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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Nov 30. 2021

[소설] 사회 모순을 재밌게 담은 소설

대화의 신이 된 말더듬이 킬러 독후감

 세상에는 모순덩어리가 많다. 영화 '악마를 보았다.'에서는 국가 요원이던 수현(이병헌)이 살인마였던 장경철(최민식)을 상대로 응징한다. 이 영화에서 나는 '모순'을 보았다. 여기서 악마란 '살인마 장경철(최민식)뿐만 아니라, 수현(이병현)도 마찬가지다. 악마 상대하기 위해 악마가 되는 것은 과연 '선'에 속하는 것일까. 말더듬이 살인청부업자 장덕구는 기득권의 위선과 부패, 약자를 괴롭히는 사회악만을 골라 청부살인을 하는 자칭 '인간쓰레기 처리용억자'다. 그는 어린 시절 엄마로 부터 버림을 받고, 학대와 폭력을 일삼는 아버지 밑에서 자란다. 그는 어려운 성장환경에서 약자들이 느끼는 분노와 절실함에 공감했다. 그리고 철저하게 약자 편에 서서, 약자를 괴롭히는 '사회악'을 처단하는 역할을 자처한다. 그 처럼 사회의 악을 처단하며 목표액 20억이 되면 하던 일을 청산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주인공 장덕구는 살해를 할 때마다 자신이 하고 있는 행위에 대해 정당성을 부여 받는다고 생각한다. 누군가를 죽임으로써 약자의 편에서 강자를 상대하고 스스로 선행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사회에 뿌리 깊은 갑질과 범죄에 깊은 공감을 하지만, 그는 누구보다도 용서 받을 수 없는 범죄를 저지리는 '청부살해업자'일 뿐이다. 그는 어린시절 학대와 충격으로 '말더듬이'가 생긴다. 말을 더듬는 그는 소설 진행 중 난데없이 '대화의 신'으로 방송 출연을 하며 승승장구하기도 한다.

 세상에는 짧게 한 마디로 정리하면 모순이 되는 일들이 많다. 그 누구보다도 '사회의 정의'를 위해 움직이던 장덕구는 20억이 되면, 모아둔 돈을 가지고 호주로 난민이 되어 도망갈 생각을 한다. 그는 철저하게 사회의 정의를 실현하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 그의 행동 모든 것에는 모순이 있다. 소설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많다. 어린 시절의 엄마에 대한 그리움을 평생을 안고 살며, 의뢰 대상자가 누군가의 가족이며 사랑하는 이의 사랑하는 이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청부살인 건을 진행한다. 소설은 의뢰대상자를 설정하는 방식으로 한국 사회의 현실에 있는 일들을 최대한 보여주고자 한다. 연예기획사들이 연습생 상대로 성상납 관련 이슈나, 정치인들의 문제들이 그렇다. 최소 금액 1억으로 사람의 목숨을 앗아 달라고 부탁하는 이들 그리고 그것을 처리하는 이들, 다시 상대가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만드는 이들. 세상은 모두 악을 통해 악을 덮어 버리는 모양새로 나름의 '선'을 실행한다. 소설의 주인공은 '청부살해업자'라는 본업을 뒤로, '번역가'로도 일하고 있다. 그는 문학에 대해 굉장히 관심을 갖고 있다. 작가는 이런 주인공의 상황과 목소리를 통해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바도 넌지시 던져 넣는다.

