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당신이 하는 일에 '기본'이 탄탄해야하는이유

공식의 아름다움 中

by 오인환

방에 있는 전등 스위치에 손을 올린다. 어두운 밤. 이 스위치를 켠다. 불이 들어온다. 이것은 'O'이다. 다시 전등 스위치를 끈다. 불이 꺼진다. 이것은 'X'이다. 이런 방을 4개를 만든다. 4개의 방 중에서 3개의 방에서 마지막 방에 불을 켠다. 이것을 숫자 '1'로 부르기로 했다. 다시 4개의 방 중 3번째 방에만 불을 킨다. 이를 숫자 '2'라고 부르기로 했다. 약속을 해보자 불이 모두 꺼진 상태는 'XXXX'다. 불이 모두 켜진 상태는 'OOOO'이다. 숫자 '1'을 말하고자 할 때, 'XXXO'와 같이 불을 킨다. 숫자 '2'는 'XXOX'이다. 숫자 '3'은 'XXOO'이다. 계속 나아가자 4는 'XOXX', 5는 'XOXO', 6은 'XOOX'. 숫자가 커질 때마다 2진법으로 앞 단위가 바뀌어간다. 이런 식으로 끝없이 키워나가자. 최초 4개의 방으로는 많은 것을 표기 할 수 없음을 알게 된다. 방의 갯수를 늘려 8개로 키운다. 그리고 이 것에 '1 바이트'라는 단위를 입힌다. 65째의 신호는 'XOXX XXXO'이다. 이것을 'A'로 부리기로 했다. 66번 째 신호는 이렇다. 'XOXX XXOX'. 이것을 'B'라고 부르기로 했다. 67번 째 신호는 이렇다. 'XOXX XXOO' 이것을 'C'라고 부르자. 꽤 많은 영어 대문자를 표기 할 수 있고 기호를 표기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HELLO'는 무엇일까. 'XOXXOXXXXOXXXOXOXOXXOOXXXOXXOOXXXOXXOOOO'. 전등에 불을 켜고 끄는 행위를 통해 누군가에게 인사를 한다. 숫자를 꾸준하게 늘려가면서 97번 째에는 소문자 'a'를, 98번 째에는 소문자 'b'를 만든다. 온갓 기호를 만들고 띄어쓰기도 표기한다.

3개의 형광등이 있다. 3개의 방에 모두 형광등을 켠다. 아주 강렬한 하얀색 빛이 내 눈을 향해 진격한다. 이 형광등을 네모난 상자로 빛이 세어나오지 못하도록 막는다. 그리고 이 상자에 구멍을 뚫는다. 이 구멍들에 3색의 셀로판지를 붙인다. '빨간색', '초록색', '파란색' 이 형광등 하나를 '1픽셀'이라는 단위를 입히기로 했다. 빨강색과 초록색을 함께킨다. 그러면 '노란색'이 나온다. 다시 빨간색과 파란색을 함께 킨다. 자주색이 나온다. 파란색과 초록색을 켠다. 청록색이 된다. 이런 3원색의 픽셀을 1천 만 개를 준비하여, 모두 형광등켠다. 그리고 위에서 만들었던 '신호'를 통해 형광등에 명령값을 입력한다. 미세하게 많은 픽셀이 서로 3가지 색을 뿜어내며 여러 혼합된 색들을 만들어 낸다. 이 색들이 빠르게 켜졌다가 꺼졌다가를 반복한다. 하나의 픽셀이 켜지고 꺼지고의 무수한 반복이지만 수 백 만개의 픽셀을 지켜보는 우리의 눈에는 재미있는 영상과 사진이 된다. 내 눈에 직접적으로 들어오는 색은 3원색이다. 이 3원색을 동시에 모두 켜면 하얀색 빛이 나온다.

