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주인공입니다.' 우리를 위로하는 말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우리가 주인공이라는 말. 우리를 위로한다. 이 말이 위험하지는 않을까. 이 책의 설정은 독특하다. 글에서 '저자'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으로 등장한다. 심지어 글이 진행되는 상당기간 동안, 언급도 되지 않다가 후반부에나 등장한다. 글의 주인공은 저자의 '어머니'다. 가끔 우리는 스스로의 상황과 생각에 빠져 주변을 잊곤 한다. '왜 나에게만 가혹한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도통 왜 나에게 이러는지 알 수 없는 다양한 관계와 상황에 직면하곤 한다. 우리는 다른 누군가에게 '주인공 입니다'라는 위로를 받지 않아도 충분히 '주인공'으로의 자신의 모습만 기억한다. 왜 그들이 그런 선택을 하게 됐는지. 그들에게 나는 어떻게 비춰지고 있는지에 대해 사실상 무감각하다. 우연이 찍힌 사진이나 동영상에서 나의 모습은 꽤 낯설다. 내가 기억하고 있는 나의 모습과 많이 다르다. 짓고 있는 표정이나 말투, 눈빛 모두가 내가 알고 있는 내가 아니다. 생각해보니, 나는 내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어떤 말투를 사용하고 있는지, 어떤 눈빛을 보내고 있는지 타인보다 무지하다. 나에 대해서 어쩌면 가장 모르는 것이 나일지도 모른다. 내가 짓는 표정을 하루 몇 번 거울을 통해서가 아니면 우리는 일생을 보지 못한다. 이런 우리의 무지는 '왜 저들이 나에게 이렇게 대할까'라는 갈등의 씨앗을 만들어낸다.
전혀 관계없는 남과는 원수가 될 일이 없다. 살인 사건의 거의 대부분은 '아는 관계'에 의해 일어나며, 놀랍게도 그들 중 상당수는 친적이거나 배우자, 연인관계, 부모자식인 경우가 있다. 남남이라면 원수가 되지 않는데, 어째서 우리는 가까운 이들과 원수가 되어 버리는 것일까. 누군가를 끔찍하게 좋아 하는 일은 인간의 감정 매커니즘 상, 불행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우리는 치밀하게 이기적인 보상을 바라는 이들이다. 심지어 사랑하는 관계에서도 이는 다르지 않다. 내가 베푼 사랑에 대해 같은 무게의 사랑을 받고 싶어하고 형성된 관계에 맞는 정도의 절대적 사랑의 질량을 받아야 한다고 착각한다. 이런 자신이 정한 저울추의 무게에 상대가 적정 보상을 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그 관계를 원수로 설정하고 무섭게 돌아선다. 자신감과 위로의 말로 사용되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는 상대와의 관계에서 상처 받은 이들에게 주로 사용한다. '왜 나에게만 가혹한지', '왜 내 마음을 몰라주는지.', '도통 왜 나에게 이러는지 알 수 없는 이들에게는 '당신이 주인공입니다'라는 말이 아니라, '상대가 주인공이라면...'의 입장이 더 필요하다. 그들의 인생에서 나는 철저한 조연일 뿐이다. 그들은 내 마음을 전혀 알 수 없으며, 가늠한다는 것 조차 쉽지 않다. 앞서 말한대로, 나 스스로도 나 자신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보다 더 많이 오랜 기간 내 표정과 목소리를 듣는 이들은 오히려 타인일 수 있다.
이혼과 재혼, 출산과 육아라는 가정의 이야기와 이민과 사업, 투자와 같은 두 가지의 포인트로 이야기는 흘러간다. 자신에게 처한 상황에 매 번 최선을 선택하다보면 피치못하게 맞닥들이게 되는 상황들이 생긴다. 행복이란 최선의 선택에 대한 결과값이 아니다. '왜 이런 선택을 하여, 나를 불행하게 만들었느냐'라는 것은 자신이 설정한 불행에 대한 외부적 핑계를 찾은 일에 불과하다. 인도에 가면 많은 수행자들이 고행이라는 과정을 통해 진정한 행복을 찾는다. 일부러 존재할 필요도 없는 고통을 스스로에게 부여하여 극한의 상황에 처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내면적 평화를 찾는 일이다. 실제로 행복이란 환경과 결과가 가져다 주는 것이 아니라, 사상을 바라보는 시선에 따른 문제다. 붓다는 왕자의 계급을 버리고 스스로 헐벗은 수행자가 되었다. 예수 그리스도는 십자가에 못 박히는 극한의 상황에서도 상대를 용서하였다. 모든 환경이 완벽해 지고서야 행복을 말할 수 있다면 우리는 결코 행복을 얻지 못할 것이다. '세상은 끔찍하게도 끔찍한 곳이다. 그리고 세상은 아름답고도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공존할 수 없는 두 문장에 고개가 두 번이나 끄덕여지는 이유는 우리가 두 시선 모두를 가지고 세상을 바라 본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누군가에게 세상은 가만히 있다가도 칼을 맞을 위험한 곳이고, 다른 누군가에게 세상은 살아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곳이다. 자신의 이야기를 자신의 풀어내는 여타 에세이나 존재하지도 않는 소설 속 허구의 삶에 들어가보는 소설과 다르게 이 책은 오랜 갈등에 쌓여 있던 어머니의 시선으로 들어가보는 독특한 소재를 갖고 있다. 책의 저자는 '다이애나 김'으로 미국 뉴욕/뉴저지 변호사를 하시며 DK 법률컨설팅&에듀케이션 이사이다. 그의 소개를 영문명으로 읽고서 책을 접했던 것은 책의 재미를 한층 더하게 했다. 후반부까지, 글 속에서 저자가 과연 누구인지 생각해보게 하는 설정은 추리소설처럼 계속해서 고민하게 한다. 책은 400쪽이 넘는 꽤 두터운 내용이지만 주말 간, 자리를 깔고 꽤 오랜 시간 읽었던 책이다. 소재 뿐만 아니라 뛰어난 필력으로 빠르게 읽히고 이해되고 재미있다. 다른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고 또한 나는 다른 누군가의 조연으로써 어떤 위치에 있는 사람인지 또한 생각하게 하는 굉장히 훌륭한 책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