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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07. 2021

[환경] 아이에게 철학을 심어 줄 환경보호 동화

워터프로텍터 독후감

"My mom always said life i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인생이란 초콜렛 박스 같은 거라고 엄마가 항상 말했어요. 어떤 걸 먹게 될지 알 수 없다는 거에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포레스트검프(1994)'의 첫 장면에 나오는 대사다. 포레스트 검프는 무릎 위에 초콜렛박스를 얹어 놓고, 하나를 집어 입으로 넣는다. 어떤 바보가 우스꽝스럽고 어설프게 살아가면서 성공하는 코미디 영화로 알고 봤던 30년 전 영화다. 영화는 새하얀 깃털과 함께 시작했다. 자유롭게 바람따라 날아다니는 깃털은 숲을 지나기도하고, 달리는 차가 있는 차도를 스치기도 하며, 어떤 이의 어깨 위에 잠시 머물기도 했다. 그런 깃털이 다시 날아와 주인공의 발 사이에 사뿐하게 가라앉는다. 가벼운 인연을 소중히 대하는 주인공은 우연하게 온 깃털을 집어들고 여행가방 안에 잘 보관한다. 인생이란 그처럼 가볍게 살고 누군가의 어깨에 기대기도 하며, 위험한 곳에 노출되기도 한다. 그런 우연과 우연을 겪은 인연과 상황을 소중히 해야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던 영화의 오프닝은 어린시절, '그냥 깃털이 날아간다.'의 이상도, 이하도 아닌 의미를 가졌다. 인생이란 왜 초콜렛 박스와 같을까. 도저히 이해불가한 대사를 던진 감독의 의도가 읽혀지지 않았다. 나중에 시간이 지나, 그 대사의 깊은 뜻을 알게 됐다. 

 요즘에는 초콜렛이 획일적인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다. 혹은 각 포장지마다 그 맛이 표기가 되어있다. 하지만, 30년 전 초콜렛 상자의 초콜렛은 모두 같은 포장지에 쌓여 있었다. 그 속에는 다른 맛들이 있었다. 과연 무엇을 먹을지는 알 수가 없다. 직접 까서 먹어보기 전까지 말이다. 어떤 초콜렛을 먹을지는 먹기 전에는 알 수 없으며, 임의의 하나를 선택하는 것은 모두 운이고 우연일 뿐이다. 모든 것은 선택이다. 배경 지식을 알지 못하고 봤던 영화 속 명대사는 그저 의미없는 한 장면으로 머릿속 어딘가를 쏘다니다가, 우연하게 숨은 뜻을 알게 된다. 초등학교 시기, 담임 선생님은 우리 초등학생들에게 고등학생도 모를만한 역사 이야기를 해 주시곤 했다. 그는 "1953년 7월 27일 휴전협정이 조인됐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하셨다. 사실상 다수의 성인들도 잘 알지 못하는 '휴정협정일'을 나는 초등학생 시절부터 지금껏, 그냥 배경지식으로 알고 있다. 1995년, 당시 나는 초등학교 2학년이었다. 당시, 나이가 많으신 담임 선생님은 수업을 하지 않으셨다. 진짜 살아 있는 역사를 봐야 한다고 TV를 트셨다. TV에는 노태우 전직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었다. 그 내용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에 나질 않는다. 다만, 선생님은 "너희는 지금 역사를 보고 있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것만 기억에 남았다. 당시 내가 봤던 것은 1995년 10월 27일 노태우 전 대통령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의 수 천 억원의 비자금에 대한 기자회견이었다. 

