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책을 읽다가 좋은 구절이 있으면 놓지면 안되는 장면을 만났을 때처럼, 스마트폰을 꺼내들어 사진을 찍는다. 이 책이 어떤 제목이고 몇 페이지에 있는 내용인지 전혀 상관없다는 듯, 내용을 사진 찍는다. 언젠가 긴요하게 사용될 것이라는 믿음 하나만 갖고 찍어 둔 사진은 다시 들쳐보지 않는다. 이런 사진들이 차곡 차곡 쌓여 있다. 마치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한다는 생각으로 찍어둔 사진은 그 사실 자체를 잊을 때까지 잊고 지낸다. 그리고 우연히 아주 심심하고 과거를 들쳐보겠다는 무료한 어느하루에 우연하게 마주친다. 그러면 그때 긴요할 것이라 여겼던 수많은 글들 중 상당수가 쓰레기였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완벽하게 공감하는 한 줄을 마주하게 된다. 다시 어느 날이 되면 내가 공감했던 한 줄이 쓰레기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다른 쓰레기들 중에서 완벽하게 공감되는 한 줄을 마주하게 된다. 고로 대부분의 글들은 어떤 상황과 시간에 따라 쓰레기이기도 하고 보물이기도 하다. 어쩐지 글체가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시리즈 중 한 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경제 책에서 인생을 공부하고 철학책에서 경제를 공부한다. 작가의 의도보다 중요한 것은 독자의 의도다.
'인생에 무슨 일이 일어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일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느냐가 중요하다.' 모든 이들에게 좋은 일이 일어나면 좋겠지만, 모든 일에는 좋은 면과 나쁜 면이 있다. 주고 받는 공이 담장을 넘어가는 현상을 바라보며 투수와 타자는 각자 다른 감정을 가진다. 같은 현상에도 다른 시선이 존재하고 다른 시선 중에서도 생각의 차이는 분명하게 존재한다. '생각'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은 '감정'이다. 감정은 생각이 움직일 방향을 미리 알려주는 방향계와 같다. 관성을 받은 구름이 맞바람을 맞이했다고 바로 이동을 바꾸지 않는다. 구름이 가진 관성은 원래 갖던 방향대로 일정 시간 움직이다가 맞바람을 타고 서서히 방향의 방향대로 움직이게 된다.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현상인 구름의 방향이 아니라 본질인 바람의 방향이다. 우리의 생각은 감정을 타고 움직인다. 어떤 생각을 하다가도 기분 나쁜 전화 한통이면, 부정적인 생각을 갖도록 바뀐다. 일정 수준의 관성대로 움직이기에 자신의 생각이 감정의 영향을 받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 생각은 '의식'의 부분이다. 스스로 자각하고 작동시킬 수 있는 영역이다. 하지만 '감정'이란 '무의식'의 부분이다. 스스로 자각하지도 않고 작동시킬 수 없다. 우리의 행동에 80~95%는 무의식의 영역이다.
심리학자 칼 융은 말했다. "무의식을 의식으로 만들기까지 당신 삶의 방향을 이끄는 것, 우리는 그것을 운명이라고 부른다." 현상에 집중하다가는 본질은 놓치게 된다. 영국의 철학자 B. 러셀(1872~1970)은 이런 판단 착오에 대한 위험성에 대한 경고를 한 바가 있다. '병아리에게 매일 모이를 주는 사람이 궁극에 가서는 닭의 목을 비틀게 된다.' 자신의 주인이 자신에게 주는 모이를 무한한 사랑 때문이라고 착각한 닭들은 결국 자신이 믿고 있던 주인으로 부터 목숨을 잃는다. 개연적 사실을 인지하지 못하고 절대 진리로 인식한 닭의 오류의 결과 값은 일어버리는 목숨이다. 우리는 현상과 본질을 깊게 생각해보지 않는다. 어쩌서 나에게 좋은 일이 생겼는지. 어째서 나에게 나쁜 일이 생겼는지. 좋은 일이 생겼다면 과연 꼭 좋은 일로 여길 수 있는 것인지. 나쁜 일이 생겼다면 꼭 나쁜 일로 여길 수 있는 것인지. 가시돋히고 괴상망측하게 생긴 파인애플의 표면을 보고 본질을 짐작한 이들은 열매의 달콤함을 맛보지 못한다. 진짜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선 성급한 판단이 독이 된다.
우리의 행동을 조종하기 위해서는 생각의 영역을 움직여야한다. 생각의 흐름은 현상이고 그 본질은 감정에 있다. 좋은 감정을 유지하는 방법은 좋은 생각을 일으키게 하고, 좋은 생각들은 옳은 행동을 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행동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운명을 바꾼다. 화가 올라오거나 슬픈 감정이 드는 일은 스스로 조절할 수 없다. 슬픈 일을 슬피지 않다고 말하거나 화가 나는 일을 화가 나지 않는다고 하는 것은 긍정적인 마인드가 아니라 망상일 뿐이다. 정말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선, 슬픈 일을 잘 들여다보고 자신이 슬프다는 사실을 인지하며 그 원인이 무엇인지 그 감정의 본질을 살펴보는 것이다. 그런 일을 살펴보면 사실 슬픈 일도 없고 화날 일도 없으며, 기쁠 일이나 신나는 일 따위도 존재하지 않는다. 일단 화를 냈으면 자신이 화를 냈다는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화를 내지 않는다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 벌어진 일에 대한 깊은 화두를 던져 본다. 사실 그만한 일이 아니라는 사실은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다. 시간이 지나면 깨닫는 본질이란, 시간에 따라 상황이 변했다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의 본질을 깨닫는데 오래 걸린 무지의 결과다. 결국 사건이 벌어지거나, 1년 뒤에나 그 사건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그 사건을 바라보는 시점이 달라지는 이유는 상황에 빠져 들어 있기 때문이다.
인생이란 가까이보면 비극이고 멀리서보면 희극이라는 말이 있다. 내가 심오한 감정에 빠져 있어 감정에 흔들리며 생각이 흔들리고, 그로인해 행동이 옳지 못하게 된다면 조용히 한 걸음 뒤로 물러서야 한다. '김상운' 작가의 '왓칭' 효과처럼 시야를 넓힐수록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진다. 양자역학의 관찰자 효과을 보면 실험자가 미립자를 입자라고 생각하고 바라보면 입자의 모습을 갖게 되고 바라보지 않고 있을 때는 물결의 모양으로 파동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신은 주사위 놀음을 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미시세계에서 풀리지 않는 '주사위 놀음'이 어쩌면 우리의 마음을 더 잘 설명해 줄 수 있는지도 모른다. 조용히 한 발자국 떨어져, 나의 일이 아닌 것 처럼, 지금의 일이 아닌 것 처럼, 관찰해보자. 감정에서 자유로워지면 생각을 조절할 수 있고 행동을 조절할 수 있으며, 습관을 조절하게 되고 운명을 창조해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