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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능동적인 인간vs수동적인 인간

한번 읽으면 절대로 잊지 않는 경리, 회계, 총무 독후감

by 오인환

징세의 편의를 위해서 법인이나 개인사업자가 근로자의 세금을 미리 징수하는 제도를 원천징수라고 한다. 우리가 모든 근로자에게 개별적으로 세금을 징수하기 어렵기 때문에 국가는 회사로부터 직원의 세금을 일괄 징수한다. 이 제도는 근로자들(회사원)에게 별로 감흥이 없다. 당연히 좋은 고등학교를 입학하고 좋은 대학교를 입학하면 당연히 좋은 회사에 취직하여 자신이 내는 세금이 어떤 방식으로 징수가 이뤄지는지 이해도 없이 급여명세서를 받아든다. 급여 명세서에서 제외되는 이 금액은 '세후연봉' 불리며, 마치 연봉 계약시 3,000만원이면 '실수령 225만원이다'라는 공식만 찾는다. 마치 '세금'은 원래 없는 돈이며 자신이 '벌어들이는 수익'이 아닌 것 마냥 취급한다. 여기서 근로자와 사업자의 명확한 차이가 발생한다. 근로자에게 '세금'이란 신경 쓸 필요가 없는 '당연함'이지만, '사업자'에게 '세금'이란 가장 신경써야 하는 일이다.


근로자의 세금은 계약된 연봉에서 일정 비율로 제외된다. 자신의 노력 여하에 따라 줄어들거나 많아지지 않는다. 국민의 의무인 납세의무를 본인이 지고 있지만, 그 의무를 실행에 옮기는 것은 '사업자'이다. 세상을 극단적으로 '부'와 '빈'으로 나눠보자면, '부'에 속한 사람들은 '능동적'인 편이고, '빈'에 속한 사람들은 '수동적'인 편이다. 이는 학교 학급에서도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존재한다. 특이하게도 이것은 일정한 비율을 항상 유지한다. 한 학급을 이끄는 반장의 경험을 가진 초등학생은, 중학교나 고등학교에서도 리더를 할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일에 능동적인 사람일수록 '누군가'에 의해 '당하는' 일에 못견뎌 한다. 이들은 '학교 성적'과 상관없이, 자율적 의사를 실행에 옮기는데 기민하다. 대부분의 그들은 '성공'을 하건 '실패'를 하건, 결과를 떠나서 사업가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근로자의 세금과는 다르게 사업자의 세금은 능동적으로 융통성있게 조절이 가능하다.

많은 사람들이 '아껴씀'을 미덕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업장에 세금을 부과할 때는 근로자의 세금과는 다른 방식이 적용된다. 쉽게 말하면 매출이 높다고 세금이 많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사업장의 세금은 매출액에서 사업 운영에 필요한 경비를 뺀 나머지 순수익에 매겨진다. '즉, 부자가 되려면 아껴써야 한다' 라는 생각에 일리는 있지만, 사업에서 '아껴쓰는 일'을 미덕으로 둔다면 불필요한 세금폭탄을 맞을 가능성도 있다. 우리는 작은 사업장을 가진 사업자가 '남는게 없다'며 하소연을 하면서도 '벤츠 자동차'를 타고 타고 다니는 모습을 보곤 한다. 재무제표가 엉망인 법인의 대표가 비싼 리조트 회원권을 소유하고 있는 경우도 쉽게 볼 수 있다. 대기업을 보자면, 사업성이 전혀 없는 집단을 운영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이런 일들은 대부분 '세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는 '절세' 방법 등에 의해 나온 현상들이다.

근로자들이 보기에 '불합리'해 보이는 이런 일들은 어느 순간, 당연해지고 있다. 사실상 자신의 일에 조금 더 능동적인 자세를 취하는 사람들은 생각보다 많은 걸 갖고 간다. 조금 귀찮고 신경 쓸 일이 많아지는 대신, 학창시절에는 '성적'을 얻어가는 경우가 많고, 이 후에는 '풍요로움'을 얻어간다. 사실상 '풍요로움'이란 '소득'보다 '지출'에 의해 생겨나는 경우가 많다. 많이 버는 고소득자 보다 적게 벌지만 많이 쓰는 '자산가'가 더 풍요로운 것처럼 지출에 있어 능동적인 대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소수는 더 많은 이들의 세금을 꼼짝없이 대납해주면서 자신은 세금으로부터 능동적인 자세를 취한다. 원천징수 하나만으로도 자본주의의 많은 것들을 느낄 수 있다. '작은 회사'는 그런 자본주의의 원리를 가장 가까이에서 지켜 볼 수 있는 훌륭한 경험이다.

국가는 근로자가 많을수록 세금을 걷기 수월해진다. 근로장려금을 비롯해 국가는 근로자로 일하는 사람들에게 '복지'와 '노동환경 변화'라는 혜택을 주면서 그들이 위치를 유지하도록 끊임없는 미끼를 투입한다. 나는 '근로자가 좋다. 사업자가 좋다' 등을 이야기 하려는 것이 아니다. 능동적 자세와 수동적 자세가 만들어내는 변화를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얼핏 자신의 이익을 야무지게 챙겨가는 이들은 아무 이유 없이 얄미운 법이다. 또한 자신의 몫을 제때 챙기지 못하는 이를 보면 어쩐지 도와주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이다. 그런 주관적인 감정이 세상을 바라보는 '선'과 '악'이 되어 근로자는 '선', 사업가는 '악'이 되어선 안된다. 사람은 사람마다 음악적 재능을 타고난 사람이 있고 운동신경이 뛰어난 사람이 있듯, 다수의 수동적인 인간과 능동적인 인간이 존재할 뿐이다.

메소포타미아 문명에서 가장 먼저 발견된 기록은 '회계' 기록이라고 한다. 인간이 회계를 기록하던 시기에도 '노동자'와 '운영자'의 계층이 존재했으며 이는 문명 발생 이후 현재까지 굉장 오랫동안 유지되어 온 사회의 모습이다. 자신이 노동계층인지 아닌지를 그 성향을 잘 파악하고 스스로를 인정하며 자신의 역할에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좋다고 생각한다. 남의 떡이 더 커 보인다는 말처럼 스스로의 모습을 인정하지 않고 고집을 부리는 것 또한 실패의 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어도 이익집단의 기본인 경리, 회계, 총무는 어떤 일을 하건 무조건 공부가 필요하면 근로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이득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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