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태복음', '마가복음', '누가복음', 요한복음'...
성경 신약성서 중, 예수 그리스도의 언행을 기록한 복음서들이다. 성경은 예수가 직접 집필한 서적이 아니다. '논어' 또한 공자의 저서가 아니다. '반야심경' 또한 붓다의 글이 아니며 소크라테스도 저서를 남긴 바가 없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학문과 사상은 제자들과의 단체 작업을 통해 이뤄졌고 503권의 저서가 알려져 있다. '데미안'이나 '싯다르타', '수레바퀴 아래서' 등의 저서를 갖고 있는 '헤르만 헤세'와 '분석심리학'의 개척자인 '칼 구스타프 융'의 이야기 또한 '그들 스스로'가 아닌 '누군가'의 시선을 통해 들여다 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다. 책의 저자는 '미구엘 세라노'로 칠레 출신의 작가이다. 그는 외교관, 정치가로 일을 하며 독일과 스위스를 여행하는 중 헤세와 융을 만난다. 두 거장을 그들의 인생을 마무리할 노년 쯤에 짧게 그들을 만나며 나누었던 이야기를 이 한 권의 책에 담았다.
'동양(인도)'와 '서양(유럽)'의 사상에 대해 '남미인'이 시선은 헤세와 융의 이야기를 제3의 시선이 담아내는 것처럼 객관적이어 보이고 신비로워 보인다. 인간의 내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던 두 거장의 이야기를 담은 이 책에서는 짧게나마 그들의 인생을 정리한다. 노년에 무르이은 그들의 철학이 비춰지기도 했다. 이 둘을 이야기 함에 있어 '동양철학'을 빼 놓을 수 없다. 서양의 천재들이 항상 동양의 고전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동양의 철학의 깊이가 그만큼 깊기 때문이다. '칼 융'의 '인간 무의식'에 관한 연구는 주역의 8괘의 영향을 꽤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마치 '진화론'이 당시 지식인 사이에 상식과 같은 이론으로 보편화되어가 중 '자연선택설'이라는 근거를 통해 '진화론'의 창시자로 알려지게 된 '찰스 다윈'처럼, 동양철학의 모호함 속에서 현대적 해석의 근거인 '동시성의 원리'를 통해 무의식을 관찰해 내는 '칼 융'이 모습이 보인다.
어떠한 우연의 일치가 심리적, 현실적으로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에 일어난다는 사실을 발견한 '칼 융'은 우리가 맞이하는 세계는 단순한 우연이 아니라 '개인의 의식과 무의식'에 깊은 연관이 있다고 믿었다. 이런 '동시성의 원리'는 과학과 철학의 경계선에 아슬아슬하게 걸쳐져 있다. 인간의 생애가 무의식적인 자기실현의 역사며, 무의식에 있는 모든 것이 겉으로 흘러나오며 이처럼 내면과 외면이 변화가 운명이다는 이론은 현대에 와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챙김'을 실현해야 할 명분으로 사용되고 있다. 결국 내면을 다스리는 일은 현실의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며 이런 일들은 물리학이나 심리학, 운명학 등과 공통분모로 사용된다. 양자역학이 발견됨에 따라 철저하게 분리되어있던 철학과 물리학이 연결되고 여기에 '칼 융'의 '동시성의 원리'가 합하면서, 심리학과 물리학, 철학이 어떤 접점에 이르는 현대과학이 새로운 장이 열린 것은 아닐까 생각한다.
여기에 '칼 융'의 생각과 비슷한 철학을 갖고 있던 작가인 '헤르만 헤세'의 관점이 소개됨으로써 책은 앞서말한, 철학, 물리학, 심리학, 운명학에 이어 문학까지 넓어진다. 같은 뿌리를 두고 있는 사상이 다른 분야에서 서로 각자의 방향으로 확장되는 일을 겪어가는 과정을 그 구심점이 무르 읽을 쯤, 제3의 눈으로 관찰한다는 것은 참으로 오묘한 매력이 있는 일이다. 사유와 사건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일을 보자면 어린 시절 내가 좋아하던 '끌어당김의 법칙'이 떠오르곤 한다. 한때 유행처럼 번졌던 '끌어당김의 법칙'은 사이비취급을 받기도 했다. 사람들이 많은 이유로 열광했던 그 이론의 뿌리에는 '칼 융'의 '동시성의 법칙'이 존재했다. 실제로 '무의식과 정신과학'의 영역의 역사가 짧다. 그런 이유로 '칼 융'과 '프로이드'는 사이비과학의 근거로 자주 거론되는 인물들이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과학이라는 범주가 실재하듯, 인간이 만들어 낸 수 천년의 역사에서 과학의 역할을 대신하던 분야가 철학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철학 또한 실재한다. 우리가 철학의 범주을 과학의 범주로 바꿔 해석해내는 과정에서 우리는 우리의 지성으로 이해하지 못하는 여러 현상과 사건을 만나게 된다. 양자역학의 중첩상태처럼 우리 과학이 철학의 깊은 부분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심오해지기 시작하던 시기 대중들에게 이를 문학으로 설득해내던 헤세의 역할은 분명 크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적으로 6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었으며, 총 1억 5천만 부가 넘게 팔렸다. 현대 문학에서 엄청난 히트작품으로 알려진 '해리포터 시리즈'는 10년 간 총 67개의 언어로 4억부가 팔렸다. 이는 자본과 영화 등의 컨텐츠로의 확대와 더불어 일어난 현상이라는 점을 보자면 '헤르만 헤세'의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다. 실제 '해리포터'가 담고자 하는 이야기를 폄하하자는 것은 아니지만, '판타지'에 비해 헤세가 전 세계로 알리고자 했던 메시지가 분명했던 것 또한 분명하다.
사실, 책은 200쪽이 겨우 넘는 얇은 분량의 책이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데는 상대적으로 오래 걸렸다. 한 문장, 한 문장이 쉽게 넘어가지지 않는다. 사유가 없이 문자를 읽어내는 작업은 이 책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어렵다. 쉽게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을 곱씹고 곱씹으며 겨우 이 책을 마무리하며 인간 세계에 대한 심오한 고찰을 스스로 해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