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계발] 새로운 생각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스티브 잡스의 세상을 바꾼 기적의 명상법 독후감

by 오인환

"오늘이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지금 내가 하려고 하는 일을 정말 할 것인가?"

스티브 잡스는 33년간 매일 아침 거울을 보며 묻는다. 평범한 하루가 기적이라는 사실을 깨닫는 것은 별거 없어 보이는 일 같지만 어려운 일이다. 불교의 붓다(Buddha)란 '눈을 뜬 자', '깨어 있는 사람'을 말한다. 자고 있지 않는 상태를 깨어 있다라고 볼 때, 이 글을 보는 대부분의 이들은 깨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붓다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깨어 있지 못한 상태로 평생을 살아간다고 봤다. 사람들은 현재와 여기에 깨어 있지 못하고 한 평생 과거를 후회하고 미래를 불안해 한다. '지금'과 '여기'에 깨어 있는 사람들에게 과거는 흔적일 뿐이고 미래는 환영일 뿐이다. 존재하는 것은 '여기'와 '지금' 뿐이다. 모든 고통은 과거와 미래에서 온다. 현재를 가장 만족하게 산다는 것은 가장 행복한 삶을 말한다. 이런 일은 쉽지 않다. 어떠한 고통과 불안도 형체가 없는 환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고 나면 모든 일의 속박에서 벗어나 자유로워 진다. 시험 성적도, 연애도, 금전적인 것도 모두 형태 없는 환영일 뿐이라는 사실을 깨닫는다면 세상 자유로워진다. 이것을 부르는 용어를 '해탈'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런 깨달음의 최고 경지에 도달하여 모든 번뇌가 소멸되고 완성되는 것을 '열반'이라고 부르며, 이런 길로 나아가는 과정을 '수행'이라고 한다.

현대에와서 이 모든 불교 용어가 왜곡되고 희석됐지만, 본질을 살펴 볼 때, 현재를 가장 만족하게 살아야 행복하다는 가르침으로 단순하게 생각해 볼 수 있다. 지금은 군병역 문제로 보기 어려운 '유승준'이라는 가수의 '비전(Vision)'이라는 가사에 내가 가장 좋아하는 말이 나온다. '다시 태어난다 해도, 자신이고 싶은 그런 모습의 그 삶을 위하여.', 유승준이라는 인물이 여러 이슈에 의해 거론하기 애매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한 비전의 노랫가사를 대체할 그 어떠한 말이 떠오르지 않는다. 유승준의 '비전'을 예로 들지 않고서는 저 의미를 도저히 설명할 길이 없다. 어린시절부터 누군가를 부러워했다. 누군가의 키나 성적, 성격, 외모가 부러웠던 적이 있다. 나 자신의 삶에 대해 항상 그 누군가와 비교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 내가 들었던 노래 가사에 '다시 태어난다해도 자신이고 싶은 삶'이라는 구절은 너무나 내 귀를 때려왔다. 그런 삶을 살 수 있을까 고민했다. 역시나 쉬운 일은 아니다. 누구나 자신을 만족하기 어렵다. 이런 스스로 완전해지는 차원의 시공간은 지금과 여기 뿐이다. 스티브 잡스는 왜 선불교에 심취했으며 자신의 커리어와 전혀 상관없는 '수행'을 공부하기 위해 인도로 까지 유학을 떠났을까.

완벽함이란 더이상 붙일 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더이상 뺄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한다. 단순함이 최고라는 Simple is the best 철학은 사실상 불교 철학과 일맥한다. 불교 수행에서 출발한 명상은 사실상 여러가지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생각을 놓는 행위를 말한다. 머릿속을 채워 놓기 바쁜 일상을 살다보면 방전상태에 빠진다. 우리는 배터리를 과다하게 사용하여 전자기기가 꺼지면 그것을 '방전됐다'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하지만, 방전(放電)됐다의 방(放)은 '놓다', '추방하다'의 의미를 갖는다. 이는 전류가 밖으로 빠져나와 소실된 상태를 말한다. 쉽게 말하면, 에너지가 모두 밖으로 빠져나와 소실된 상태를 '방전됐다'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우리의 뇌는 에너지를 분산 시킬 수록 기억력과 창의력이 좋아진다. 휴식을 취하거나 멍하게 있을 때, 우리의 뇌는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이것 저것을 많이 생각하기보다, 방전된 상태를 유지하는 '명상'이 바로 창의력과 '기억력'을 좋게 만드는 것이다. 몰아치는 일과 중 아주 짧은 짬이 나면, 저도 모르게 우리는 '멍때리기'를 한다. 뇌가 에너지를 분산시켜 나눠 휴식을 취하되 더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것을 말한다.

통찰력(insight)는 사물을 관통하여 속을 보는 능력을 말한다. 껍질에 쌓여진 사물의 본질을 보는 능력의 핵심은 하루아침에 길러지지 않는다. 밤 열매를 맛보기 위해서는 말 그대로 통찰력이 필요하다. 겉을 둘러 쌓고 있는 가시 속을 꽤뚫고 그 속을 감싸고 있는 딱딱한 껍질마저 꽤뚫어 봐야 그 속에 꽉 차있는 달콤한 열매를 맛 볼 수 있다. 알맹이를 맛보기 위해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더 맛있게 보일 포장을 찾는 방법이 아니라, 가시를 벗겨내고 껍질을 까며 사물을 단순화하는 작업이다. 통찰력이 길러지기 위해선, 말 그대로 더이상 버릴 것 없는 상태로까지 덜어내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선불교'를 통해 현대 인간들이 본능적으로 필요하다 느끼던 '단순함'을 보여줬다. 잡상이 떠오르는 것을 시간으로 희석하며 기다리고 기다리며 생각의 속도가 느려지고 가장 단순한 호흡에만 집중되는 '명상'의 상태를 꾸준히 학습하며 그가 배웠던 사업의 노하우는 사실 우리 모두에게 다른 방식으로 사용가능 하다. 스티브 잡스가 눈을 감고 혼자의 시간을 즐기던 단순한 취미 덕분에 그는 세상의 다른 커넥션들과 매우 유대하게 되고, 덜어낸 이상을 얻을 수 있었다. 우리가 성공에 목매어 스티브 잡스의 성공 비결에만 안달하고 있을 때, 진짜 성공 비결은 이런 혼자만의 시간에 있었다.

20210914%EF%BC%BF220740.jpg?type=w773
20210914%EF%BC%BF220745.jpg?type=w773
20210914%EF%BC%BF220750.jpg?type=w773


keyword
작가의 이전글[생각] 2달마다 정기적으로 고장_현대차 코나e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