 1997년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사치와 낭비가 국고를 파산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가 TV와 기타 매체에서 꾸준하게 올라왔다. TV에서는 '파산', '도산', '해체'가 연이어 보도됐다. 나는 초등학생이었다.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고 아버지는 IMF라고 했다. 이후로 나는 IMF가 '국제통화기금'이라는 사실보다 '국가부도'라는 의미로 쓰인다고 착각했다. 2001년 3월 21일. 어떤 인물의 장례식이 뉴스에 비췄다. 인물이 몸담고 있는 기업은 해체됐고, 얼마 뒤 그 인물의 장례식 장면을 보고 아버지는 너무나 아쉬워 하셨다. 정주영 회장의 장례식이었다. 아버지는 대한민국에 너무 큰 인물이 졌다고 하셨다. 지금에와서는 '정주영'이라는 인물이 대한민국 현대사에서 어떤 인물인지 명확하게 알고 있다. 하지만 당시에는 알 수 없었다. 아버지는 누군지 모르는 이의 장례식을 반드시 보게 만드셨다. 어린시절 얼핏 들었던 기억들은 아주 미세하게 남아 있다가 성인이 되고 다시 나를 학습시켜준다. 아이와 책을 읽는 다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아이의 토양에 어떤 씨앗을 뿌릴지를 결정하는 일이다. 무기력하게 갇혀 있는 '공주 님'이 용감한 '왕자 님'이 구해 줄 수 있도록 조용히 기다리는 '동화책'보다는 무언가 남을 수 있는 책이 좋은 책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검은 뱀'은 스치며 물을 오염시킨다. 물은 여러 생명을 파괴한다. 검은 뱀의 모양은 '송유관'처럼 길다. 붉은 혀가 낼름 거리며 불 꽃처럼 빨갛다. 우리 아이의 머릿속 어딘가에 이 모습이 들어 앉았다가 성인이 된 어느 순간, 번뜩이며 새싹을 돋아 낼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이런 환경에 대한 교육을 담은 책은 반드시 철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대교'는 1976년 세워진 '한국공문수학연구회'를 전신으로 하고 있다. '공문수학'이란 일본의 '구몬수학'의 한문표현이다. 대교그룹은 20대의 강영중 회장이 소규모 그룹과외를 시작으로 성장한 곳이다. 뼈 속부터 '교육'을 기반으로 한 기업의 출판물이다. 믿음이 굉장히 가는 철학있는 기업이다. 아이들과 함게 읽은 '워터프로텍터'는 미국의 노벨상과 같은 칼데콧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글과 그림을 담당한 작가님은 인디언 출신이다.  작가인 캐롤 린드스톰은 2016년 4월, 인디언 마을의 실제 이야기를 이처럼 글과 그림으로 표현했다. 북미 자치 구역의 원주민들을 대형 송유관 공사로 부터 지키자는 운동이 배경이다. 해당 내용은 실제로 북다코다주 바켄(Bakken) 유전 지역에서부터 남다코다주, 아이오와주를 거쳐 일리노이주까지 4개주를 가로지르는 사업이다. 이 사업은 1900km를 잇는 파이프 라인 프로젝트다. 여기에 원주민들이 저항하는 내용이다. 

 2016년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하여 '셰일혁명'이 활발하게 진행중이던 시기다. 셰일혁명은 사실상 '물'과 굉장히 연관있는 사업이다. 오일 셰일(oil shale)은 석유를 품은 일종의 퇴적암층인데, 진흙과 같은 알갱이가 석유와 함께 굳어진 암석이다. 이 암석에서 석유를 추출해 내는 것은 쉽지 않다. 물과 모래, 화학약품을 섞은 혼합액을 고압으로 분사하여 암석을 깨뜨리며 수평으로 시추해야하는 셰일 시추 공법은 실제로 엄청나게 많은 물을 필요로 한다. 이런 공법이 얼마나 물을 낭비하는지는 '중국'을 보면 명확하게 알 수 있다. 대표적인 물부족국가인 중국은 실제로 미국보다 훨씬 많은 양의 셰일매장지역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은 셰일을 생산해 낼 수 없다. 그 이유는 당연히 높은 압력으로 지층을 부수기 위해서는 엄청난 양의 물이 필요하며 환경에 엄청난 부담을 주기 때문이다. 시기가 바뀌고 미국의 대통령과 미국 정책이 바뀌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친환경 정책과 셰일 규제를 내세우고 있다. 아마 현재에 와서는 해당 이슈가 잠잠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다만, 다음 대선에 공화당과 민주당 중 어떤 인물이 대통령이 되느냐에 따라 다시 또 정책의 변화는 있을 수 있다. 가볍게 읽은 동화책이자만, 우리 아이가 나중에 어렴풋 기억나는 이야기와 역사를 섞어 살고 있는 현재를 해석한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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