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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대부분 '운'이 좌우한다._행운에 속지 마라

by 오인환

어떤 괴짜 재벌이 러시안룰렛을 하여 살아남으면 1,000만 달러(100억 원)을 주겠다고 제안한다고 치자. 러시안룰렛은 6발이 장전 가능한 회전식 연발권총에 총알 하나만 넣고 머리에 총을 겨눠 방아쇠를 당기는 목숨을 담보로 하는 게임이다. 이 게임에는 어떤 규칙도 기법도 존재하지 않는다. 5/6의 확률로 결정되는 단순한 '운'의 게임이다. 하지만 누군가가 이 게임에서 1,000만 달러(100억 원)을 얻게 되면, 그는 대중들에게 '스타'가 된다. 언론과 대중이 그를 찬양하며 생존과 100억 상금에 대한 '철학'과 '기법'을 묻고 칭송할 것이다. 한 사람이 이 러시안룰렛 게임을 계속하여 지속적인 수익을 발생시킬 확률은 극히 드물다. 확률적으로 1년에 한 번씩 이 게임을 한다고 하더라도 25년을 지속하기도 힘들다. 하지만 만약 수 천, 수 만 명이 이 게임을 한다고 가정해보자. 그럼 우리는 꽤 많은 '스타'를 만나게 된다. 그들의 철학과 기법에서 일부 배우기도 하고 믿음을 갖게 된다. 이들이 스타가 된 과정은 오롯이 '확률'과 '운'에 의존되었을 뿐이다. 그 어떤 기법이나 철학이 존재할리 없다. 언론과 기사, 유튜브를 보면 엄청난 부를 축적한 이들을 만난다. 그들 모두가 '운'에 의해 부자가 됐다고 말할 순 없다. 하지만, 상당히 많은 비중으로 운이 작용한 사람이 많다.

다수의 성공담은 어떤 목표를 분명하게 갖고 이룬 것 처럼 보인다. 실제로는 결과를 기준점으로 두고 과정을 사후확신 편향(hindsight bias)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마치 모든 행동과 생각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기 위한 초석이라는 해석을 통해, 위대한 사람들의 '위대한 생각'과 '철학'을 만난다. 이것으로 우리는 보통사람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그들의 '선견지명'이나 '혜안'을 칭송한다. 누군가의 성공 이야기는 사후에 자신이 생각대로 짜 맞춘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역사를 살펴보면 반드시 전쟁에서 패배한 쪽은 '절대 악', 승리자는 '절대 선'으로 표현된다. '삼천 궁려'로 유명한 백제의 의자왕이 그렇고, 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이 그렇다. 극단적으로 근대 세계대전의 패전국과 승전국인 미국과 독일이 각자 어떻게 그려지는지를 보면 알 수 있다. 영국의 '존 워커'라는 화학자는 여러가지 실험 도중 염소산 칼륨과 황화안티모니를 아라비아고무와 풀로 반죽하여 천에 바르고 잠을 잤다. 그 때, 그 옆에 난로에 닿지도 않은 천에서 불이 붙는 것을 발견한다. 이것이 최초의 성냥이다. 플레밍이 '페니실린'이라는 위대한 항생물질을 발견한 이유 또한 전혀 과학자스럽지 못한 그의 어설픈 실험 습관과 행운 때문이었다. 플레밍이 휴가를 갈때 배양 용기를 배양기 넣지 않고 실험대 위에 놓아 둔 실수 때문에 그는 1945년 공동 연구자인 E.B체인, H.W프로리와 함께 노벨 생리학, 의학상을 수상했다.

위대한 업적에는 위대한 철학이 있을 것이라는 착각은 가문 하늘을 바라보며 비가 내리지 않는 이유가 '하늘의 뜻' 때문이라는 고대 샤머니즘의 토대이기도 하다. 우리 인간은 스스로 매우 영리하다고 믿지만, 자신이 범접할 수 없는 비범함을 가진 이에 대해 '이해'보다는 '숭배'의 시선을 가지고 접근한다. 이런 접근은 '후광효과(Background effect)를 만들어 그가 하는 다른 생각과 일에도 찬양하게 된다. 여기에는 실력이 전혀 없이 운만 작용했다고 볼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이 다 계획과 전략이라는 기이한 추측때문에 '맹신'이 작용하는 것이 탈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을 보면 국가가 망해가는 과정을 보며 '달러'와 '부동산'을 적절한 시기에 매입하고 매도하는 과정에서 엄청난 부자가 되는 주인공을 보게 된다. IMF라는 국가부도사태가 일어나고 또한 이것이 현재 극복되어 더 낫은 경제로 나아간다는 확신은 이미 지나간 과거인 지금에서나 가능하다. 마치 그렇게 될 것이라는 것을 모두 예견한 어떤 젊은이의 전략이 부자를 만드는 것처럼 보이게 하는 것은 사실상 영화기법에 지나지 않는다. 이런 인물이 존재한다하더라도, 그는 6발 중 한 발이 실탄이던 러시안룰렛의 5발까지를 운좋게 골랐을 가능 성이 크다.


과연 그것이 진실이기에 믿는 것일가까. 믿고 싶기 때문에 믿는 것일까. 우리는 우리를 초월한 누군가의 존재를 항상 고대한다. 대중의 이러한 심리는 '영웅'을 만들기도 하고, '사기꾼'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이 또한 일반화 할 수는 없지만 오늘도 상당히 그럴싸한 확률로 다수의 '스타'는 대중의 인기를 통해 '혜안있는 선구자'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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