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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까만색 표지 그리고 내용_안갯속 그녀-리턴

by 오인환

까만색 표지 그리고 내용, 제목까지, 소설은 일관된 색깔로 끝까지 이어 나간다. 미혼모, 정신병원, 가정폭력, 가난의 어두운 배경에서 '삶'이 아닌, '생존'에 대한 이야기. 동서양 할 것 없이 공포영화를 보다보면 건장한 남성부터 시작하여 대부분의 인물이 죽음을 당한 뒤, 연약한 여성이 혼자 생존해 내는 경우를 볼 수 있다. 살인마와의 대면에서 건장한 남성들이 가장 먼저 목숨을 잃고 제일 마지막에 생존해 내는 이들은 곧 젊은 여성인 경우가 많다. 극적인 연출을 위한 일종의 기법일 수도 있으나 2015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여자의 평균 수명이 85.4세로 남자보다 6년이나 길다. 일본의 경우에도 여성이 87.1세로 남성보다 7살이나 많고 OECD국가의 남녀 기대 수명의 차이도실제 6살이나 차이가 난다. 대부분의 국가에서 여성의 기대수명이 높다. 자살률을 보더라도 남성은 항상 여성보다 2배나 높게 측정된다.

역대 대기근과 전염병 창궐, 전쟁 등의 국가나 세계의 극적인 이벤트에서 또한 여성의 생존률은 남성보다 훨씬 높은 편이다. 1845년에서 1849년에 일어난 아일랜드 감자 대기근 사태는 아일랜드의 기대수명을 18.17세로 낮췄다. 반면 이중 여성의 기대수명은 22.4세로 비교적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이는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에 기재됐다. 또한 서던덴마크대의 연구에 따르면 18~20세기의 대기근과 전염병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생물학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강하다는 결과를 얻었다. 그밖에 18세기 스웨덴 기근, 20세기 우크라이나 대기근, 19세기 아이슬란드 홍역에서도 여성의 생존률이 훨씬 높았다. 우리는 생물학적으로 남성이 강하다는 착각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 '강한자가 살아남는 것이 아니라, 살아남는자가 강하다'라는 논리를 빌렸을 때, 인간 종 탄생이래로 남성은 여성보다 강했던 적이 없다.

이유는 생물학적인 이유로 찾아 볼 수 있다.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젠은 항염효과가 있어 혈관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지만 남성호르몬인 테스토스테론은 반대로 질병에 치명적인 요소다. 여러 대기근에서 또한 여성의 생존률이 높은 이유는 면역 체계의 선천적 차이가 있을 수도 있고 피하지방이 많고 대사율이 낮은 여성이 극한 상황에서 더 오래 살도록 돕는다는 이야기도 있다. 여성은 아이를 낳기 위해 더 나은 면역체계를 갖고 있으며 이것이 남성보다 생존률을 높인다는 가설도 있고, XY염색체를 갖고있는 남성은 XX염색체를 갖고 있는 여성에 비해 염색체상 문제가 발생했을 때, 대체 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 역사상, 그리고 통계적으로 항상 여성은 남성보다 생존력이 뛰어났다. 최근에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댓편'의 이야기가 많다. 여성부 폐지에 대한 의견도 있다. '남성 역차별'에 대한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실제로 현재 법률이나 제도상 여성 차별은 존재하기 힘들다. 1999년 2월 28일 '남녀차별금지 및 구제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 법으로 차별금지분야가 사회의 전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 사회 전반에서는 '여성'이기 때문에 불합리한 대우를 받는 계층이 존재한다. 그 이유는 '법과 제도'의 문제이기 보다, 사회 문화나 인식에 의한 차별일 것이다. 실제로 인도에서는 카스트 제도로 인한 모든 차별은 불법이다. 하지만 현재 또한 카스트제도는 엄격한 사회적 규범으로 굳어졌고 문화로 녹아들어 있어, 농촌과 일부 영역에서는 철저하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문화와 분위기란 수 백, 수 천 년 간 다수의 사람들에 의해 생겨난 일종의 사회집단의 행동양식이다. 대표적인 양성평등 국가 뉴질랜드를 보자면, 1893년 세계 최초로 모든 여성에게 선거권을 부여했다. 이런 법률상의 제도 변화는 100년이 지난 뒤에서 문화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내가 최초 뉴질랜드를 갔을 때, 안전모를 쓰고 있는 젊은 20대 초중반 여성 근로자들을 많이 볼 수 있었다. 그들은 남성과 똑같이 중장비를 조작하고 같은 노동현장에서 같은 업무를 하고 있었다. Auckland 시내에서 내가 살던 New Lynn으로 이동할 때, 타던 버스에는 항상 여성 운전자가 앉아 있었다.

에어콘 수리를 요청하면 수리기사가 여성이 오기도 했고 상담통화를 하기 위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하면 남성이 받는 경우도 허다 했다. 우리는 카스트 제도와 같이 법률과는 다르게 성에 따른 역할을 철저하게 구분하고 있다. 또한 이에 대한 문제를 현실로 마주하고 있다. 최근 '여성경찰 무용론'이 나오기도 하고, 초등학교 교사는 78%가, 중학교는 70%가 여교사로 구성되어 있다. 여기에는 여러가지 법률이나 사회적인 문제가 존재한다. 경제적으로는 세계 10위 권에 해당하는 대한민국이지만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는 과정에서 사회와 문화가 발전하는 속도는 '시간'이 필수적으로 필요하다. 이런 과도기에서 우리는 여러 사회문제를 맞닥드리고 있다. 이는 분명 시간이 해결 할 것이고 피할 수 없는 갈등일지도 모른다. 불과 100 여 년 전에는 어린 아이가 할아버지와 담배를 피는 모습이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특히 담배는 약초로써 역할을 하며 70년대까지 회충을 쫒는 용도로 사용된다는 인식이 있었다. 현재는 18세 미만이 사용할 수 없는 담배는 한 때, 어린 학생들에게 나눠주어 피도록 하고, 피우지 않는 학생을 잡아다가 선생님이 혼을 내기도 했다니, 모든 문화에는 합리적 법률 제정 이후의 문화로 스며들기까지 일정 시간의 소요가 필요하다.

현재 우리의 남성과 여성의 젠더 갈등에 '합리적인 법률'도 존재하지만 상당수는 이해가 쉽사리 되지 않는 법률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 때문에 사회적 갈등이 일어나고 있다. 그런 것들은 현대에서 조금씩 낫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 한번의 법률 제정으로 모든 사회 현상을 해결하기는 불가능하다. 하지만 맞은 방향을 위해 오른 쪽으로 한 번, 왼 쪽으로 한 번 조타수가 방위를 조절하는 것처럼 우리의 법 또한 올바른 방향으로 가기 위해 수차례 방향 조절을 겪어야 할지도 모른다. 이 소설은 사회적, 문화적으로 어두운 곳에 위치한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이 어두운 소설 속에서 나는 책을 덮고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회가 낫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믿고 있다. 우리 쌍둥이 딸이 자라날 세상에서는 법률 뿐만아니라 문화와 사회적인 어떠한 차별도 존재하지 않고, 남녀가 갈등의 대상이 아니라 오롯하게 사랑의 대상이기를 간절하게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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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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