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Dec 08. 2021

[계발] 이별은 어떻게 치유하는가_이별감정 사용설명서

꽤 유명하다 싶은 노래의 주제는 어김없이 둘이다. '사랑', 혹은 '이별'. 꽤 흥미롭게 봤던 드라마의 주제는 '사랑'과 역시 '이별'이 반복된다. 재밌다 싶은 영화에는 '사랑'과 '이별'은 필수적인 요소다. 어째서 모든 사람들이 따지고 드는 '돈'이나, '명예' 혹은 '성공', '인간관계', '공부' 등이 아니라, '사랑'과 '이별'일까. 이유는 그렇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누구나 반드시 겪는 일이고 그 과정이나 결과도 너무나 비슷하기 때문이다. '사랑'과 '이별'에는 같은 공통점이 있다. 그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모든 것이 보이지 않고 그 상황에 잠식된다. 서로 어떤 쪽은 +의 방향으로 왜곡과 편파적인 망상을 만들어내고, 다른 방향으로 왜곡과 편파적인 망상을 만들어낸다. 혼자 있을 때마다 곱씹고 혼자는 시간에 조급함을 느끼며, 누군가의 경험을 담은 노래가사가 완전히 나의 마음을 대변한다고 느낀다. 반대로 '사랑'과 '이별'에는 차이점도 있다. 사랑은 상대로 하여금 굴복되는 것이지만, 이별은 상대를 극복하는 것이다. 사랑은 완전하게 미래의 길을 찾아내도록 하지만, 이별은 완전하게 길을 잃게 만든다. 사랑은 사람을 멋지거나 아름답도록 만들지만, 이별은 사람을 피폐하고 볼품없도록 만든다. 지구상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한 번 씩은 모두 겪고 지나갔다는 이 두 감정이지만, 그 차례가 나에게 왔을 때, 이는 오롯하게 혼자 겪어내는 일이며 그 누구보다 완전하고 독자적인 감정이 된다.

이 둘은 모두 시간에 의해 희석된다. 사랑은 도파민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900일 간의 착각이자 일종의 '미친 증세'와 같다.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는 정상인에 비해 과다하게 도파민 수치가 증가하여, 일종의 강박증, 조현증, 과대망상 등의 정신 질환자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3년의 시간이 흘러 도파민 분비가 줄어들면, 반대로 ADHD(주의력집중장애), 무표정증, 우울증, 무력감이 있는 파킨슨병 초기 증상자와 비슷한 경험을 하게 된다. 이별과 사랑은 단순히 작극과 흥분을 전달하는 화학물질이 얼마나 분비되는지로 결정된다. 뉴런이 자극을 받아 전기를 발생하여 옆에 있는 다른 세포에 그 정보를 전달하게 하는 화학물질, 도파민이 얼마나 발생하고 얼마나 자주 발생하느냐에 따라, 사랑이라는 감정은 다른 신경계에 영향을 끼치며 '온 우주'로 퍼져나듯 착각을 일으킨다. 내가 눈을 감으면 우주는 존재하지 않으며, 눈을 뜨면 세상 만물이 존재하는 것처럼 사실, 하나만을 바라보던 이가 잃어버린 세상은 온 우주와 같다. 이런 것을 잃어버리면 어찌할 바를 모른다. 약먹고 한숨 자고 일어나면 멀쩡하게 일어나는 몸살과 다르게 치유법도, 요령도 도통 소용이 없다.

모두가 같은 질병을 앓고 자연치유를 받는다. 먼저 앓았던 이들은 자신이 어떻게 극복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떤 걸 겪었는지에 대한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모두가 낫지 못하고 한차례 앓고 넘어가야 하는 일종의 '홍역'과 같다. '홍역'은 치료제가 없는 병이다. 그저 앓는 동안 고통이나 완화하는 해열제 정도를 복용하는 것이 유일한 치료법이다. 이별을 앓는 이에게 대부분의 선경험자들이 남겨주는 지혜는 그렇다. 빨리 낫는 방법이 없다. 그저 스스로 극복해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이다. 오죽하면 유일한 치료법은 '시간'이라고 할까. 극복해 내는 동안 많이 무너져 내리지 못하도록, 될 수 있으면 중요한 선택은 하지 말며, 혼자 있는 시간을 될 수 있으면 피하라고 한다. 세상에는 이별 후에 찾아오는 부정적인 감정을 다스리는 치유법이 많이들 있다. 다른 사람을 만나라고 권유하기도 하고, 좋은 취미를 가지라고 말하기도 하며, 기분 좋은 음악을 들으라고 말하라고 한다. 하지만 그 어떤 것도 완전한 치유법이 될 수 없다. 그래서 이 책은 '치유법'이 아니라 '감정 사용설명서'다.

수 백, 수 천 억의 사람이 이 땅에 나고 살면서 다시 죽기를 반복적으로 경험했다. 인간을 달나라로 탐사를 시키고, 핵반응을 통해 거의 반영구적인 에너지를 만들어내고, 수백톤이 넘는 비행기를 하늘로 띄우면서도, 고작 감정사용에서는 모든 이들이 서툴다. 사실상 '절망, 불안, 화, 미움, 자괴감, 외로움, 죄책감'은 모두가 피할 수 없는 감정이고 오로지 나에게만 특별하게 주어진 것도 아니다. 과거, 미래, 현재를 일렬로 배열했을 때, 순서의 문제일 뿐, 모든 이들이 하나씩 가지고 있는 특별할 것 없는 기간일 뿐이다. 책은 매우 이런 이들을 잘 위로하며 치유될 수 있도록 돕는다. 조급해하지 않게, 괜찮다고 말하며 하지만 극복할 수 있게 돕는다. 아마 이 책을 집어 들었다는 이유만으로 그 극복의 처음이 될 것이며, 밤잠을 이루지 못하는 고민들을 가벼운 책에 묻어두고 일상을 유지할 수 있게 만들어 지 않을가 싶다.

작가의 이전글 [환경] 아이에게 철학을 심어 줄 환경보호 동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