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의 영화 중, 딱 3편을 꼽으라고 한다면 이렇게 꼽을 것이다. '타이타닉', '포레스트검프', '라이언일병구하기' 물론, 영화를 광적으로 좋아하던 나였기에 이외의 영화들 중에서도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영화들은 많다. 하지만 내가 해외에서 유학하던 시기, 점심 식사 비용을 아껴서 딱! 3편의 DVD를 구매했었는데 그것이 바로 위에 언급한 3편의 영화다. 이 영화들은 개봉한 시기도 비슷하다. 1990년에서 2000년 즈음의 영화를 좋아한다. 현재와 같이 과도한 CG가 들어가 있지도 않고 시각적 자극을 극대화시키지도 않는다. 어린시절 보던 디즈니 만화영화처럼 적당히 교과서적으로 흘러가던 내용은 지금으로썬 진부하단 이야기를 들을 수 있겠지만, 당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거대 자본과 기술이 총 동원되어 하늘을 날아다니거나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실사고 어디부터 어디까지가 컴퓨터 그래픽인지 구분안되는 모호한 영상들도 아니다.
이 영화들을 수 천 번은 돌려보던 기억이 있다. 지나가는 엑스트라의 얼굴과 대사들도 파악이 가능할 정도다. 이런 영화 배경에 대한 동경은 '언어'와 '문화'를 공부하는데도 큰 도움이 됐다. 라이언일병 구하기에서 미군이 상륙전함을 타고 독일 점령지를 상륙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 영화에서 미군이 독일군 기지를 점령할 때 쯤, 한 부사관은 병사들을 보며 이렇게 말한다. 'Don't Shoot! Let'em burn!' 하도 영화를 돌려보다 보니, 그냥 어느 때나 불쑥 불쑥 그 영화의 대사가 떠오르기도 한다. 영어를 공부하던 그 시기, 나는 '쏘지마! 타게 둬!'라는 대사를 떠올리며 "왜 저 사람은 them(뎀)이라는 단어를 'em(음)이라고 발음 했을까?"를 생각하게 만들기도 했다. 영화 마무리 쯤 되면, 대위에게 남은 폭약과 무기수를 보고하는 과정에서 한 병사는 이렇게 말한다. 'This is everything.' 여기에서도 Everything을 '에브리띵', 혹은 '에브리씽'이라고 발음하지 않고 '에브리딘'이라고 발음한다.
'의사'라는 단어를 두고 '으사' 혹은 '이사'로 발음하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선생님'을 부를때는 너무나 자연스럽게 '쌤'이라고 부른다. '안녕하세요'라는 발음에 정확한 '~요'를 발음하는 사람은 없고 모두 '~여'라는 소리를 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 쓰여져 있을 때는 어김없이 맞춤법이나 문법에 맞게 끔 글을 쓰곤 한다. 우리는 영어를 '읽기'로만 공부한다. 때문에 우리에게 훈련된 것은 '읽기'능력 이지 '듣기'나 '쓰기', '말하기'의 능력이 전혀 아니다. 영어를 가르치는 철학이 많이 달라지는 요새, 학생들을 설득하는 방식으로 이런 말이 자주 쓰인다. '10년 넘게 영어를 공부하고도 말한마디 못하는...' 하지만 이것은 우리 교육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이 아니다.
2020년 학교를 대상으로 한 EF 영어 능력 지수에서 한국은 100개의 국가 중 32위를 했으며, 아시아 국가에서는 4위를 차지하고 있다. 홍콩이 33위이며, 일본은 55위, 인도가 50위이다. 훌륭한 성적이라고는 할 수 없지만, 형편없다고 할 수도 없다. 인간의 소리 언어는 수 십 만 년으로도 역사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길지만, 문자의 언어는 기껏 해봐야 수천년도 되지 않는다. 강아지와 고양이, 귀뚜라미의 소리를 정확히 문자화 할 수 없듯, 인간의 소리 정보도 정확하게 문자화 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 굉장히 독보적인 존재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우리 또한 진화의 과정을 통해 현대를 살고 있는 생물종으로써 우리가 내고 있는 소리 단위는 '정확'하기 만무하다. 내뱉는 날 숨에 단백질로 구성된 성대라는 기관의 떨림을 이용해 소리를 내고, 다시 '혀와 입술'이라는 근육을 통해 바람의 세기와 울림을 조절하는 아주 원시적인 소통 방식을 벗어나지 못한 인류가 기껏해봐야 수 천 년 전에 겨우 탄생하여 자리 잡지도 못한 문자 체계를 도입하는 일에는 '불완전한 요소'가 많다. 특히 우리 한글 또한 600년 전에 나왔으니, '의사'가 '이사'와 '으사' 중 어떤 것이 맞는지를 따지는 일은 600년 전에는 의미 없는 일이었을 것이다.
인간의 소리 언어가 문자에 갇혀 수 천 년 간, 표준화 작업이 거쳤다. 어떻게 소리내는지를 교육하고 다듬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어'라는 소리와 문자 중, 먼저 탄생한 본질은 소리이고 이것의 단점을 보완하여 주는 것이 '문자'다. 문자가 소리를 보완하는 것은 '정보의 운송'과 '저장'이다. 소리는 운송될 수 없고, 저장되지 않는다. 이것을 충분하게 해주는 것이 문자다. 비록 지금은 기술의 발전으로 소리도 운송되고 저장되지만, 어쨌건 아직도 모든 음성정보가 기술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들어보자면, 영어를 모국어로 상용하지 않는 우리가 완벽한 소리 언어를 적응할 이유도 필요도 없다. 우리는 그들의 '정보'를 운송받고 '저장, 보관'하는 것으로 충분하다. 우리의 교육은 그런 의미에서 잘못됐다기 보다, 편중됐다고 봐야하는 지도 모른다. 이제는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소리단위가 중요해지고 있다. 영화는 문자가 아니라, 소리를 전달 할 수 있는 컨텐츠다.
우리의 k팝을 홍보하는 수단에 '문자' 뿐만 아니라 '소리'도 중요해지고 있다. 과거에 '읽기' 능력이 절대적이던 시기를 넘어 이제는 '듣기, 말하기' 능력이 비중이 점차 커저 갈 것이다. 집 안에서 기록한 내용은 이제 전 세계로 뻗어 간다. 이제 우리는 영상과 소리를 전달하는 유튜브와 사진과 글을 전달하는 블로그, 인스타를 통해 전세계와 소통이 가능하다. 오롯이 '글'만이 하던 역할을 기술의 도움을 통해 더 넓어진 것이다.
이 책은 오디오북 cd를 포함하여 갖고 있다. 소리로 들으며 글을 읽는다. 여기 원래의 본질은 소리에 있겠다 싶다. 책은 짧다. 워낙 영화를 재밌게 봤던 터라, 이 뿐만 아니라 앞서말한 타이타닉과 포레스트 검프도 책으로 소유 중이다. 하나씩 완독 후 업로드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