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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몸과 마음이 치유되는 과정

회색 하늘도 색색 빛깔 하늘로 바뀔 수 있어 독후감

by 오인환

코로나 블루가 극심했던 2020년 작년 한 해, 우리의 자살자 수는 어떻게 됐을까? 많은 사람들이 심리적 고립과 우울감을 느끼고 더 많은 자살자가 발생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2020년 자살사망자 수는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잠정치 기준으로 1만 3018명으로 작년보다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렇다면 어째서 더 많은 사람들이 코로나 블루라는 심리적 현상을 겪으면서도 자살자 숫자는 줄어든 것일까. 자살 사망은 감염병이나 지진, 전쟁 등 재난 시기가 오면 줄어 들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외부적인 위협에 노출이되면 우리 인간의 생존 본능은 더 자극된다. 마치 오월동주와 같이 외부에 처한 상황을 타계하기 위해 내부적 에너지를 일단 생존에 쏟아 붇기 때문이다. '나' 속에 들어 있던, 치명적인 '적'인 '나'는 외부적 위협에서 더 이상 '적'이 아닌 '동료'가 되는 법이다. 결국 적의 적은 동료와 다름 없다.

삼성그룹의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일본에서 유학을 하던 중, 학업을 중단하고 고향인 경남 의령에서 농사를 짓기로 결심한다. 그는 자신의 논에 미꾸라지 새끼 1,000마리를 풀어 기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미꾸라지의 수가 2배로 늘어났고 그 미꾸라지도 수확된 쌀과 함께 판매하자 원래 논에서 수확되는 수확액의 2배에 가까운 수익이 생긴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됐다. 다음해, 그는 또다시 어린 미꾸라지 1000마리를 논에 풀었다. 그리고 미꾸라지를 잡아먹고 사는 천적 '메기' 20마리를 함께 집어 넣었다. 이론대로라면 메기가 미꾸라지를 잡아먹으면서 미꾸라지 개체가 줄어야 하지만, 이 논의 미꾸라지는 4000마리가 되고 메기는 200마리로 늘어났다. 애초 이병철 회장의 논에서 얻을 수확량의 4배에 가까운 수익을 얻을 수 있었다.

결국, 나를 죽일 것만 같은 천적은 내 생존본능을 자극하고 내가 성장할 수 있게 만들기도 한다. 세상은 참 아이러니하게도 위기에 더 큰 성장을 하는 법이다. 이 글은 '환자 정씨'라는 필명의 작가 글이다. 그녀는 유방암 환우이며 여러질환을 갖고 있다. 우울증과 당뇨를 비롯한 여러 병들을 함께 가지고 있는 그녀는 무심한 남편의 곁에서 어린 자녀까지 키우는 외부 상황에 놓여 있다. 유방암과 우울증을 비롯해 여러 신체적, 정신적 질환을 함께 갖고 있던 그녀지만, 이로인해 삶에 대한 애착은 무난했던 보통 사람들보다 더 강렬하다.

나는 '커피'를 먹고 싶지만, 커피를 끊고, 기름지고 단 음식을 먹고 싶지만 건강을 생각하여 끊는 타입은 아니다. 먹고 싶은 음식은 언제든지 먹고도 건강에 대한 문제를 심오하게 고민해 본 적 없다. 이런 내가 느끼는 삶의 가치와 작가의 가치는 분명하게 다를 것이다. 삶이 소중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가치는 분명하게 다르다. 삶의 값어치를 매긴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어쨌건 소중함을 아는 사람에게는 같은 시공간의 가치가 분명하게 다를 것이다. 오늘도 누군가는 자신의 하루와 삶에 대한 감사함 마음 없이 일상을 맞이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 하루들이 모여 인생이 된다. 스스로 값어치를 상실한 하루들이 일생이 되고 그 사람의 인생의 값은 그렇게 결정된다.

이 책은 어떻게 그녀가 육체적 질병을 극복하는지 과정을 담고 있다. 육체가 병에 걸리면 그 만큼이나 힘든 것은 이것으로 얻게 되는 '정신적 질병'이다. 세상은 아이러니하게도 좋은 일은 좋은 일을 끌어들이고 나쁜 일은 나쁜 일들을 끌어당긴다. 흔히, 사업을 하다 파산하고 질병을 얻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하는 사업마다 족족 대박이 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행복한 삶을 산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자신의 삶이 불행에 속해져 있다는 믿음은 어쩌면 다른 불행을 끌어당기는 지도 모른다. 삶이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다'의 결말보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의 결말을 만들어내야 한다.

'하는 사업마다 모두 실패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는 것과 '하는 사업마다 모두 성공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하다'의 차이는 결국 그 삶의 값어치를 대변한다. 삶은 결국 '그럼에도 불구하고' 뒤에 나올 형용사로 값이 정해진다. '행복한 가정은 서로 닮아 있지만, 부행한 가정은 모두 저마다의 이유로 불행하다'는 레프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의 구절을 보면, '행복'과 '불행'의 성질이 명확하게 들어난다. 행복은 단순한 것이며, 불행은 복잡한 것이다. 우리가 불행햔 이유를 찾아보자면 수만가지는 나온다. 하지만 행복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감정이지 동작이 아니기 때문에 스스로 찾아다니는 일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책은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환우들을 위한 조언을 한다. 가장 큰 초점이 '정신과 약의 단약'에 관한 이야기가 크다. 해당 내용은 '정신과 의사와 의 상담'이 필수적이라는 이야기를 하면서도 '단약의 필요성'을 이야기한다. 건강한 사람들은 분명 그녀의 이야기에 머리로는 공감하지만 마음적으로 완전한 공감을 하기 어렵다. 그녀는 그녀와 비슷한 상황에 처한 이들에게 공감과 조언을 줌으로서 자신의 삶의 가치를 더 높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싶다. 책의 제목처럼 그녀는 자신의 삶을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어가고자 하고 있다. 어쩌면 그녀의 삶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행복하다'의 결말로 향하고 있진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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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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