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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04. 2021

[수필] 롯데그룹 창업주 신격호 회장 회고

열정은 잠들지 않는다. 독후감


100년 전, 경상남도 울산군 삼동면 둔기리에서 빈농의 5남 5녀 중 장남으로 태어났다. 현대 경제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역사를 갖고 있던 동아시아는 100년 전 그가 나고 자라면서 그 역사를 함께 한다. 윈스터 그룸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는 발달장애를 갖고 있던 주인공이 삶의 행복을 찾아가는 내용이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은 6~8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역사적 사건을 함께 한다. 롯데 창업주 신격호 회장의 ‘회고록’을 보면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포레스트 검프’가 생각난다. 한 사람의 이야기를 들으며 한국과 일본의 살아있는 역사를 배운다. 100년 전 ‘신격호’는 태어났고 전쟁과 가난 등, 동아시아가 피하지 못했던 역사의 흔적을 고대로 맞이했다. 그는 개인적 아픔과 국가적 고통을 함께하며 성장했다. 단순히 ‘돈’이 아닌 다른 가치들을 쫒던 그에게 ‘돈’이 따라온 것은 당연했다. 사람들은 부차적으로 따라붙은 ‘돈’에 집중을 했지만, 그의 열정은 ‘돈’이 아닌 ‘신뢰’에 모여 있었다. 가장 신뢰할 수 있는 것에 사람들은 지갑을 연다. 그는 그렇게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을 일궜다. 일본에서 수제 비누를 만들어 판매하던 시기부터, 껌을 만들어 파는 과정까지 순조롭지 않던 여러 상황에서도 ‘신뢰’를 최우선 가치로 여겼다. 흔히 요즘 말하는 ‘마케팅’이 장기 전략적으로 정답이 아니라는 사실은 그의 인생이 증명하고 있는 셈이다.

롯데를 좋아한다. 롯데마트, 롯데 백화점을 가장 많이 이용하고 타지역 외출 시에는 무조건 그린카를 이용한다. 외출에서는 엔젤리너스와 롯데리아를 방문한다. 롯데월드, 호텔롯데, 롯데 시네마만 다닌다. 이유는 굉장히 사소하다. 롯데는 소비자 친화적 기업이다. 소비자가 어떤 생활 패턴을 갖는지 굉장히 유심히 관찰하는 기업이다. 롯데는 소비자의 생활에 맞는 생태계를 갖고 있다. 다른 기업이 생산 생태계를 갖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다. 문화 생활을 비롯해 대부분의 현대인의 소비는 롯데그룹계열이 만들어 놓은 생태계 내에서 가능하다. 롯데그룹 내에서 발생하는 소비에 대해서는 ‘엘포인트’가 적립된다. 엘포인트는 혜택이 다양하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소비를 롯데 생태계에서 해결하면 ‘롯데’에게 나는 ‘VIP고객’이 된다. 앞서 말한대로 롯데는 소비자를 생활을 유심히 관찰한다. 이 도서에서 신격호 회장이 롯데를 일궈 온 과정을 보자면 알 수 있다. 롯데가 만든 소비 생태계 속으로 들어가면, 롯데는 소비자의 빅데이터에 굉장히 관심을 갖고 불편사항을 또다른 서비스로 확장한다. 롯데는 굉장히 나에게 친근한 기업이다. 이처럼 롯데의 소비 생태계에 가까워지면서 나 또한 ‘신용’에 대한 그룹의 철학을 느낄 수 있었다. 그들은 그들 생태계로 들어온 이들에게 롯데는 엄청난 보배다. 이렇게 소비자와 생산자 서로 간의 신뢰가 쌓인다.


현대나 삼성의 창업 철학과 개인사는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롯데는 그렇지 않다. 이는 창업주 신격호 롯데 명예회장이 철학 때문이다. 그는 생전에 “기업인이 경영만 잘하면 되지 굳이 말로써 자랑할 게 무어냐”며 남들 앞에 서기를 꺼려 했다. 그런 롯데의 조용한 철학은 되려 많은 오해와 편견을 만들기도 했다. 일본에서 성장한 롯데를 두고 사람들은 정체성에 대한 의심을 했다. 일본과 한국 간의 국가 간의 문제가 있을 때마다, 롯데는 타겟이 되기도 했다. 하지만 롯데의 조용한 경영철학에 따라 그들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는 않았다. 우리는 JP모건이나 AIG, 골드만삭스, 메릴린치를 보며 흔히 ‘세계를 움직이는 유대계 자본’이라는 말을 사용한다. 정체성을 확고하게 하면서 세계를 움직이는 경영인들을 보며 ‘유대인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롯데는 한국기업인지, 일본기업인지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사실 한국과 일본을 연결하며 양국 모두의 소비자에게 서비스를 제공하고 양국 모두의 근로자에게 고용창출을 불러 일으킨다. 두 개의 문화가 함께하며 시너지를 발생시키고 더 넓은 포용력과 데이터베이스를 갖는다. 이처럼 양국을 연결하는 거대 기업의 창업주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어쩌면 행운에 가깝다.


한국전쟁이나 일본의 전쟁과 같이 극단적인 악조건에서 신격호 회장은 긍정적인 마인드와 열정을 갖고 새로운 돌파구를 찾는다. 위기는 기회다. 그의 인생을 훑어보며 느낀 것은 그렇다. 위기를 기회로 만드는 능력. 사람에게 신뢰를 얻는 능력. 지치지 않고 열정을 쏟는 능력. 그런 능력이 그를 최고로 만들었으며 그것이 한국과 일본이라는 동아시아의 거대한 경제강국에 기여를 했을 것이다. 롯데는 단순히 물건을 만들고 판매하는 이상의 문화와 가치,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기업이며 그런 기업의 뿌리를 신격호 회장의 회고록에서 분명하게 확인 가능하다. 책은 우리의 역사를 보여주고, 경제와 경영을 말해주며, 개인의 삶과 인생을 보여준다. 이미 문학적 가치가 완전한 한 권 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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