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Dec 21. 2021

[판매] 레드향 10kg 판매_레드향의 인문학

레드향 10kg 가정용 벌크: 9만 원 판매 합니다.

박스무게는 포함하지 않은 순수 과일 실중량 입니다.

선물용 포장이 아니라, 커다란 박스에 벌크로 들어갑니다.

선과과정을 거치지 않아 주문 전에 따로 말씀해 주시면 중대, 중소 기준으로 수확 후 보내드립니다.

따로 요청이 없으시면 임의로 보내드립니다 

가격은 일괄 9만 원 입니다.

따로 3kg, 5kg은 판매 하지 않습니다. 

요청해 주시는 분에 한 하여 '부자되는책읽기(신간)' 한 권 함께 넣어 보내드리겠습니다.

*메일로 주문 신청해 주세요

ihans@naver.com

*주문해 주시면 일주일 취합 후 다음 주 일괄 발송하겠습니다


 맥북과 한라봉 두 어 개를 들고 싱가포르를 간 적이 있다. 여행의 목적은 '수출'이다. 바이어가 구매를 원한 상품은 '감귤'이다. 어마하게 맛있는 한라봉을 싱가포르인들도 좋아할 것이라는 확신을 했다. 바이어는 내가 가방에서 한라봉을 꺼내 들자마자 말했다. 'That's Hallabong.' 한라봉도 구매해 볼 생각이 있느냐고 물어보기도 전에 상대는 거절했다. 해상운송료를 포함한 한라봉의 단가가 현지에서 시장성이 전무하다고 했다. 그는 차라리 싱고배나 딸기를 구해줄 수 있는지를 물었다. 입을 다물고 있었다. 농산물 수출에 관심이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알기 어려운 정보가 있다. 일반적으로 '농업을 하고 있는 국가'의 경우는 '교종'의 수입을 까다롭게 한다. 즉, 특히 씨가 있는 경우는 그렇다. 우리의 문익점 선생님이 붓 뚜껑에 목화 씨를 가져 오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들은 베옷을 입고 생활하거나 비싸게 중국으로부터 솜을 수출 받아야 했을 것이다. 농산물의 경우는 검열이 까다롭다. 1차 산업은 굉장히 빠르게 상대의 산업 전반을 무너뜨리고 물가를 흔들 수 있는 산업이다. 필리핀은 쌀이 자라기 굉장히 좋은 지역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쌀 수입국 1위다. 심지어 2007년과 2008년에는 쌀이 매우 부족하여 국가 비상사태가 날 정도였다. 그들은 '식량무기화'의 가장 큰 피해자로 항상 거론되는 국가다. 농지를 팔아 관광산업을 육성하고 값 싸게 해외 농산물을 사오겠다는 계산은 어김없이 틀렸다. 땅을 팔았던 농민들은 도시 빈민이 되고 필리핀의 물가는 치솟고 치안은 불안해졌다. 50년 전까지 아시아에서 두 번 째로 잘 살던 국가인 필리핀은 그렇게 회복하기 힘든 수준으로 경제가 엉망이 되어갔다.



