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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세계의 시선_트라이앵글

by 오인환

어린시절 자주하는 상상으로 소재가 참신하다고 할 순 없다. 누군가와 영혼이 바뀌는... 그리고 나서 깨닫는 '나'에 대한 감사함. 이런 소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하게 소비되는 것은 아마 많은이들이 자신에 만족하지 못하고 누군가를 부러워하고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SNS를 들여다보면 멋진 소품과 행복해 보이는 삶들로 가득하다. 이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며 나 또한 하루 중 가장 가식스러운 표정을 짓고 사진을 포스팅한다. 소설은 개연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다. 다짜고짜, '차라리 여자로 태어났으면...' 이라는 바람과 함께 영혼이 바뀌어 버린다. 급한 전개에 당황스럽지만 그만큼 소설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위해 직진으로 나아간다. 큼지막한 글자와 넉넉한 띄어쓰기, 빠르게 넘어가는 페이지지만 정작 페이지는 120쪽이 전부다. 쉽게 읽히고 쉽게 이야기가 흡수된다. 오랜 기간 긴 글을 읽어야 하는 부담감을 갖고 있는 이들에게 빠르게 즐길 수 있는 소설이다. 주인공 경준은 자신의 현재를 비관하며 '차라리 여자로 태어났으면...'하는 바람을 한다. 그리고 실제 2000년도를 살고 있는 20살의 아름다운 여성의 모습이 된다. 겉모습이 완벽한 여성이 된, 젊은 청년은 그녀로의 삶에 만족하고 살기로 한다. 제 3의 시선으로 바라 본 그녀는 아주 괜찮은 인생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으로 조금을 살고보니, 그녀의 삶이 녹녹치 않았음을 알게 된다. 누군가의 겉모습을 보고 인생 전체를 알 수 있다고 하는 판단은 우리에게 매일 일어난다.

누군가와 영혼이 바뀌는 일반적인 소재와는 다르게 이 소설은 셋의 시선이 등장한다. 누군가는 여성이 되고 싶고, 누군가는 젊어지고 싶고, 누군가는 죽고 싶다. 그리고 각자 간절하게 바라는 모습이 된다. 하지만 곧 자신의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는다. 앵글은 각도를 의미한다. 사물은 각도에 따라 모두 달라보인다. 머그컵 하나를 주변으로 여러 화가가 그림을 그린다고 하자. 어떤 누가 그리기에는 머그컵은 손잡이가 없는 원통 모양일 것이다. 어떤 누가 보기에는 머그컵은 손잡이가 있는 컵일 것이고 위에서 바라본 머그컵은 속이 깊은 모양일 것이다. 이처럼 위와 아래, 오른쪽과 왼쪽으로 시선을 둘러가며 그 사물은 모양을 바꾼다. 화가들은 사물을 가장 정확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믿었다. 화가들은 자신들이 보이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묘사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자신들의 그림에 모순을 찾아낸다. 자신이 그린 그림이 사물의 본 모습을 담지 못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화가들은 자신의 그림이 사물의 여러 방향에 따른 모습을 표현하고자 한다. 사물의 한 방향의 모습이 아니라, 여러방향으로의 모습을 담으면 그 사물의 본질을 더 담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런게 왜 예술작품이지?' 싶은 어그러진 모양의 입체주의의 등장은 이렇게 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일어났다.

현실보다 더 추상적인 차원의 고민을 하던 예술가들에 의해 현상과 사물의 본 모습을 고민했다. 오롯한 그것의 본질을 담지 못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예술은 어찌보면 현실의 본질일 수도 있다. 예술은 입체주의를 벗어나, 색체와 농도, 질감과 여백 등을 통해 겉모습이 담지 못하는 감정과 분위기를 담아내며 '현대 예술의 장르'로 진화해간다. 트라이앵글이라는 소설은 내가 설명한 예술의 진화 과정과는 다르게 좀 더 재밌고 쉽게 쓰여져 있다. 어쨌거나 우리의 본 모습은 보여지는 그대로와 거리가 매우 멀다. 아무런 사건 사고 없어 보이는 누군가에게 커다란 아픔이 있고 편하고 좋아보이는 누군가에게는 커다란 장애가 있다. 어린시절 남성의 '군대'와 여성의 '출산'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유치하게 싸우던 모습'이 기억이 난다. 초등학교도 가기 전의 유치함이 정말 유치해 질 나이가 되었을 무렵인 현재에와서는 젠더이슈가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기도 한다. 지나친 패미니즘과 가부장적이던 사회문화가 충돌하며 남녀의 시각 차가 벌어졌다. 남자는 여자가 부럽고, 여자는 남자가 부러우며, 왕자는 거지를 부러워하고 거지는 왕자를 부러워한다. 토끼는 호랑이를, 호랑이는 토끼를 부러워 한다.

이처럼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정확한 인지가 없는 상태를 계속하다보면 처음에는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정도로 그치지만, 자기 비하와 비관, 타인에 대한 증오와 혐오로 감정은 변해간다. 타인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것이다. 스스로를 잘 이해하는 사람은 다른 누군가에게 스스로인 타인을 잘 이해하게 된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상황과 현실을 살고 있으며 그들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인식은 이타심의 기반이다. 오프라 윈프리는 꾸준하게 감사노트를 작성한다고 하다. 자신이 갖고 있는 것에 대해 감사해 하는 것이다. 자신이 가진 것에 대해 감사하지 않는 삶의 자세가 누군가를 부러워하는 혐오의 초기 증상으로 발전한다. 나에게는 오늘도 남들이 평생 가져보지도 못할 무언가를 갖고 있는 인생을 살 수 있다. 자녀나 부모, 직업, 돈, 키 무엇일지 모르지만,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감사해하며 그것을 인지하고 사랑하는 것이 삶에서 가장 중요한 무엇이라는 것을 이 '트라이앵글'이라는 소설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아닐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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