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한 줄 인문학 서평
어린 시절, 선생님은 '세상 그 어떤 완벽한 문제집보다 꾸준히 모아둔 오답노트 한 권이 더 완벽하다'고 하셨다. 이는 탄생 원리가 '나의 약점'에 최적으로 보완토록 되어 있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문제집 한 권을 여러 번 보는 것보다, 꾸준히 모아왔던 '오답노트 한 권'을 꾸준히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15년 전 사용하던 일기장을 본 적이 있다. 그거에는 하루를 살면서 내가 느꼈던 내용이나 고쳤으면 하는 버릇, 사람을 만나면서 했던 실수 등이 투박하게 적혀 있었다. 시간 활용을 어떻게 해야겠다는 다짐이나 사람들에게 어떤 말을 많이 해줘야 하는지, 부하직원으로써 어떤 자세를 해야하고 리더로써는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그날 그날에 따라 좋은 명언과 참고할 만한 글, 내가 해왔던 생각들이 정리없이 적혀 있었다. 그 것을 지금에서 보면 내가 읽어왔던 어떤 책들보다 가장 완벽하게 나를 보완하고 있다는 생각이들때가 있다. 자기계발서를 읽다보면 수 백 장의 내용 중 나에게 해당되는 내용과 해당되지 않는 내용들이 있다. 아주 오래된 위인들의 격언 중에는 시대에 맞는 내용도 있고 그렇지 않는 내용도 있다. 계발을 위해 읽어가는 그런 내용은 완전히 나에게 맞아 떨어지는 경우는 쉽지 않다.
가장 완벽하게 나의 단점을 저격하는 자기계발서는 내가 써야 한다. 보통이 작가들은 글을 읽는 것을 몹시 좋아하며, 자신이 읽고 싶은 책이 세상에 없다는 답답함에 직접 글을 쓰는 경우가 많다. 물론 다른 이유로 글을 쓰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이 보기에 세상 사람들이 알았으면 좋을 것 같은 완벽한 책 한 권을 낸다. 하지만 그런 큰 포부를 갖고 집필한 책들도 누군가에게는 좋은 책이고 다시 누군가에는 '뻔한 말들'이 가득한 책인 경우가 많다.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고 살아왔던 인생과 보고 들었던 것들의 차이가 있다. 세상 그 어떤 것도 가장 완벽하게 공감되는 책은 존재하지 않으며 나를 완전하게 알아 줄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그런 이유로 꾸준한 글쓰기는 가장 나를 잘 아는 책을 만드는 작업이기도 하다. 초등학교 시절, 손바닥에 30cm짜리 자를 후려맞으며 써야 했던 일기의 기억은 어쩐지 많이 왜곡되어 있다. 일기를 숙제와 같은 업무로 만들어버렸던 어린 시절 교육 방식이 맘에 들지 않다. 선생님에게 사생활을 공개하고 '참잘했어요' 도장을 받거나 손바닥을 맞거나, 택1의 교육법으로 어쩐지 한국사람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글로 쓰는 일에 거부감이 강하다.
길고 긴 겨울방학이 끝나고 나면 개학 2~3일을 앞두고 연필을 쥔손이 노랗게 될 때까지 일기를 썼던 기억이 있다. 너무 단조롭지 않게 하루 하루의 이야기를 지어내며 적었던 일기의 기억을 되돌려 볼 때, 그런 식의 교육을 할 것이라면 '일기'가 아니라 차라리 '소설 쓰기'를 가르치는게 더 좋았을 법 하다는 생각도 한다. 나의 오래된 일기 방식은 '기록'이 아니다. '시'가 되기도 하고 '메모'가 되기도 하며, '편지'가 되기도 하고, '고민'이 되기도 한다. 형식은 없다. 그냥 하루 하루 기록을 하는 것에 의미를 두고 있었다. 2010년 어느날에 나는 친구에게 500불을 빌렸던 기억이 있다. 그날 일기에는 '00에게 500불을 빌림'이라는 한 줄이 적혀 있다. 지금 돌이켜 생각해보건데, 그 돈을 왜 빌렸는지, 어디에 썼는지는 있지 않다. 그날 돈을 빌렸다는 기록이 적혀 있다. 더 놀라운 것은 내가 오랜기간 핸드폰에 전화번호를 저장하지 않던 희안한 습관 때문에 15년 전의 외국 친구들과 한국 친구들의 전화번호가 날것 그대로 적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지갑과 핸드폰을 자주 잃어버렸다. 그런 이유로 나의 수첩에는 얼마를 사용했는지, 얼마를 벌었는지, 누구와 통화를 했는지, 그의 전화번호와 생일은 언제인지가 모두 적혀있다.
지금은 얼굴도 잘 기억나지 않던 함께 학교를 다니던 친구의 이름과 생일 전화번호를 보면 어쩐지 소름이 끼친다. 에빙하우스의 망각의 곡선 끝으로 사라져간 수많은 사람들의 흔적과 그들과 내가 친하게 지냈음을 암시하는 여러 글들을 보면 어쩐지 기분이 이상하다. 내가 쓴 일기에는 여러 인문학적 내용들이 적혀 있기도 하다. 혼자 쓰고, 혼자 읽는 빈 노트에 왜 그런 것들을 적어뒀는지 알 수는 없지만, 어쩐지 그것들을 모아서 책을 내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곤 했다. 이렇게 글을 모으고 쓰고 생각하는 작업은 꽤 시간이 지날 수록 '출판'의 욕심이 생긴다. 이런 출간 욕심은 세상에 없는 완벽한 책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바뀐다. 그렇게 완전한 책을 냈다고 다짐했어도 책의 평가는 다양하게 엇갈린다. '어디서 본 글들이 가득한 책입니다.'부터 '완전 제게 딱 맞는 책입니다'까지 사람들 중 나와 생활 방식과 삶의 방향이 비슷한 이들은 공감하고 완전히 다른 이들은 공감하지 못했다. 그렇다면 나와 일상을 함께하고 같은 것을 보고 같은 것을 먹으며 같은 곳에서 잠을 자던 이들은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매일 기록할 수 있는 빈 공간에 커다란 주제를 던져 주고, 하루의 생각을 짧게 기록하게 한다. 이것은 완전한 인문학 책, 자기계발서가 되며 동시에 일기이며, 커다란 선물이자, 교육서적일 수 있다. 예수가 아닌 이들이 그의 가르침과 그외의 것을 담은 성경이나 부처가 아닌 이들이 그의 가르침과 그외의 것을 담은 불경 등을 포함하여, 공자가 남긴 이야기를 그저 문자로 남긴 논어, 여러 성인들이 남겼다는 글들을 보면 대부분 자신이 아닌 이들이 글을 써서 남긴다. 이 또한 나에게 완전하게 맞아 떨어지는 것은 아니니, 우리 아이들에게 남겨 줄 가장 완전한 책을 3년에 걸쳐 집필하는 것은 어쩌면 매우 좋은 선물이자 교육이 아닐까 생각한다. 또다시 글들이 출판되어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고 교육할지도 모른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