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으로 들어 온 지 5년 가까이 된다. '아빠가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으니 아이들은 영어 잘하겠다'라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어느정도 일리가 있을 수는 있으나 나 조차 영어를 까먹어가는 와중이라 하루라도 더 잊기 전에 영어에 대한 기록과 생각을 미리 적어두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 이 글은 시리즈로 꾸준하게 생각나는대로 포스팅 할 예정이다. 어느 아침은 다율이가 빨갛게 핀 꽃을 쳐다보다가 향기를 맡는다. 분명 같은 공간과 시간에 살고 있으면서 나는 이 꽃을 수 배는 더 스쳐 지나쳤을 텐데, 나는 저 꽃에 코를 데어보는 1초의 여유를 가져 본 적이 없는가. 나에게 필요한 여유란 시간적 여유가 아니라 마음적 여유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거든, 아이를 위해 내가 갖고 있던 생각을 남겨주고 싶다고 다짐 했다. 벌써 5년이 지났지만 나는 어떠한 정보도 남기지 못하고 매 하루와 매 시간, 매 초마다 지난 기억을 망각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영어를 잘하는 방법을 단 하나 꼽으라고 한다면 나는 이렇게 대답할 수 있다. '교포처럼 말하면 된다.'고 말이다.
해외 생활을 하면서 나는 갓 창업을 회사를 들어갔다. 운이 좋았을 수도 있고 나빴을 수도 있다. 회사의 사장은 1.5세라고 부르는 교포였다. 그는 한국어에 능숙했으나 가끔, 영어를 섞어 이야기 하곤 했다. 가령, 'where is my 지갑?' 혹은 'what happened to your 오른손?'과 같은 방법이다. 이런 방식은 실제로 매우 유용했으나 한국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회화를 가르치는 사람이 많지 않았다. 보통 한국에서 회화를 공부하는 사람을 보며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틀려도 좋으니 자신있게 말해세요!!' 이 말은 잘못됐다. 대부분의 한국사람들은 틀릴까봐 말을 못하는 경우도 있지만, 쉽게 말해 단어가 생각나지 않아 말을 하지 못하는 경우도 훨씬 많기 때문이다. 영어는 사실상 기본동사 몇 백 개 정도를 외우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거의 대부분의 말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말을 길게 하지 못하는 이유는 '명사(이름)'를 잘 모르기 때문이다. 가령 '손톱깎이'의 영어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렇다면 우리는 마트에서 손톱깎이를 찾으러 가서 이렇게 말할 것이다. 'Do you have any ....um...nail....um... cutting... machine?' 단순히 'Nail Clipper'라는 단어를 모르기 때문에 영어는 버벅 버벅 거리기 일수다. 이렇게 자신감이 결여된 상태에서 '발음'까지 챙기는 건, 어불성설이다.
만약 이런 경우, 'Do you have any '손톱깎이'?'라는 말을 상대가 알아듣기만 한다면 우리는 자신있게 다음 말을 이어서 할 수 있다. 상대가 영어의 어순에 익숙하지면 한국어의 단어에 익숙한 교포라면 우리는 영어로 더욱 쉽게 많은 것들을 표현할 수 있다. 영어가 바로 쉽게 나오지 않는 이유는 익숙하지 않은 어순 때문이다. 하지만 영어에 조금 익숙해질 때쯤 깨닫는 건, '덩어리 영어'라고 불리우는 몇가지 틀이 존재하고, 여기서 단어만 바꿔 쓴다는 점이다. 'I need to 깍아 my 손톱' 처럼 교포들이 사용하는 영어와 한국어 혼용 말투를 사용하면 쉽게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게 된다. 'It's 너무 더워 today, I should eat 수박 now, it's 맛있어' 얼핏 우습게 보이지만, 이런식의 연습은 '단어를 몰라서 말을 뱉는 경우는 사라진다. 쉽게 완성된 영어 문법을 사용할 수 있다. 이처럼 완전한 영어 문법을 자유롭게 자주 사용하다 보면, 영어 어순에 익숙해지게 되고, 여기에 오직 문제였던 '명사'와 '형용사' 단어만 좀 외우면 그만이다.
