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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함께 성장 할 수 있는 공생

내가 작은 회사에 다니는 이유 독후감

by 오인환

현지 유학을 마치자, 1년짜리 Job Search Visa가 나왔다. 현지에서 학위를 받은 이들을 자국에 머물게 하는 제도라고 했다. 아무리 일을 구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다. 유학 중, 틈틈이 모아둔 전 재산을 모두 다쓰고, 은행에서 졸업자에게 주는 신용카드의 한도까지 모두 다 쓸 때 쯤이었다. 카드 한도가 지방으로 내려갈 차비 정도만 남았을 때, 지방의 한 곳에 아르바이트 자리가 났다. 정규 취업을 해야 비자 연장이 가능하기에 아르바이트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으나 당장 이 일 조차하지 않으면 당최 방법이 없었다. 그 일을 하기로 했다. 일은 몸이 고됐다. 하지만 오랜 유학 기간 동안 단련된 성실함이 무기였던 나는 밤과 낮을 가리지 않고 시급 이외의 시간에도 충실하게 일했다. 시간이 지났다. Job Search Visa의 1년이 끝났고, 나는 소중한 현지 취업의 기회를 놓치고 한국으로 돌아갈 계획이었다. 그러자 그곳의 오너는 나에게 관리직으로 일 할 것을 제안해 주었다. 조건은 좋았다. 식사를 모두 제공하고 숙박도 호텔을 빌려 살 수 있도록 제공해 주었다. 당시 비자관련 변호사 선임비용과 세금 문제까지 모든 처리 과정을 회사에서 지원해 주었다. 또한 한국에서 부모님을 볼 수 있도록 휴가를 넉넉히 주었다.

아르바이트에서 관리직으로 직급이 상승했다. 회사는 엄청나게 성장했다. 현지 창업 초기 회사에서 1호점, 2호점, 3호점, 4호점... 직접 무역과 유통과정을 하며 사업의 확장을 직접 목격했다. 회사는 꾸준하게 성장했고 나의 직장 상사는 둘 뿐이었다. 회사가 성장할수록 나에 대한 회사의 기대와 믿음이 커져갔다. 회사 초기의 모습을 기억하고 있다는 메리트는 꾸준하게 나의 급여에 영향을 미쳤다. 해외 취업의 특성상, 계약 조건은 굉장했다. 한국에서 대기업에 들어가서도 받기 힘든 대우를 받으며 사회 초년시절을 화려하게 대뷔했다. 해야 할 일들이 많아지고 책임도 많아지며, 저절로 '영어'라는 언어가 늘었다. 유학하면서는 사용해 보지도 못할 업무적 '영어'와 다양한 사람을 대하는 법을 알게 됐고 현지 사람들이 비지니스 관계와 문화를 배웠다. 나름 오랜 기간, 그 회사에 일하고 배우며 성장했다. 사람을 채용하고 해임하고 관리하는 일을 몸소 겪었다. 나이에 비해 이른 직책으로 나보다 나이 많은 사람을 관리할 경우가 많게 됐고 그런 그들이 나이 어린 관리자에게 대하는 하극상에 대처하는 법과 5명 이상이 되는 직원 간 계파가 갈리거나 따돌림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도 알게 됐다.

아마 대기업이었다면, 아주 단순한 일을 반복하며 관리직은 커녕 대리나 과장 정도 직급에서 불안한 미래를 염려하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작은 회사에 다닌다는 것은 내 능력이 회사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말하고, 다시 회사의 성장이 내 커리어에 미칠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장과 함께 같은 플랫을 살면서 저녁에는 맥주 한 잔하며 이야기를 실컷하고 앞으로 확장될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할 수 있는 경험이란 대기업에서 얻기 쉽지 않다. 내가 해외에서 취업준비를 할 때, 대기업을 염두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유학시절 오디션에도 참여했던 JYP의 회계 담당으로 지원하기도 하고 내가 좋아하는 한화그룹에 지원했던 기억도 있다. 다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너무 오래 전이라 기억은 나지 않지만, 국정원 채용관련해서도 호기심을 가졌던 기억이있다. 하지만 결국 내가 결정했던 당시의 '작은 회사'에 나는 결코 후회하지 않는다. 그 회사를 지금은 퇴사했고 현재 그 회사가 중견 기업으로 잘 성장한 모습을 보기도 한다. 회사가 커지고 더 커질 수록 내가 그 회사의 초기맴버로 일했다는 사실에 자부심이 느껴지기도 했다. 작은 회사를 다니는 것은 리스크를 최고로 줄이는 창업과 비슷하다.

창업은 투자를 제외하고 자본주의 최고의 선택이다. 이런 창업을 하는 일은 리스크를 100을 안고 가는 것이다. 하지만 작은 회사에 입사한다는 것은 이 리스크를 절반으로 줄이고 창업을 경험하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에 이런 말이 있다. '공부할 필요 없다. 공부를 잘해도 회사에 들어갔다가 퇴사하고 치킨집 사장이 되고, 공부를 못해도 회사에 들들어갔다가 퇴사하고 치킨집 사장이 된다.' 창업은 빨리 선택해야 하는 일이다. 어차피 정년이 70인 회사가 없다는 가정을 하고나면 100세 시대에 남은 30년을 어떤 방식으로 살아야 할지 대비해야 한다. 정년퇴임 후 창업을 했다가는 잘 못됐을 때, 다시 일어나기 힘들다. 망하더라도 젊은 시절에 망하고 다시 일어나야한다. 작은 회사에 다닌 다는 것은 남의 리스크를 이용하여 내 학습 경험을 쌓는 일이다. 지금 당장 주워지는 월 급여가 얼마인지는 내 인생 전체에 아주 사소한 영향에 지나지 않는다. 인생을 바라보는 시선을 넓게 보자. 그러면 대기업, 전문직, 공무원 등의 좋은 직장이라는 것들이 얼마나 부질 없는 것인지 느껴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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