길다랗고 얇은 구리선을 갖고 온다. 그리고 쇠못을 꺼내든다. 긴 쇠못을 구리선이 빙글빙글 감싸돈다. 이렇게 구리선이 감겨진 긴 쇠못에 자석을 가까이 가져간다. 여기서 자석에 가까이 가져가면 밀어당기거나 당기는 힘이 작용한다. 여기에 진동하는 얇은 진동판을 둔다. 진동판에 앞서말한 긴 쇠못을 붙인다. 그리고 자석을 가까이에 두고 쇠못에 전류를 흘린다. 전류가 흐르면서 쇠못을 감고 있는 구리선을 주변으로 회전운동을 하는 전동기가 생긴다. 쇠못에 붙어 있는 진동판이 진동을 하면서 공기를 때린다. 공기가 진동하며 소리가 난다. 앞서말한 신호, 빛, 소리를 한데 모은다. 그리고 아주 빠르고 다양한 작동을 하도록 만든다. 이런 원리가 아주 자그마한 규모로까지 단순화되고 소형화된다. 세상에 이해되지 않던 원리는 사실상 이미 우리가 알고 있는 것들로 이뤄진다. 어떤 질문에 '참'과 '거짓'을 묻는다. 그리고 대답한다. '참', 그러면 그 질문에 새로운 질문을 묻는다. 대답은 '참'과 '거짓'이다. 다시 '참'. 이에 따른 새로운 질문이 준비되어 있다. '참' 혹은 '거짓'. 수많은 질문에 '참'과 '거짓'을 묻는다. 이런 과정을 수 십, 수 백, 수 천, 수 만 번 묻는다. 모든 질문에 참과 거짓을 대답한다. 이처럼 어떤 박스 안에 입력값을 넣고 이에 따른 질문을 수차례 반복하여 결과값을 만들어낸다. 이것을 어렵게도 '알고리즘'이라고 부르지만, 단순히 참과 거짓을 묻는다. 그리고 이런 반복을 아주 빠른 속도로 처리한다. '참'입니까. '거짓'입니까. 이런 깡통 기계는 2016년 3월 9일 이세돌 9단의 바둑실력을 넘어선다.

알지 못하는 것들이 '신의 영역'이던 고대인들은 신과 소통하는 지도자들을 따를 수 밖에 없었다. 비가 오겠다고 말하는 날, 비가 내리는 신통함은 곧 '신과의 소통'이라는 명분에 도움을 주었다. 지도자들은 결과에 원인을 끼워 맞추기 시작했다. 태풍과 지진, 화산활동들은 지도자들의 명령에 불복한 이들을 향한 천벌로 간주했다. 신을 받들고 제사를 하는 사람들과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함께 통치하던 고대의 제정일치 사회는 단순히 '조금 더 많이 아는 진화된 원숭이'가 '조금 덜 아는 진화된 원숭이'를 통치하게 만들었다. 고대인들은 '문자'를 굉장히 신성하게 생각했다. 기득권들만의 소유물로써 결코 대중에게 알려줄 수 없다고 했다. 마른 땅에 씨앗을 심고 물을 주면 맨땅에서 생명이 돋아나는 정보나 언제 비가 오고, 언제 가물게 되는지를 먼저 아는 이들은 자신들만의 정보를 문자로 기록하여 끼리끼리만 공유했다. 견고한 신분이 만들어진다. 왜 의사들은 어려운 의학용어를 사용할까. 'ESR(적혈구 침강속도)이 상승하니 Chest PA상에서 TB lesion은 inactive한 상태라 sputum exam을 해야합니다.'(허필우 의정부성모병원 신경외과 교수님 글 발췌'). 그들이 기득권의식을 통한 사회적방언을 일부러 만들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지만 분명한 진입장벽은 '병원'에 대한 '무조건적인 신뢰'를 만든다. 마치 의사들이 '짜잔'하고 저도 모르는 신의 기술을 사용하여 사람을 살려내는 것 처럼 말이다. 하지만 의학, 법학, 천문학을 비롯해 대부분의 것들은 아주 간단한 이론으로 부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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