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서브쓰리를 꿈꾼다 독후감
조국 전 장관의 '조국의 시간'과 이준석 대표의 '공정한 경쟁' 두 권의 정치인의 책을 리뷰했었다. 두 책 모두가 '그를 지지한다' 혹은 '그를 지탄한다'에 촛점을 맞추지 않았다. 그의 말에 일부 공감했고 일부 공감하지 못했다. 당시 시대를 관통하는 이슈를 갖고 있던 인물이 공교롭게도 정치적인 인물들이라는 사실에 굉장한 호기심이 생겨서 책을 읽었다. 읽으면 소화하고 뱉어야 하는 내 독서 철학에 맞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소화하고 뱉었다. 그중 '조국의 시간'은 아주 많은 도서 리뷰들이 있음에도 인플루언서 키워드 챌린지 2~3위를 오가며 조회수가 나오고 '공정한 경쟁'은 네이버 메인에 오랜기간 실리면서 굉장히 많은 조회가 일어났다. 아마 사람들이 정치에 관심을 많이 갖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의 나의 글을 보면서 내 정치적 성향을 갸늠해 보려 애쓰겠지만, 난 여기서도 정치적 이야기를 쓰지 않을 것이다. 야당의 글이 두 번이나 소개됐으니, 민감한 정치 이슈답게 다음 도서는 이슈가 되는 여당의 대권 주자의 책을 소개할 것이다. 정치에 관한 글에는 평소 나의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이 아닌 다소 낮선 분들의 방문이 잦은 편이다. 난데없는 악플이 달리기도 하는가하면, 뜸금없는 지지의사를 적어 주시는 분들도 있다. 도가 넘어서는 수준이 아니라면 삭제하진 않고 하나 하나에 댓글을 달고 있다. 이 글에서도 아마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마른침을 다시 삼키고 글을 이어 가겠다.
야권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누가 있을까. 윤석열, 홍준표, 유승민, 원희룡, 심상정, 이정미, 안철수, 김동연, 최재형 등 하나 같이 훌륭하다. 아마 앞서 열거한 이름을 이야기하기 전까지는 모두가 비슷한 감정으로 글을 읽다가, '훌륭하다'라는 마지막 네 글자에 감정의 폭이 출렁 거렸을 것이다. 누구는 공감했고 누구는 황당해 했으며, 다수는 누군 괜찮은데 나머진 별로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깊이 알수록 누구나 훌륭하고 멋진 사람들이다. 다윈의 자연선택설에 따라 어떤 객체 건 누가 살아 남을지는 '자연과 환경'이 결정한다. 이것은 자연에만 존재하지 않는다. 철저하게 자연과 닮아 있는 것은 자본주의와 민주주의다. 나무는 썩은 열매와 실한 열매를 동시에 달고 있지 않다. 까치가 쪼아 먹은 감은 얼마 간 달려 있지만, 나무는 이 썩은 감을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낸다. 결국 강한 것을 남기는 것은 자연의 선택이다. 부실기업과 우량기업이 시장에서 똑같이 선택받을 수 없다. 시장은 자연스럽게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을 걸러내고 주가에 적용시켜 더이상 진화하지 못하도록 떨궈낸다. 이런 순기능이 사라진 자연과 시장, 환경은 전체를 병들게 한다. 이미 그런 상황은 지난 IMF에서 겪었다. 부실한 것들을 솎아내지 못하면 결국 그 사회는 병든다. 이처럼 우리 사회라는 가지에 열린 수많은 열매에서 솎아 내고, 솎아 낸, 실한 열매들이 앞서 말한 대선 후보들이다. 물론 여당의 대선 후보도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다.
