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를 잘 하기 위해선 무슨 책을 읽어야할까. 코로나19로 전세계 주식 시장이 크게 요동쳤을 때, 이를 명분으로 한 대규모 양적완화와 코로나 지원금이 막대하게 시장에 풀렸을 때, 많은 사람이 '투자'에 관심갖기 시작했다. 중학생, 초등학생, 가정 주부는 물론 심지어 초등학생까지 너나 할 것 없이 증권 계좌를 계설하는 투자붐이 일었다. TV예능에서는 '주식'에 관한 전문가들이 나오기 시작하고 경제전문 유튜버와 채널들이 우후죽순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누구나 그래프나 주식 호가창을 띄워 놓고 내일의 주식 가격을 알아 맞추는 고수들이 나오는 듯 했다. 주변에서 너도나도 주식으로 돈을 벌었다는 사람들이 생겨나자, 이런 증시초호황기에 참여하지 않는 이들의 '상대적 빈곤함'이 늘어나고 뒤늦게 주식시장에 뛰어든 이들이 역대 최고가에 레버리이지를 배팅하면서 오늘의 코스피 가격을 들어 올렸다. 코로나가 '이슈'에서 '생활'이 되면서 역동적이었던 주식시장은 고요하다. 역시 역사상 최고가에서 옆으로 횡보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투자자들은 꿈쩍도 하지 않는 자신의 종목을 바라보며 '정보'를 찾아 다닌다.
그들이 공부하고 찾아다니는 정보는 과연 무엇일까. 주변에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대충 들어보자면 그들은 기법이나 그래프 해석방법에 특히나 관심이 많은듯 하다. '골든크로스'나 '빨간도지', '거래량 실린 장대양봉' 등의 어제의 기록으로 내일의 주가 향방을 맞추려는 이들에게는 그 어떠한 정보보다 '기법'이 중요한 듯하다. 과연 '투자'를 잘하는 방법에는 '기법'이 정답인 것일까. 얼마 전, 개인적으로 투자를 하고 있다는 지인이 투자에 관한 책을 추천해 달라는 문자가 왔었다. 그는 지난 호황기에 돈 좀 벌었다는 지인의 이야기를 듣고 '워랜버핏', '피터린치'로 시작하는 책 몇 권을 구매했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추천한 책은 '벤저민 그레이엄'의 '현명한 투자자'와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이었다. 당장 오늘 구매하고 내일의 가격이 궁금한 이들에게 '애덤 스미스'와 '벤저민 그레이엄'은 크게 와닿지 않는지 그는 나의 추천을 거부했다. 그래프만을 가지고 투자를 할 때, 큰 수익을 얻었던 적이 있다. 회사의 주가는 보지 않고 애매하기 짝이 없는 '세력 매집구간', '10일 선, 60일선의 매수 타점', '장기이평선을 강하게 뚫는 단기 이평선'...
유튜브를 보면 마치 내일의 기상을 예보나 해주듯, 그래프에 온갖 잡다한 선을 긋어가며 내일의 주가를 예측하는 사람들이 나오곤 한다. 그들의 대부분은 앞서말한, '국부론'이나 '현명한 투자자'를 읽어보지도 않고 그래프를 이용한 투자기법에만 촛점을 맞춘다. 어려운 용어와 복잡한 호가창과 그래프창을 띄워놓고 내일의 가격을 맞추는 일에 신뢰하지 않는다. 시장가격은 그렇게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물론, 어제와 오늘 담배를 핀 사람이 내일도 담배를 피울 확률이 높다는 근거로 과거의 기록이 내일의 예측자료가 되기도 한다. 이런 미래를 예측하는 데이터는 하루, 한달, 1년으로 어림잡을 수 없다. 마치 어제와 오늘의 기온으로 6개월 뒤의 기온을 맞출 수 없는 것 처럼 말이다. 어제도 덮고 내일도 더웠다는 논리적이고 합리적인 추론법에 의해서는 6개월 뒤에 찾아 올 겨울을 전혀 예측하지 못한다. 때문에 이런 과거를 통해 미래를 예측하기 위해서 쌓여 있는 데이터는 어제, 오늘이 아니라 10년과 20년 혹은 1세기 가까운 빅데이터가 필요하다. 어째서 대단한 투자자들이나 기업가들은 '역사책'을 좋아하는 가. 그들이 투자기법이 아닌 역사책을 좋아하는 이유에는 어떠한 근거가 있는가.
낚시로 큰 고기를 낚기 위해선 물고기가 있을 법한 곳에 미끼를 던져 놓고 세월을 낚는 인내심이 중요하다. 지금쯤 잡혔을까를 수없이 궁금해하며 낚시찌를 들어 올려보는 촐랑가리는 방법으로는 대어를 낚을 수 없다. 큰 물고기를 낚기 위해선 잔잔하거나 넘실거리는 파도에 낚시바늘을 담궈 놓고 하염없이 같은 장면을 바라보는 지루함이 필수적이다. 대어가 좋아할만한 미끼를 끼워놓고 그들이 자주 다니는 길목에 바늘을 담궈 뒀으면 그 밑에서 무슨일이 일어나는지 일거수일투족을 찾아 볼 것이 아니라, 가만히 그 밑에서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믿음을 가져야한다. 낚시바늘을 담궈 두고 그 밑에 물고기가 미끼를 물고는 있는지, 얼마나 가까이 오고 있는지 어떤 모양의 물고기가 올 가능성이 있는지를 궁금해 물안경을 쓰고 바다 밑으로 들어가는 멍청함을 우리 투자자들이 보통 갖고 있다. 내가 투자한 회사가 어떤 호재가 있는지, 어떤 악재가 있는지, 다른 투자자들은 어떤 전망을 하고 있는지 따위가 궁금해 올라오는 모든 기사와 게싯글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투자자로써의 자세가 아니다.
화폐의 역사와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원리, 금리나 버블형성의 원인에 대한 호기심은 투자 공부의 기본이다. 정말 큰 그림을 보자면 분 단위의 분봉보다는 하루 단위의 일봉이, 하루 단위의 일봉보다는 일주일 단위의 주봉이, 일주일 단위의 주봉보다는 월 단위의 월봉이 더 큰 흐름이다. 큰 흐름에서의 상하 이동 속에 수많은 작은 상하가 존재한다. 이런 자본주의의 큰 흐름을 깨닫기 위해서는 국제정세나 역사와 같은 큰 그림을 보는 눈이 필요하다. 이 책은 '투자의 신세계'라는 제목을 걸어두고 투자기법이 아닌, 역사와 이론에 대한 이야기만 잔뜩 있는가. 그것은 진짜 보물은 열기 힘든 상자 속에 가두어져 있기 때문이다. 누구나 일주일만 경험하고 공부하면 언제든 알 수 있는 투자 기법이 아니라, 오랜 시간 동안 숙성되어 있던 역사와 자본주의의 원리가 진짜 투자의 기법이다. 결국, 부로 가는 진짜 기법은 철학, 인문학, 역사 등의 오래된 책속에 이미 숨겨져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