농사를 짓지 않는 나라에서는 수입이 조금 수월하다. 가령 홍콩이나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는 농사를 짓을 수 없다. 그들의 마트를 가면 일본, 한국, 중국을 비롯한 여러 국가의 농산물이 진열되어 있다. 그들은 식량을 수입한다. 러시아도 수출이 수월한 국가다. 러시아는 영토 대부분이 기온이 낮아 농산물을 재배하기 쉽지 않다. 특히나 동아시아 등에서 자라나는 과일 혹은 열대과일은 거의 대부분 수입에 의존한다. 싱가포르에 수출이 완료되고 수출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깨닳았다. 수출이란 사실 별것없다. 사고자 하는 사람이 있고, 팔고자 하는 사람이 있다면, 간단한 행정절차 몇 번과 최초의 리스크를 안고 시작하는 단순한 물물교환 사업이다. 해당 일을 마무리 짓고 다른 바이어를 찾았다. 홍콩과 베트남 쪽에서 연락이 왔다. 농사강국인 베트남이나 뉴질랜드, 호주는 농산물이 들어가기 상당히 까다롭다. 베트남 바이어는 중국을 경유하여 상품을 보내 줄 것을 요구했다. 해상 운송의 시간이 길어 질수록 상품이 품질에는 문제가 생길 여지가 많았다. 베트남 바이어는 다시 '싱고배'와 '딸기'를 구해 줄 수 있냐고 물었다. 사실상 감귤이 아니라 '배'와 '딸기'가 해외에서는 인기 상품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해외에서 10년을 거주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생각해보니 그렇다. 외국의 딸기는 겉보기에는 플라스틱으로 만든 모형처럼 매우 예쁘다. 하지만 먹어보면, 딸기향이 나는 '채소'에 가깝다. 당도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딸기는 크기가 작고 조금 무른 것이 특징이다. 다만 당도는 엄청나다. 이것은 배도 마찬가지다. 외국의 배는 수 분이 많지 않고 크기도 왜소하다. 우리나라 배는 이빨로 베어 먹을 수 없다. 워낙 과즙이 많아 한입 깨어물면 흘러 나오는 과즙이 팔을 타고 흘러 팔꿈치에서 '뚝 뚝' 떨어질 것이 뻔하다. 이는 수박의 껍질을 벗겨 입으로 베어 먹는 것과 같다. 어쨌던 한라봉과 천혜향과 같은 만감류는 사실상 굉장히 맛있는 과일 임에도 해외에 소개하기 참으로 까다롭다. 또한 한라봉은 '데코폰'이라는 일본 명칭이다. 이는 1972년 청견과 폰칸이라는 품종을 교배 시켜서 만든 품종이다. 천혜향 또한 '세토카'라는 품종개량 감귤이다. 레드향 또한 '칸페이'라는 품종이다. 천혜향은 1984년에, 레드향은 1991년에 개발됐다. 일본에서 개발됐다고 먹지 않겠다는 한 지인이 있었다. 나는 쌀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쌀은 크게 두 가지 품종으로 나눠지는데,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북부에서는 자포니카(Japonica) 쌀을 먹고, 다른 나라는 인디카(indica)를 먹는다. 물론 학명과 다르게 이 쌀은 일본이 아니라 중국 화남 지역에서 재배된 품종이다.



 개인적으로 레드향은 다른 만감류에 비해 당도가 굉장히 높다고 느껴지는 편이다. 나 또한, 정말 잘 익은 레드향을 먹을 때는 마치 설탕을 들이 부은 것 같은 느낌을 가질 때가 있다. 껍질이 얇고 깔때마다 쉽게 바스러지는게 특징이다. 알갱이 하나하나가 탱글탱글하게 꽉차있고 과일의 특징은 만두처럼 넓고 옆이 뚱뚱한 것이 특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껍질이 색깔이 빨갛다고 레드향이라고 부른다. 농장에는 천혜향, 한라봉, 황금향, 레드향이 있다. 규모로는 황금향이 가장 크고, 천혜향, 한라봉, 레드향 순서다. 실제로 레드향을 가장 적게 재배하고 있으니, 주력인 품목은 아닌 샘이다. 어찌 저찌, 레드향에 대한 홍보글을 쓰다보니 잡다한 이야기를 많이하게 됐는데, 언젠가 별거 없는 티셔츠가 네이밍을 달고 수 십 배나 가격이 뛴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자동차도, 가방도, 옷도.. 사치품들은 비쌀수록 잘팔리는데, 어찌된 일인지, 농산물은 1000원이라도 싸게 한다는 인식이 생겼나보다. 




작가의 이전글 [어원] 2. 나머지정리(고1 수학)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