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5년 일본의 다이세이건설 주식회사는 도쿄에 한 건축물을 계획했다. 총 높이 4km에 800층, 무게는 300만 톤이 넘는 강철로 된 구조물이었다. 여기에는 내부교통수단으로 자기부상열차가 고려되었다. 이 건물은 총 150조 엔의 건설비가 들어갈 것으로 예상됐는데, 현재 환화로도 1,562조 원에 달한다. 당시 예상 공사 기간은 30년으로 아마 1995년 공사를 시작했다면 지금쯤 완공됐을 것이다. 여기에는 50만 명에서 100만명이 수용할 수 있었는데, 이는 당시 끝을 모르고 상승하던 도쿄의 땅값에 대한 효용성을 높이고자 한 명분이라는 인터넷 해석들이 있다. 이 건축물의 이름은 x-seed 4000이다. 이에 앞서 1992년에는 도쿄바벨타워라는 이름의 건축물 계획이 있었다. 이 건축 계획은 와세다 대학의 오지마 토시오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이또한 일본 버블경제시기 부동산 가격 폭등과 인구 금중에 따른 수용력을 높이기 위한 명분으로 설명된다. 이 건축물은 높이 10km에 2,000층, 건설비용은 3경 1,247조 원으로 예상됐다. 여기에는 3천 만 명의 인구가 거주할 수 있고 예상 공사 기간은 150년이다. 이 글을 읽고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버블경기의 일본인들의 자만심을 비웃거나 놀라곤 한다. 다만 이 두 건설계획 모두 '페이퍼플랜'이다. 이 두 건설물의 계획은 실제 건축을 목적으로 했다기보다, 이벤트 성의 계획으로 첫 번째 설명한 건축물인 'X-seed 4000'는 '다이세이건설 주식회사'의 홍보 목적이었다. 이 마케팅이 굉장히 효과적이었다는 것은 30년이 지난 지금 현재, 한국어를 이용하는 독자가 이 회사의 이름을 이 글을 통해 벌써 2번이나 들었다는 데에 있다.
비교적 장문의 글을 쓰다보면 내가 썼던 내용의 일부를 읽고 달리는 댓글을 만나곤 한다. 흔히 말하는 'F'자 읽기이다. 첫 줄을 읽고 대략 내용을 파악한 뒤, 스크롤을 내려 중간 부분을 읽고 바로 다른 이의 댓글 반응으로 살핀다. 긴글에 익숙하지 않은 모바일 사용자들이 많아지면서 글의 내용과 전혀 상관없는 댓글이 달리기도 한다. 실제로 앞서 설명한 두 건축물에 대해 인터넷에서는 이미 일본이 버블 경기에 실제 건축하려고 했던 건축물들로 소개되어 있다. 이것이 거짓이라는 사실은 아마 원본의 글에 적혀 있을 것이다. 쉽게 영문으로 적혀있는 백과사전에서도 이 건축물들이 실제 계획된 것이 아니라고 언급되어 있지만, 사람들은 빠르게 자극적인 내용만 훑고 기억할 것이다. 아마 이 글을 읽기 시작한 대다수의 사람들 또한 현재 여기까지 읽지 못하고 첫 번째의 자극적인 단락을 살피고 네이버나 구글에 해당 건축물을 검색해보다 기정 사실로 받아들였을 지도 모른다. 거짓은 이렇게 퍼져 나간다. 악의적인 편집에 의해 사람들을 선동하고 세뇌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작은 실수와 의도치 않은 실질문해력의 부재로 거짓은 퍼져 간다. 거짓된 정보가 많아질수록 진실을 받아들일 수 있는 가능성은 적어진다. 중학교 수준의 교과서를 살펴보면, 대게 중학생들이 모를 법한 어휘가 불쑥하고 나온다. 여기에 대다수의 중학생들은 '어렵다'라고 생각하며 거부감을 갖는다. 하지만 바로 다음 한 줄만 더 읽었더러라도 이 어휘에 대한 해설이 설명한다는 사실을 대다수의 학생은 모른다.
