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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Dec 17. 2021

[정치] 대통령 후보 허경영_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

 15년 전, 우연히 어떤 책을 발견했다. 제목은 이랬다.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 이 책의 제목은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라는 김진명 작가의 소설과 비슷했다. 김진명 작가의 소설은 1993년 출간 당시 7개월 만에 180만부가 팔렸다. 그리고, 1년만에 300만부가 팔린 이 초특급 베스트셀러다. 이는 현재까지 600만 부가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얼핏 책의 제목은 아무것도 아니지만 몹시 중요하다. '1번가의 기적', '7번방의 선물'은 94년 개봉했던 '34번가의 기적'이라는 명화를 떠올리게 했다. 양동근 배우가 출연한 '추적자'는 하정우 배우가 출연한 '추격자'와 이름이 비슷했다. '너는내운명'이라는 제목은 심지어 영화, 노래, 드라마, 버라이어티로도 만들어졌다. 이처럼 원래 다수를 상대하는 문화예술계나 정치, 경제에서 비슷한 이름을 사용하거나, 아예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경우는 심심찮게 볼 수 있는다. 이는 전작의 흥행을 통해 친근해진 인식을 마케팅으로 재사용하는 것이다. 허경영 총재의 공화당 또한 미국 공화당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공화당과 비슷하다. 다수를 상대하는 정치에서는 이처럼 쉽게 기존 인지도에 편승하는 일을 마다하지 않는다. '국민의당', '국민의힘'과 같이 비슷한 이름이나, '새정치당'과 '새정치연합' 혹은 '한나라당'과 같이 아예 이름이 같은 경우도 있다. 어쨌건 '무궁화 꽃은 지지 않았다.'라는 익숙한 이름의 책은 꽤 효과적인 마케팅이었다.

 책을 집어들고 읽기 시작했다. 당시 '허경영'이라는 이름은 지금처럼 많이 알려지진 않았다. 흔히 독특한 공약으로 국민들에게 인지되기 시작했던 시기는 2007년에 치뤄진 17대 대통령 선거 당시였다. 나는 '허경영'이라는 인물이 누군지 모르고 책을 읽어 내려갔다. 책의 구성은 자신의 PR이 절반이고 공약과 비전이 절반인 여느 정치인들의 책과 다르지 않았다. 다만 그 안에 담겨진 내용이 독특했다. 부시 전 미국대통령과 찍은 사진을 비롯해 지금도 인터넷에 떠돌아 다니는 여러 사진과 글들이 담겨져 있었다. 박정희 전 대통령과의 관계를 비롯해 특이한 공약들이 있었다. 지금도 분명하게 기억나는 공약이 있다. 그것은 바로 '바이칼 호수'와 '캄차카반도'를 매입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이는 미래 수자원과 해양 자원의 고갈에 대해 미리 준비하자는 내용이었다. 특히나 엄청난 물부족 국가인 중국에게 물을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내용. UN본부를 한국으로 이전하고 세계를 통일한다는 다소 황당한 공약까지 있었다. 사실, 당시 읽을 때 '그런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은 공약들도 많았다. 게중 다수는 현재 이미 이뤄졌거나 필요한 공약들도 상당했다. 

 교도소 수감자를 모두 풀어주고 그들로 하여금 몽골의 사막으로 가서 녹지사업의 노동력으로 투입하겠다는 공약, 국회의원을 100명으로 줄이고 기존 의원들을 모두 정신교육대 입소 시킨다는 내용까지..., 다소 황당한 공약도 함께 했다.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당선 후 2달 안에 전국민 1억을 지급하고, 월 150만원을 지급한다는 공약도 있다. 결혼 시 3억을, 출산 시 5천만원을 주겠다는 공약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 지 난감하기도 했다. 그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나면 꽤 설득력은 있다. 가령 대한민국 실질 가계 부채 3170조 원으로 우리나라의 부채 비율은 고위험 상태다. 단순하게 1억을 현금 지급하여 가계부채를 막으면 인플레이션은 일어나지 않을 거라는 낙관적인 기대는 속시원하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그것이 실현 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대한민국에서 매년 1만5천 명이 자살하고 하루 평균 37명이 목숨을 끊는다. 사실상 10년 이면 15만 명, 20년이면 30만 명이 자살하는 셈이다. 인구는 급격하게 줄어들어 폐교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사회시설이 늘어나고 급격한 고령화로 인해, 연금 부담이 높아지는 여러가지 문제를 봤을 때, 보이지 않는 비용의 문제를 위해서는 분명 적잖은 예산 사용이 필요해 보이긴 한다.  재산비례벌칙금 제도와 같이 인구가 적은 북유럽의 국가에서 시행하는 제도에 대한 언급도 있다. 뇌물 쌍벌죄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일부 일리가 있어 보인다.

 최근 그의 지지도는 급격하게 늘어난다. 어떤 여런조사에서는 이재명, 윤석열 후보에 이어 3위를 하고 있다. 여야의 대표의 정책 이야기보다 네거티브가 많아지면서, 꾸준한 정책 홍보를 하는 허 후보의 지지도가 올라가는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그는 또한 '인간의 인격을 언제나 그 사람의 어머니와 같이 생각하라.'라고 하며 상대의 가족 이야기나 헛점보다는 자신의 정책이나 이야기 하겠다는 일관적인 모습도 있다. '축지법', '공중부양' 등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그저 젊은 이들과의 소통을 위한 행위라고 하는 그이지만, 사실 그의 이야기를 담은 많은 영상들은 그의 황당한 모습과 이야기를 잊지 않고 담고 있다. 국민의 다수가 여야의 대표에 피로감을 느끼면서 주변에 '허경영을 뽑자'라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들린다. 최근 SBS의 '그것의 알고 싶다' 팀에서 허경영 후보를 취재하여 방영한 적이 있다. 이 내용에 대해 허 후보는 해명을 하기도 했다. 분명 그의 모습이 완전히 투명하다고 보여지진 않는다. 그렇다고 아주 쓸데 없는 이야기로 가득차진 않다. 어쨌건 이 또한 대한민국에 있는 현상 중 하나고, 인터넷 방송이나 음반, 코미디 등에 잦은 노출로 인지도 있는 그의 횡보에 대해 더이상은 웃고, 독특하다고 넘어갈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자격이 되던, 되지 않던 다수의 국민의 지지를 얻고 메이저 후보의 위치까지 언급이 될 때면, 그간 그를 향하던 웃음과 농담을 거둬 들이고, 다른 후보들 처럼 철저하게 검증하고 확인해야 하진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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