민주주의는 다수의 주권자들이 썩은 열매를 솎아내는 과정이다. 무엇이 실한지를 고르기 전에 무엇이 썪었는지를 골라내는 것이 사회 전체에 유리하다. 감귤농사에는 '적과'라는 아주 중요한 작업이 있다. 이제 자라나는 손톱만한 열매 구슬 중에 실한 하나를 두고 나머지 너 다섯개를 인위적으로 뜯어내는 작업이다. 여기에는 여차하고 실수하는 순간 실한 열매를 솎아 버리고 '아차' 싶을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늦었다. 그 다음 실한 열매를 찾고 재빨리 나머지것들을 제거해 나가야한다. 이 책의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는 '썩은 열매'거나 '부실한 열매'는 아니다. 솎아낼 유권자의 옵션에 이 정도 각인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선택지를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를 따라다니는 여러 오해들이 있다. 가령, 제주도 땅을 중국인들에게 팔아 치우고 있다거나, 전두환 대통령에게 큰절을 했다는 내용의 이면의 이야기들 말이다. 여기서 나는 그의 이야기를 해명하지 않겠다. 누구나 쉽게 인터넷을 치면 내용에 전말을 알아 낼 수 있다. 유튜브에서 그를 검색해보면 시종일관 '노잼인데 희안하게 유쾌한' 이상한 코드의 정치인을 만나게 된다. '정치인이 격없이 뭐하는 거야' 싶은 장난스러운 짤도 많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정치인이란 양복입고 멋있는 척을 해야하고 기품있어야 하는 우리시대 숙제가 숨겨져 있다. 성공한 사업가 스티브 잡스의 청바지와 검은티는 우리 사회 '재벌'과는 큰 차이가 있다. 이제와서는 재벌들 중 일부도 대중과 소통하면서 겪없어지는 경우도 왕왕있다. 왜 정치는 그러지 말아야 하는가.
고등학교 1학년, 학교에 누군가가 찾아왔다고 했다. 이름은 처음 들었는데, 공부는 꽤 잘했단다. 우리는 강당에서 그를 맞이 했다. 벌써 20년이 지난 일이다. 정확한 내용은 기억에 나질 않지만, 아직도 내 인생에 큰 영감을 줬던 강연의 내용이 있었다. 프랑스의 황제 나폴레옹은 프랑스 식민지 코르시카라는 작은 섬에서 태어났지만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전쟁을 통해 프랑스를 넘어 유럽의 정치와 사회를 근대화시켰다. 결국 다른 대륙의 국가들도 유럽모델을 따라가면서 미국을 비롯하여, 한국과 일본까지 그가 끼친 영향력은 소프트적 파워만으로도 엄청나다. 아마 그는 어린 우리 학생에게 이런 전반적인 이야기를 이야기 하진 않았을 것이다. 단순히 작은 장애가 성장의 원동력이 된다는 뜻으로 짧게 지나가며 이야기 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이 말 뒤로 나는 나폴레옹을 집에 돌아가 찾아봤다. 촌에서 태어나면 촌에서 그냥 사는 구나 싶었던 인생의 가능성이 무한대로 넓어지는 순간이었다. 작은 장애는 성장의 자극제일 뿐이다. 서브쓰리는 원희룡의 장애를 극복하기 위한 도전이다. 그는 발에 장애가 있어 군 면제를 받았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항상 뛰기를 했다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면 서귀포에서도 당시 한참은 외각이던 중문에서 학교를 다니고 제주 시내 명문 시내 고등학교를 졸업하여 서울대학교로 이어지는 모습이 '변방에 있어도 성장이 되는구나'를 보여주는 것 같다.
원희룡 지사의 지지율이 3%에 달한다고 한다. 그가 여권의 대표 대선 주자가 될지, 다음 대통령이 될지는 나에게 중요한 일이 아니다. 나는 정치에는 관심이 없다. 정치는 정치를 잘하는 한사람에게 위탁하고 난 뒤 그들이 잘하는지를 종종 감시하는 감시자의 역할만 하면 그만이지, 그들의 열열한 팬이자, 안티팬이 되어 그들의 오해와 해명을 번갈아 들으며 내 삶을 좀먹이고 싶지 않다. 하지만 어쨌거나 우리가 고르고 있는 실한 열매 중에 그가 속해져 있다는 것은 어린 시절 강당에 받은 충격이 나쁘지 않은 방향이라고 생각하게 할 것이다. 우리는 실한 열매 하나에 꽂혀 있을 것이 아니라, 썪은 열매를 골라내야 한다. 실한 열매를 찾고자 하면 가려지는 수많은 보물들을 놓치게 된다. 어쨌건 진보인지, 보수인지 알다가도 모를 그의 정치 성향이 어쩐지 나의 '균형' 철학에 맞닿아 있다. 이 글에도 아마 많은 팬과 안티가 달릴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