아주 사소한 차이로 학생들의 성적은 나눠진다. 단순히 긴 글을 읽을 인내력을 갖고 있느냐의 차이로 성적이 결정되고 성적은 대학입시로 이어지며, 대학입시는 다시 취업으로 이어진다. 긴 글을 읽어내는 습관이라는 아주 조그만 차이 하나로 인생이 달라진다. 최승필 작가 님의 '공부머리 독서법'을 보면 이런 과정이 상세하게 묘사된다. 학창 시절로 끝났어야 할 이 악몽은 성인이 되서도 끝까지 이어진다. 신문과 책에 있는 사실과 거짓을 판단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다수들은 누군가의 '짧은 해석'의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전체를 이해하지 못한다. 유튜브에는 엄청나게 긴 이야기를 '5~10분'으로 짧게 요약해 주는 영상들이 있다. 특히나 세기의 천재들도 이해하기 어려워 한다는 '양자역학'을 '10분 만에 이해 시키는' 영상들도 존재한다. 이런 영상들은 실질문해력이 약한 다수를 타겟으로 엄청난 선택을 받는다. 다수에 의해 영향력을 갖는 이들은 유혹에 자유롭지 못하다. 그것은 반드시 '음모론'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할 수만은 없다. 그들에게는 광고나 협찬이 들어오고, '다수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 누군가의 제안'도 들어온다. 이는 커다란 분별없이 마구자비로 소비된다. 이런 것들이 분명하게 들어나는 것은 '정치'와 '역사'다. 바로 언급을 하는 것만으로도 이슈가 될만한 이름을 찾아보자. '이성계', '박정희', '이승만',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이재명', '윤석열' 등.
열거한 이름에서 한 사람을 선택하고 그의 장점에 대해 찾아보고 영상을 살펴보고 무조건 좋은 면만 찾아보자. 그렇다면 틀림없이 한 달도 지나지 않은 시간 뒤에 그에게 결점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장점으로 보일 것이고 반대로 그의 단점만 찾아서 영상을 보고 책을 읽고 인터넷을 서핑한다면 한 달도 지나지 않아 그의 장점이라고 봤던 것들이 단점으로 보일 것이다. 이는 'F'자 읽기 처럼 내가 처음 읽었던 문장이 무엇이었냐로 정체성과 판단이 정해지는 것과 같다. 실제로 성인이 되고 최초로 투표한 정당의 성향을 다수의 사람들은 바꾸지 않는다고 한다. 이는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미국이나 영국, 일본, 독일 등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로 일어난다.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이라는 이름만 거론해도 다수의 사람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다른 다수는 부정적인 이미지를 떠올릴 것이고, 정보를 선별하여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효과인 '필터 버블 효과'로 이어진다. 내가 찾는 정보가 나를 따라다니며 내 논리를 점차 굳게 만드는 것이다. 알고리즘은 유튜브에서 그 사람의 성향을 파악하여 선택해준다. 당신이 에니메이션을 자주 보는 사람이라면 그런 영상을 추천할 것이고 보수 정치인의 영상을 본다면 그 영상을 추천할 것이며 진보 정치인의 영상을 본다면 그 영상을 추천할 것이다. 해당 영상의 댓글에는 비슷한 추천을 받은 이들의 글들이 모일 것이고 사람들은 그것이 곧 다수의 의견이라는 확증편향을 갖는다.
차별적 수용은 얼마나 중요한가... 우연히 내가 태어난 곳이 한국이라서 한국어를 사용하고, 내가 태어나 보니 특정종교 집안 분위기라서 그 종교를 믿는 것처럼, 아주 자연스럽게 시작과 동시에 그것만이 정답으로 보이는 세상을 벗어나는 것은 '독서'의 중요성이다. 아주 평범하다는 다수의 사람들에 갖혀 그것이 곧 현실이고 일상이라고 믿게 되는 것을 벗어나 세상에는 내가 맞이하고 있지 않은 일상과 현실이 훨씬 더 많으며 그것을 깨닫고 알아차리는 연습을 위해선 피할 수 없다. '책읽기'라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