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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평범함의 힘_특별하지 않은 특별함

by 오인환

위대함은 평범함에서 나온다. 무언가 특별한 비밀이 있을 것 같은 일에는 그저 수많은 평범함이 첩첩이 싸여 있을 뿐이다. 여기에는 '원나라 말기'의 '중팔'이라는 인물의 일생이 딱 들어 맞는다. 어린 시절부터 가난하여 거지의 생활을 하던 '중팔'이는 '굶주림' 피하기 위해, '절'로 들어갔다. 절에서 온갖 허드렛일을 하던 중팔이가 겨우 호구를 해결 할 수 있을 때쯤, 홍건적이 절로 들어닥친다. 홍건적은 겨우 인간다운 삶을 살게 된 '중팔'의 삶을 다시 망가트렸다. 이에 억울함을 느낀 '중팔'은 '홍건적 두목'에게 따져 물었다. 어린 중의 당돌함에 반한 홍건적 두목은 중팔에게 '홍건적'으로 들어와 함께 도적 활동하길 권유한다. 거지에서 스님으로, 스님에서 다시 도적으로의 삶은 특별할 것 없는 작은 선택들의 연속이었다. 홍건적에서 맡은 직책은 일개 병졸이었지만, 중팔은 호구를 해결 할 수 있음에 감사했다. 그는 매일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을 보내던 '중팔'은 홍건적의 2인자 자리까지 올라섰다. 그런 그를 따르는 사람이 늘어나고 그렇게 리더쉽과 포용성을 평범한 하루 중 학습했다. 중팔은 난징 지역을 점령한다. 겨우 호구를 해결하던 지난 날, 자신의 모습을 난징의 백성에게서 본 그는 되려 자신들의 곡식을 백성에게 풀었다. 이렇게 커다란 민심을 얻게 된 그의 군사가 나날이 커져가며, 그는 기울어져 가는 '원왕조'를 무너뜨리고 중국을 재통일한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명태조 주원장의 일화다.

평범함의 위대함은 그렇다. 엄청난 비법을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이들의 뒤에는 그저 평범함들만 잔뜩 쌓여 있을 뿐이다. 보잘 것 없어보이는 것들이 첩첩이 쌓여 있는 것이 바로 위대함이다. a와 b와 c 등의 단순한 알파벳 스물 여개의 조합은 위대한 '햄릿'을 만들어 냈다. 따지고보자면 오늘을 살고 있는 위대한 사람들의 일상도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어야하고 매번 '잘라야지.. 잘라야지..'하는 손톱과 발톱을 어느 날 방바닥에 쭈구려 앉아 자를 것이며, 그 누구 할 것 없이 먹은 만큼, 화장실에서 배설을 할 것이다. 이런 이들의 하루가 우리와 그게 다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우리의 일상의 가치를 폄하하는 것이다.

이런 평범함에서 비범함은 항상 나오는 것이다. 이런 가벼운 마음을 갖고 있지 않다면 삶의 부담감에 평범함에 만족하지 못하고 비범함을 찾아다니는 '허무맹랑함'에 빠지기 쉽상이다. 위대한 그림이라고 부르는 것들은 한낱 도화지에 '유화물감'이라 부르는 화학물질을 덧칠한 것 뿐이다. 위대한 음악이라는 것은 이미 자연에 존재하는 여러 음의 순서와 조화를 재배치했을 뿐이고 앞서말한 문학 또한 알파벳과 자음, 모음을 이리 저리 배치했을 뿐이다. 가벼운 마음으로 대상을 대하면 내가 걸어갈 길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다. 인생이란 크게 의미를 부여할 필요없다. 나의 저서에서 '촌스러워도 괜찮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태어나버림'과 '죽어버림' 사이의 공백을 채우는 일일 뿐이며, 거기에는 무엇을 채워도 작품이 된다.

책의 저자 이승석 작가 님은 이 책에 자신의 특별하지 않은 일상을 담았다. 그림과 글에서 나타나는 일은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일상이라고 하지만, 일개 독자인 나에게 그 일상은 도저히 '평범'하지 않았다. 이는 아마 누구의 이야기라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우리는 그 누구도 다른 사람의 인생을 살아 볼 수 없다. 옆 집에 있는 '화 많은 할아버지'의 일상이나, 가수를 지망하는 지망생, 그림과 글을 쓰는 작가, 환자를 마주하는 의사 등 자신의 일상을 우리는 100년의 일생 간, 단 한번도 비슷하게 체험해 보지 못한다. 누군가의 일상은 다른 70억에게 특별한 이야기다. 26세의 나이에 글과 그림을 그리며 출간작가가 되는 일은 도저히 평범할 수 없다. 지하철에서 지나다니는 사람들을 관찰하며 또다른 이야기를 고뇌하는 일 또한 평범하지 않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일상이 자신에게 평범하기에 다른 이들에게도 별볼일 없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승석 작가 님은 스스로가 그것이 자신에게 평범하지만 타인에게 특별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런 인식이 이런 책의 출간을 만들어냈다고 본다.'

쉽게 매일 일기처럼 글을쓰고 자신의 하루와 노하우를 공유하라는 조언을 하면 열이면 열, '나는 쓸게 없어.', '너무 평범한 일상이야'를 말한다. 하지만 특별할 것 없는 모두가 글을 쓰고 출간 작가가 되며 누군가는 베스트 셀러가 되는 법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일상 중 일부가 '백세희' 작가의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를 만들어 냈다. 이슬아닷컴을 운영하고 있는 이슬아 작가의 '일간 이슬아'도 마찬가지다. 자신의 평범함이 남의 특별함이라는 걸 먼저 인지한 사람들은 이처럼 먼저 앞서 나가고 있다. 넉넉한 글과 그림에 책은 한 시간이면 충분하게 읽고도 남을 분량이다. 아이에게 '라바'를 틀어주고 아이스크림 한 스쿱 떠주고나면 아주 짧은 시간 이 책은 '휘리릭 하고 읽힌다.' 아마 2021년 7월의 어느 날, 아이들에게 '라바'를 보여주며 '아이스크림 한스쿱' 떠주고 '특별하지 않은 특별함' 수필집을 읽고 있는 나의 하루 또한 지극히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으며 그 누구도 100세의 인생 중 단 한번 경험해 보지 못하는 특별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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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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