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육체의 병을 갖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으며...
2014년 기준 교통사고 등의 운수사고 사망자수는 한해 5,700명. 대한민국에서 하루 15명은 운수사고에 의해 갑작스럽게 운명을 맞이 한다. 2012년 한해 동안, 누군가에게 살해를 당하는 사람의 수는 169명, 이틀에 한 명은 누간가에게 살해를 당하고 있다. 2020년 일을 하다 갑작스럽게 사망을 하게 된 '산재 사고 사망자 수'는 882명. 하루 2.5명은 열심히 생활을 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이렇게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평화로운 일상을 보내다 갑작스럽게 사망하는 경우는 얼핏 생각나는 경우만 더해도 18명이다. 대한민국에서 1시간 20분마다 누군가는 살해를 당하거나 업무 중 선재사고를 당하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죽어간다. 당신이 대한민국에 살면서 흘려보낸 방금 생각없이 보냈던 1시간 20분 사이에 또 누군가는 살해, 사고, 산재에 의해 죽임을 당했다. 당신이 생존해 있던 10년의 기간은 누군가가 사고,산재,살해에 의해 6만7천 명 이상이 사망한 기간이다. 당신의 나이가 서른이라면 자신의 인생을 준비없이 급작스럽게 맞이한 불운한 20만의 생명이 특히나 부러워했을 하루이고, 마흔이라면 27만명이, 당신의 나이가 쉰 세가 되었다면 33만 7천명의 생명이 당신의 하루를 부러워 했을 것이다.
대한민국 영아사망자수는 한해 822명으로 또 다시 어떤 누군가는 태어나자마자 1년 내에 죽기도하고 또한 자식을 잃기도 한다. 그저 자고 나면 주어지는 공짜같은 하루라고 하더라도 우리가 매순간 살해를 당하지 않으며, 사고나 산재 없이 이렇게 살아 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당장 의미없는 하루를 헛되게 보내는 것은 자신의 삶의 기적을 부정하는 것이고 감사함 없이 사는 것은 먼저 생을 마감한 이들에게 죄를 짓는 일과도 같다. 한해 총 30만 명이 생을 마감한다. 이유를 막론하고 2분에 한 명 씩 죽음을 맞이한다. 회사, 학교를 가기 싫다고 투정부리고 아침 기상 핸드폰 알람을 뒤로 미뤘던 2분의 사이에 어느 누군가는 생을 마감했다. 물론 그들의 삶과 내 삶이 별개라고 말한다고 해도 크게 반박할 수 없다. 하지만 당신에게 주어진 하루는 그냥 주워진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평화롭고 어제와 별다를 것 없어 보이는 하루에도 기적이 존재한다.
얼마전 '박영서 작가 님'의 '시시콜콜한 조선 일기들'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마치 지금 어딘가에서 일어나고 있을 법한 사소한 일상의 기록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는 이 메모는 지금 어디에도 없다. 이미 수 백 년 전에 모두 사라졌으며, 건강하던 사람도, 부자도, 가난한 이도, 고부간의 갈등도 모두 기억하는 이가 존재하지 않는 머나먼 일이 되었다. 과연 오늘과 어제의 나의 하루에 있던 스트레스와 화는 얼마나 영속적인 것들인가. 마치 옆집 아이의 짚신이 더 예쁘다는 부러움 가득한 조선말 어느 아이의 일상 만큼이나 부질없는 것은 아닐까. 어제는 자동차 고장으로 꽤 고생했다. 불필요한 시간적, 금전적 지출이 일어났다. 그보다 더 불필요하지만 크게 일어난 건 감정의 소모다. 불식간에 일어 나오는 감정이 불쑥 불쑥 나의 하루를 갉아먹었다. 시원한 에어콘 방에서 키보드를 두들기는 지금 돌이켜보니, 내가 맞춰야 할 촛점은 '차가 고장났다'가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일없이 살아 있다'는 행운이 아닐까 싶다.
우리가 어떤 불행을 맞이 했다고 하더라도, 이 글을 읽는 모든 이들은 '죽음'이라는 최악의 불행을 피한 이들이다. 여기에는 나도 포함된다. 외부에 의한 안타까운 죽음을 피했다고 하더라도 한해 1만 3천 명이 다시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팔이 하나 없건, 어떤 병을 앓고 있던 매일 또다시 주어지는 삶으로 우리는 보상받았다. 그 무엇도 주는 것 없이 받은 보상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없이, 부족한 부분에만 촛점을 맞추고 살아간다. 그걸 매순간 잊는다. 눈을 뜨고 차별없이 들어오는 정보와 잡념은 이런 감사함을 잊게 만든다. 들어오는 들숨과 나가는 날숨이 콧구멍을 폐를 스치고 지나가는 매순간에 집중하다보며 어제 받았던 스트레스와 오늘 일어날 불안감등이 모두 허상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누구나 어떤 일을 겪으면 그 상황에서 헤어나오지 못한다. 버벅거리는 컴퓨터의 전원을 끄고 '윙~ 윙' 돌아가던 CPU를 잠시 멈춘 뒤, 재가동하는 리셋은 '삶'과 '현재'의 소중함을 자각하게 만든다.
정신적, 육체적 병을 얻은 사람들의 글을 읽고 있다. 우리가 불행이라고 믿어왔던 일들은 정말 불행일까? 행과 불행의 기준을 스스로 높이고 만족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