 소설에는 한국 문학에 대한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소설을 읽다가 문뜩 공감한 부분이 있다. '문체주의 그리고 단편 중심 때문에 한국 소설의 불구화 되었다.' 이어, 일본 문학과 비교를 한다. 한국 문학은 비교적 어렵다. 예전에 일본 소설이 재밌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하며 일본 문체가 비교적 쉽다는 이야기를 했던 적이 있다. 해당 글에는 '일본인'으로 보이는 분께서 '일본 문체가 쉽다는 이야기에 공감할 수 없다.'며 불쾌해 하셨다. 내용에 대해 답변을 드렸지만, 해당 아이디는 1회성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인지, 이미 탈퇴된 아이디였다. 내가 일본의 글이 쉽게 읽힌다는 내용이 기분이 나쁘셨던 모양이다. 하지만 내가 일본의 글이 쉽게 읽힌다는 것은 일본 문학의 수준이 쉽고 하찮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 아니다. 원래 글은 쉽게 읽혀야 한다. 거기에 맞는 글을 쓰는 일본의 글이 더 수요가 많고 재밌다는 것을 의미했다. 한국의 글은 너무 문체주의적이다. 소설 '사랑 후에 오는 것들'을 읽었던 기억이 있다. 이 소설은 일본인 작가와 한국인 작가가 소설 속 주인공이 되어 서로의 시선을 썼던 한일 공동작품인데, 너무 재밌게 읽었다. 여기서도 명확하게 한국과 일본의 문체가 비교된다. 공지영 작가 님의 글이 읽기 어렵다는 말은 아니지만, 한국의 글과 일본의 글이 명확하게 확인되는 소설 중 하나다. 

 우리는 쉽게 쓸 수 있는 글을 어렵게 쓴다. 흔히 우리나라 공문서만 보더라도 간결하게 끝맺음 지을 수 있는 글을 불필요한 접속사와 부사, 형용사로 길게 늘여 씀으로 읽기 어렵게 만든다. 다음은 교육회복지원금 관련 공문이다.

A

"현재 자녀 2인 이상인 다자녀 가구의 경우 중복오류로 인하여 신청이 되지 않으며, 동명이인이 있는 경우와 본인 명의의 전화번호가 아닌경우, 신청서의 정보와 앱 가입상의 정보 등이 하나라도 불일치하는 경우 신청이 되지 않고 있음."

B

-신청 불가 경우

1. 현재 2인 자녀(다자녀)인 경우

2. 동명이인인 경우

3. 본인 명의 전화가 아닌 경우

4. 신청서 정보와 가입상 정보가 불일치하는 경우

 

우리나라의 공문은 대게 A의 형식을 띄고 있다. 해당 공문은 인터넷에 '공문'으로 검색한 결과를 임의로 갖고 온 것이다. 결국  B처럼 명료하게 정리할 수 있는 사항을 굳이 어렵게 ','를 이용하여 하는 경우를 도저히 이해하기 어렵다. 또한. 마지막 문장이 '신청이 되지 않고 있음' 이라는 문장도 굉장히 어렵다. '신청불가함' 혹은 '신청 안 됨'으로 써서는 안될까. 

 소설은 꽤 재밌다. 이 소설은 다만 소설의 재미 뿐만 아니라 작가가 담고자 했던 메시지가 분명한 모양이다. 책의 뒷변에는 그런 작가의 생각이 담겨 있다. 작가는 최대한 쉽고 재밌게 읽힐 수 있는 소설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감한다. 간혹 일본문학이나 영미문학이 아니라 '한국 문학'을 사랑해야 한다고 이야기 하는 경우도 있다. 나는 반대한다. 우리 한국 문학은 '일본문학, 영미문학'과 다툴 것이 아니라, 문학 시장 전체 파이를 키워야 한다. 사람들이 영어권 문학을 읽던, 일본 문학을 읽던, 문학 자체에 관심을 갖고 시장의 전체 파이가 커지고 난 뒤에야 우리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당 독자를 가져와야 한다. 읽으면서 '한국 소설같은 느낌이 들지 않는 소설'이구나 하고 읽었는데, 중반부에 주인공의 입을 빌린 작가의 생각과 실제 작가의 생각을 읽으면서 내가 느꼈던 부분이 틀리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 책은 시리즈물로 간행될 예정인듯 하다. 내가 읽은 1권의 내용이 모호하게 마무리 됐다. 작가 님의 다음 작품에 굉장히 기대가 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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