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대화의 주도권을 먼저 가져와라

유학파 아빠의 영어교육#3

by 오인환

무료 영어 강의를 했던 적이 있다. 강의실 대여하고 사람들에게 '영어 잘 해 보이는 법'을 강의했다. '실제 영어를 잘하는 방법'이 아니라 '영어 잘 해 보이는 법'을 강의한 이유는 하나다. 영어를 잘 하는 법은 그저 많이 하면 되기 때문이다. 살 빼는 법은 안먹고 운동하면 되고, 금연을 하는 법은 담배를 안피우면 되는 것처럼 영어를 잘하는 법은 영어를 많이 보고 듣고 읽으면 된다. 하지만 단기간 속성으로 가능한 것은 '흉내'다. 사람들에게 '무료' 강의라고 했지만 사람들의 반응은 의외로 폭발적이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기 시작하자 나중에는 1회 참가에 5천원 씩 예약비를 받았다. 이 강의는 짧게 진행했고 단발성 이벤트로 했지만 참가자는 100명이 넘었다. 게중에는 교포도 있었고 영어를 가르치는 강사 님들이 '어떻게 가르치나 보자'의 생각으로 오신 분도 계셨다. 토익은 굉장히 우수하지만 말이 떨어지지 않는 분들이 회화의 요령을 알고 싶어오기도 했다. 나는 대중 앞에 서는데 큰 두려움이 없는 편이다. 유학 시절에는 JYP에서 진행하는 오디션에 참가하여 인기상을 받기도 했었는데 소수의 사람일 때보다 대중일 때 더 대하기 편한 독특한 성격이기도 했다.

강의 내용은 '허세 영어'였다. 영어에서 허세는 몹시 중요하다. 수 년 전, 우연히 캐나다인을 대하는 평범한 한국인의 모습을 본적이 있다. 캐나다인은 간단하게 물었다. 'How are you?' 이 질문에 한국인은 얼굴이 파랗게 질리며 당황한 모습을 모이곤 했다. 이 간단한 대화가 끝나고 그는 자신의 영어 실력을 자책했다. 사실, 'How are you?'는 의 없는 인삿말이다. 여기에는 그저 대답없이 'How are you?'를 되물어도 무례한 것은 아니다. 그게 아니라면 짧게 'good'이라고 해도 자연스럽다. '안녕하세요?' 질문에 '네, 집안은 평안하구요. 저는 컨디션이 좋은 상태입니다.'라고 대답하는 사람은 없다. 내 강의 1강은 '질문하라'였다. 사실 '어떻게 지내?'라는 추상적인 질문은 대답하는 이에게 추상적인 답변을 요구한다. 추상적인 것에 대한 대답은 깊은 사고력을 요구한다. 내가 어학연수 기간에 원어민 선생님에게 받은 첫 질문은 바로 '한국과 일본 사람을 너희는 어떻게 구분해?' 였다. 이 질문은 한국어로도 크게 생각해 본 적 없는 질문이다. 말하지 않는 상대를 보면 보통의 사람들은 대화를 이끌어야 할 책임을 갖는다.

나는 외국인을 만나면 대화의 주도권을 우리쪽으로 가져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처음 만나자마자 'How are you?'를 먼저 물어야 하고, '너희 나라에서 제일 맛있는 음식은 뭐야?'를 먼저 질문해야 한다. 상대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넘겨 준다면 우리는 원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분야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 주제가 넘어가는 것을 방치해야 한다. '럭비를 해 본 적 있느냐' 혹은 '잘 모르는 K-pop 가수의 노래에 대한 이야기'가 대화의 촛점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상대에게 대화의 주도권을 빼앗긴다면 이후는 '영어 실력'의 문제가 아니다. 나는 영어를 잘 못하더라도 무조건 질문하라고 말한다. 짧고 엉터리 영어로라도 상대에게 질문함으로써 대화의 주도권과 주제를 내 쪽으로 가지고 오고, 이어지는 상대의 질문에 되묻는 행위를 반복하면 된다. 보통의 대답 뒤에 'is it?(진짜야?)', 'you think so?(그렇게 생각해?)' 정도로 되물으면 상대는 다시 자신의 대답에 대한 추가 근거를 한참을 이야기한다.

또한 대화에서 상대의 말 끝을 똑같이 되묻는 것도 굉장히 효과적이다. 어쨌거나 대화라는 것의 본질을 생각해보자 할 때, 영어실력 확인이 아니라 친목도모가 우선이다. 우리는 모두 본인의 의견을 말하는 것을 좋아하기 때문에 나의 말을 들어주는 상대에 호감을 느끼게 된다. 상대의 이야기에 '아~ 그러시구나'를 반복하며 상대가 좋아하는 주제를 꾸준하게 물어보는 이성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는 사실 영어의 본질이 아니라 대화의 본질이다. 대화에서는 질문을 주도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따지고 보자면 간단한 이치다. 질문은 짧고 대답은 길다. 질문은 추상적이고 대답은 구체적이다. '상대성 이론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해요?', '양자역학에 대해 아세요?' 이처럼 아무리 어려운 대화에서 질문하는 이는 그 주제에 대한 명사 정도를 인지해도 대화 참여자가 된다. 사실상 대화의 주도권을 원어민에게 던저주는 것은 아주 위험한 일이다.

예전에 유명하다는 전화영어를 신청해서 진행한 적이 있었다. 내 배정 선생님은 필리핀 거주하는 분이셨는데, 그들은 대게 자신들에게 주어진 질문을 내게 던졌다. '한국의 전래동화에 대해 소개해 주시겠어요?', '거기서 얻는 교훈은 무엇인가요?' 한국어로 대답하기에도 어려운 질문을 해당 언어를 공부하는 사람이 대답하긴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외국어를 잘하기 위해선 외국어에 노출되야 한다. 외국어에 노출되기 위해선 외국인 친구가 있어야 하고, 외국인 친구가 있기 위해선 매력적인 대화 상대가 되야 한다. 가까스로 생긴 대화의 기회에 인터뷰 식으로 버벅거리며 대답하는 친구보다는 내 이야기에 관심을 갖고 재밌게 대화를 이끌어가는 이에게 호감을 갖는 법이다. 영어를 못하기 때문에 대화를 주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대화를 주도하지 못하기 때문에 영어를 못하는 것이다. 앞으로 외국인을 만나게 되면 자신있게 대화를 주도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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