사실 영어단어가 바로 생각나지 않거나, 외국인이 하는 말이 잘 들리지 않아 좌절스러운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도 그리 기죽을 필요는 없다. 가만 생각해보면, '그 뭐냐... 그 있잖아...'와 같이 우리말에서도 명사가 쉽사리 떠르지 않아 대명사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다. 영어에서도 'the things like....', 'the stuffs like...'하고 단어가 떠오르지 않아 대명사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은 영어를 잘하고 못하고의 문제가 아니라 '나이를 그만큼 먹었구나..' 하고 합리화하면 그만이다. 내가 외국에서 일을 하다가 한국의 마트에서 잠시 일을 했던 적이 있다. 그때 어떤 전화를 받았는데 손님은 '자숙문어'를 찾았다. 부끄럽지만 나는 그때까지 '자숙'이라는 단어가 '삶은'이라는 의미라는 사실을 몰랐다. '??문어'를 찾는 손님에게 앞에 부분을 수차례 물어보고는 결국 그게 뭔지 끝내 네이버를 찾아보기 전까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같은 일을 수시간 하다보니 업무상 생소한 언어들이 익숙해지기 시작했다. 이는 영어냐 한국어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저 생활 언어에서 익숙하지 않은 어휘의 문제이다.
영어를 전화로 공부하는 방법은 내가 생각하는 잘못된 학습법 중 하나다. 한국어로 통화할 때 조차, 의미상 오해를 가장 많이 불러 일으킬 수 있는 것이 통화다. 하물며 이것을 외국어로 한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문제다. 보통 전화영어를 해주시는 분들 중 일부는 '필리핀'에서 근무하시는 분들이 많다. 필리핀 영어가 어떻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하지만 언어의 기본은 '호기심'이다. 일본 문화에 관심많은 사람들은 일본의 애니메이션 문화에 강한 호기심을 갖는다. 문화와 더불어 여러가지 호감을 갖다보면 자연스럽게 대화하는 상대에게 궁금한 것이 생기고 친해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영어를 공부해서 '필리핀'에서 사용하길 희망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만약, 언어를 잘하고 싶다면, 그 나라의 문화나 사람에 강한 관심과 호기심이 있어야 한다. 필리핀에서는 영어만 배우고 미국이나 영국 사람과 대화하고 싶다면 이는 대화하는 필리핀 사람에 대한 예의도 아닐 뿐더러, 그에게 '언어'를 제외한 어떤 호기심도 생기지 않는다.
나의 관심사가 오직 '영어'일 뿐인데, 상대와 공통의 관심사가 생길리가 없다. 관심사가 없다면 대화의 소재가 없어지고 흥미도 없어진다. 이는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꼭, 미국이나 영국이 아니더라도, 캐나다나, 호주, 뉴질랜드의 문화를 동경하고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면 아마 영어는 늘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심이 많아 일본어가 능숙한 사람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비슷한 이유이다. 특히 한류가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현재, 전공자가 아닌 여러 외국인들이 한국어로 상당한 수준을 말할 수 있다는 점을 보자면 이 논리는 틀림없이 맞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질랜드에 거주하면서, '미국식영어'라는 것을 고집하는 사람들을 만나곤 했다. 현지에서도 웃기다며 깔깔 거리는 'American Accent'를 자국을 방문한 아시안이 사용하고 있다면 어떤 기분일까. 호주에서는 호주 악센트를 공부하고, 뉴질랜드에서느 뉴질랜드 악센트를 공부하며, 미국에서는 미국 악센트를 공부해야한다. 우선 자신이 어떤 이유로 영어를 공부하고 있는지 그것 부터 먼저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