인 문제에 당착하게 된다. 실제로 과일 구독 사업은 존재한다. 하지만 과일 이라는 특성상 일정한 퀄리티의 상품을 지속적으로 생산해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같은 나무에 열리는 과일이라고 하더라도 더 큰 과일이 있고 작은 과일이 있으며, 모양이 둥근 것도 있고 울퉁불퉁한 것도 있다. 하지만 대게 소비자들은 일관적인 상품을 꾸준하게 받기 위해 구독상품을 구매한다. 농산물은 바로 여기서 문제에 직면하게 된다. 일관적인 상품을 구독하기 위해선 대량공급이 가능한 업체에서 1차 선과과정을 거쳐야 한다. 여기서 발생하는 비용이 일차로 크다. 또한 각 과일마다 제철이 존재하고 수확량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 이것은 과일이라는 특성이라기보다 1차 산업의 구조적 한계라고 보여진다. 그런 이유로 국가 성장의 단계를 보자면 1차산업(농업)에서 2차산업(공업)으로 그리고 3차 산업으로 자연스럽게 넘어가며 현금유동성에 유리하고 변동성이 적은 산업으로의 진화가 '선진산업'으로 가는 길이라는 인식이 생기는 듯 하다.

실제로 크기와 맛, 생산량이 일정하지 않은 과일을 가지고 즙으로 만들어 2차 가공품으로 만들기만 해도 앞서말한 1차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쉽게 벗어날 수 있으며, 2차 가공품을 쉽게 배송해 먹을 수 있는 서비스 즉, 3차로 진화시킨다면 더 큰 이익을 안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산지에서 1kg에 2,000원 내지 3,000원에 판매하는 과일이 시장으로 넘어갔을 때, 그 두 배인 4,000~6,000원의 가격이되고 이것이 다른 서비스 산업과 만나면 8,000원 내지 12,000원의 형식으로 가격이 뛰는 것을 보자면 단순히 '과일을 먹어야겠다'라는 것 만이 고객의 니즈가 아니라는 것 쯤은 누구나 알 수 있다. 실제 고객이 과일을 접하기에는 2,000원을 들이면 되지만, 편하게 위험부담 적은 과일을 먹는다는 댓가로 생산품의 4, 5배가 넘는 가격을 지불한다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가끔 우리 농장에 직접 연락을 주시는 고객분들 중에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2~3,000원의 산지 공급 가격을 원하면서 12,000원 짜리 품질을 원하는 사람들이 반드시 있다. 하지만 여기서 들어가는 9,000원은 리스크에 대한 값어치기 때문에 산지에서 주문해먹는 과일일수록 어느정도의 리스크는 감안해야한다. 어쨌건 세상의 패러다임이 구독경제로 바뀜에 따라 우리도 또다른 문화에 적응력을 키워야 한다. 우리 산업구조는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애플이나 페이스북처럼 공유, 구독경제를 이용해 직집적으로 이익을 창출해내는 회사를 보조하는 역할로 삼성과 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회사들이 있다. 또한 배터리, 액정화면 제조도 있다. 하지만 우리 역시 최근 급등하고 있는 다음카카오와 네이버, 쿠팡과 같이 거대한 '공유기업'이 존재하기도 한다.

어쩌면 제조업이 무너진 미국보다 우리 산업구조가 더 기반이 탄탄하다는 방증이 될 수도 있다. 사람들은 점점 소유에 피로도를 느낀다. 이는 나또한 마찬가지다. 핸드폰을 열면 공짜 투성이에 소유를 하지 않으면서도 만족가능한 컨텐츠가 쏟아진다. 결국, 어떤 사회변화를 이해하고 그 변화에 맞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은 돈의 흐름을 보는 것이다. 다른 누군가가 어떻게 돈을 지불하는가를 보기에 앞서 자신이 어떤 곳에 가장 큰 돈을 사용하는가를 보자면 사회 전반의 구조와 산업구조의 변화 전체를 볼 수 있을 지도 모른다.

20210623%EF%BC%BF062304.jpg?type=w773
20210623%EF%BC%BF062308.jpg?type=w773
20210623%EF%BC%BF062311.jpg?type=w773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정치] 의미있는 패잔병의 일기_조국의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